오늘은요,
많이 힘드네요.
눈물도 조금 흘렸어요. ㅠ.ㅠ
오늘 아침 경북 상주로 마지막 피난을 떠났거든요.
새벽 다섯 시부터 두 시간 반 동안
어둠 속에서도 펄펄 날아다니는 날쌘돌이들과 힘겨운 씨름을 벌인 끝에
오골이 종계 396 마리를 싣고 피난길에 올랐는데...
한 시간 쯤 달렸을까, 논산시청 문화재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상주에서 양계농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쳐서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이니
그냥 되돌아오는 게 낫겠다구요.
둔기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저번에 봉화에서와 같은 일이 반복될까봐 철저히 입단속을 했는데...
어찌된 영문일까.
오골이들이 피난을 가기로 한 곳은 상주시 외서면에 있는 폐교된 초등학교였어요.
지금은 상주환경농업학교로 이름을 바꿔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에요.
민가와도 뚝 떨어져 있고, 교육용 계사까지 지어져 있어서
오골이들의 피난처로는 안성맞춤이었죠.
교장을 맡고 계신 분이 농민운동을 하는 분이고
우리 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높이 사 주셔서
주위의 곱지 않을 시선을 감수하고 선뜻 오골이들을 받아주시기로 한 거였어요.
이래저래 저도 걱정을 하지 않았죠.
우선은 우리 오골이들로 인해 그곳 양계농가들이 피해를 입을 상황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제게 있었고,
내남없이 힘을 합쳐 우리 것을 지킨다는 아름다운 선례를 남기고 싶었어요.
교장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저보다 더 놀라시더군요.
엊저녁 한 모임에서 상주시 축산과장을 만나 오골이 얘기를 했다는데,
그 때문에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데 대해 충격을 받으셨나봐요.
진상을 알고 보니, 상주시 축산과 직원이 양계농가들에게 논산시청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오골계를 보내지 말라고 항의전화를 하도록 사주했다는 거예요.
설사 농민들이 괜한 우려에서 반대를 하더라도 설득을 해야 마땅한 위치에 있는 공무원들이
가만히 있는 농가를 선동해서 국가적인 대사를 그르치다니...
그동안 피난준비를 하며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다릿심이 스르르 풀리면서 폭삭 주저앉을 것만 같았습니다.
곤히 자다가 얼떨결에 붙잡혀 나온 암탉 한 마리가
비좁은 상자 안에서 엉거주춤 앉아 알 하나를 떨어뜨렸습니다.
"너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네 본분을 다 하는구나."
그 길로 차를 돌려 농장에 돌아와서 아이들을 풀어놓고
이삿짐을 가지러 다시 상주로 향했습니다.
오골이들이 피난생활을 하기로 한 계사에 하루 사이에 수도가 놓이고,
멋진 삼단 횃대가 만들어지고, 폐품 서랍장을 이용해 만든 알둥우리가 놓여져 있었어요.
아 참, 사료창고까지... 너무나 완벽한 준비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마 인연이 여기까지 밖에 안 되는 모양입니다."
공무원을 너무 믿고 실언을 했노라며 어쩔 줄 모르는 교장님께
위로랍시고 한 마디 던지고는 아이들 짐을 챙겨 싣고 맥없이 돌아서 왔습니다.
귀하디귀한 우리 오골이들이 못난 에미 만나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아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첫댓글 정말 속상한 일이네요. 사람이란 게 참 그렇네요. 내것도 소중하고 남의 것도 소중한 법인데 어쩌면 ... 교장선생님도 믿고 한 말에 일이 이지경이 되었으니... 마음이 답답해 집니다. 힘 내세요. 까짓것 오골이들 한테는 그래도 자기네 집이 젤이지... 엄마랑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일이 이렇게 되어가나 봅니다. 우리 승숙씨 어찌 위로를 드려야 할지... 그래도 뭐 힘 내야지...건투를 빌며 아자!
애들이 멀미를 해서 세 마리가 비실비실 해요..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면 몇 마리씩 축이 나는데.. 벌써 동두천에서 세 마리, 무의도에서 한 마리가 죽었어요.. ㅠ.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도로 풀어주면서 "우리 애기들.. 엄마랑 드라이브 했네..."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지요.. 근데 아무도 대꾸를 안하더군요. ㅋㅋㅋ
아이구 가슴아프네요. 안타깝다... 말이란 것이 그렇네요. 말 조심을 해야 하는데.. 힘내세요.
그러게요.. 이사 마칠 때까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자고 다짐다짐했는데.. 막판변수가 생긴 거예요.. 상주에는 그동안 세 번이나 오가면서 완벽하게 이사준비를 했거든요.. 제비꽃 님 말씀마따나 이사가지 말라는 뜻으로 알고 제 품에 품고 있을랍니다. ㅎㅎㅎ
아! 짜장이 밀려오네. 이건 무슨 007작전도 아니고....이사도 맘대로 몬하나? 암튼간에 오골이엄마께서 더 힘내셔야 겠네요. 도와드리지 못하는 것이 넘 안타깝습니다. 참! 보내주셨던 계란 너무 감사했습니다. 오늘 상담 온 아이가 오골계란을 찾네요. 오늘도 공짜로 주는 줄 알았답니다. 맛이 좋았다는 거~~^^ 힘내세요.
그 아이 혹시 염불보다 잿밥에...??? 공짜라서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오골이를 위하여 힘써 싸우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계모님을 먼발치로만 봐서 잘 몰랐는데...이러한 마음과 정성이 있다니...존경스럽습니다. 분발하시고 오골이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저도 기원드리겠습니다^^
무공 님, 저도 시간선 마지막 날 처음 뵈었습니다. 너무 늦게 알아서 개인적인 친분을 덜 쌓았지만 우리 모두 NLP 가족 아니겠습니까. 마음으로 통하는...
힘내세요.환경 오염으로 오골이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위협을 받는 시대가 되었네요 .오골이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병원균 으로부터 건강하게,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아야 되겠네요 ...그러면 오골이도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될꺼고 계모님도 속상하지 않을건데 ....하늘 나라에서 할아버지 ,아버님 께서 지켜주실려고 이사 못가게 하는지도 모르지요...^^
병술년 마지막 날에 이런 가슴 미어질 일이 동냥은 못주어도 쪽박은 깨지말라는데 쪽박을 깨는 이런자들이 너무 많기에 이사회가 점점 더 어지러워지니 정말로 가슴아프고 통탄할 일이로다. 오골이 엄마 너무 상심마세요 직접적인 모움은 못드려도 오골이 와 오골이 엄마 걱정을 하는 많은 이들의 정성으로 무사할것입니다. 밝아오는 정해년 새해에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