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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응... "
지금 나는 변태놈의 집앞에서 고민에 빠져있는 중이다.
들어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집에 가버릴 것인가?
인수오빠의 고백에 흔들리고 있는 내가
태연히 변태놈에게 공부를 시킬수 있을거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수업을 할것인지 아니면 집에 갈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다.
게다가 변태놈의 눈치가 어디 보통인가?
무디디 무딘 선영이조차 내 얼굴을 보면 무슨 일이 있는지 다 안다고 하는데
변태놈이 나에게 고민이 생겼음을 모를리가 없다.
" 어쩌지? 어떻게 하지? "
정신나간 여자처럼 문앞을 서성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수업을 강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남의 돈을 받으면서 하는 일인데, 이대로 집에가버리는 것은
고용인으로서의 의무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였다.
" 후우... "
깊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초인종을 누르자.
변태놈의 어머님께서 경쾌한 목소리로 문을 열어주셨다.
" 정선생. 어서와요. "
" 안녕하세요 어머님. "
" 호호호.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죠? "
" 하핫.. 그..그러게요-_-;; "
어머님의 말씀대로 정말 오랜만에 뵙는 듯 하다.
그러니까.. 무려 10회만에 만나는 듯한 그런 기분이랄까?
아무튼 오랜만에 어머님을 보니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된다.
" 그나저나, 수요일에는 왜 안왔던 거예요? 신재가 많이 기다렸는데. "
엥? 이게 무슨 귀신 포도알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머님을 쳐다보았다.
수요일날 내가 과외에 안나왔다고??
그럴리가!!! 월요일날 변태놈이랑 싸웠지만 다행히 화요일날 화해했으니,
수요일날은 당연히....당연히....당연.....악!!!!!
인수오빠의 고백에 정신이 팔려서 깜빡 잊고 있었잖아!!!
그랬다.
수요일날은 인수오빠때문에 내 정신이 아닌지라
과외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야 말았던 것이였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변태놈의 과외수업을 잊어버릴수 있냐고
물으시는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첫번째로 20만원을 훌쩍 넘는 음식값으로 놀라 제정신이 아니였고,
두번째로 까페에서의 싸가지종업원때문에 화가나 제정신이 아니였으며,
세번째 인수오빠의 고백때는 너무 놀란나머지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렸으니...
당신 같으면 제 정신이 아닌데 과외 수업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할 수 있겠어!?
뭐, 제정신이 였든 제정신이 아니였든
연락 하나 없이 과외를 오지 않은 것은 분명 내 잘못이였기에
나는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어머님께 용서를 빌었다.
" 어..어머님!! 정말 죄송해요.
수요일날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깜빡하고 있었어요...."
" 호호호. 뭘 그럴수도 있죠.
난 또. 월요일날 울면서 뛰쳐나간것때문에 수요일날 안오나 싶었지. "
헉!!! 그러고보니 내가 그날 울면서 뛰쳐나갔었지-_-;;
그리고 그걸 어머님께 들켰고!!
" 그날 어찌나 놀랬던지.. "
" 하..하핫.. "
" 신재녀석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싶어 물어보려고 했더니
문을 잠궈놓고 열어주지도 않지 뭐예요.
그래놓고는 다음날 멀쩡한 얼굴로 돌아오더니,
또 수요일부터는 냉기를 폴폴 풍기던데... "
" 그...그랬군요... "
"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
" 아...아하하하하하하-_-;;; "
" 정선생? "
" 어..어머님 저 먼저 올라가볼게욧!!!! "
은근한 눈빛으로 그날 내가 보인 눈물의 이유를 요구하는 어머님의 시선에
어설픈 웃음으로 대항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2층으로 후다닥 뛰쳐올라가버렸다.
뒤에서 어머님이 '정선생. 텔 미 와이!!'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귀를 틀어막고 무시해주었다.
" 후우후우.. 큰일 날 뻔 했네. "
변태놈의 방문앞에서서 숨을 고르며 아랫층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어머님은 2층까지 올라올 생각없어보였고,
그때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날 내가 보인 눈물의 이유를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차마 어머님께 '변태놈이 차가워서 울었어요!'라고 할순 없지 않은가?
어머님께서 2층까지 안올라오시는게 천만 다행이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변태놈의 방문에 노크를 하려던 나는 이내 행동을 멈췄다.
뭔가가 이상한 기분에 쉬이 문을 두드릴수가 없었다.
아까... 어머님과 얘기하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던것 같은데..
그게 뭐였지?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머리를 굴리던 나는
나를 괴롭히는 이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낼수 있었다.
왜 수요일날 과외를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변태놈은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연락 안한다고 눈물까지 보였던 변태놈인데,
사전연락도 없이 과외를 빼먹은 내 행동에 가만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수십번도 넘게 전화해서 빨리오라고 다그쳐야 정상인데...
혹시나 싶어서 핸드폰을 꺼내 부재중통화내역을 확인했다.
하지만 역시나 변태놈의 번호는 찍혀있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어제랑 오늘도 문자하나 없었다.
이상해.... 이거 너무 이상하잖아......
우리 분명히 화해했는데...
변태놈이 나 업어주면서 살찐것 같다고 해서 내가 투정도 부렸는데..
그런데.... 왜 변태놈은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 걸까....
변태놈의 무연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문앞에서 한참 고민에 빠져있던 나는
변태놈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생각하며 예의상의 노크를 두어번 해주며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 신재야 안녕? "
" ....... "
잔뜩 오바하며 환하게 웃어보였건만,
변태놈은 나를 쳐다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신재야? "
" ....... "
다시 한번 불러봤지만 여전히 대답 없는 변태놈.
저 모습. 언제가 한번 본적이 있는것 같은데 말야...
기억을 더듬던 나는 변태놈이 언제 저런 모습을 보였는가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변태놈이 전에 저 행동을 보였을때 왜 그랬는 가를 찾아낼수 있었다.
설마... 변태놈... 삐진건가?
정말로 변태놈이 삐진거라면... 백날 불러봤자 대답을 안할게 뻔했기에
나는 아까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변태놈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 저기 신재야? 뭐라고 말 좀 해봐봐. 응? "
" ...... "
역시!!!!
변태놈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자 나는 놈이 삐진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면 변태놈이 연락을 안한 이유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뭐야? 삐져서 연락 안한거구나? 에이~ 속좁은 녀석 같으니!!
이상했던 점도 해결되었겠다,
이제 남은 건 변태놈의 화를 풀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익숙하지도 않은 애교를 피워보기로 마음먹었다.
변태놈이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내가 애교를 피우면 화를 풀어줄거라는
이상한 자신감때문이였다.
" 신재야아아. 너 삐졌지? "
" ...... "
" 에이~. 너 내가 연락도없이 수요일날 과외 안와서 삐진거 맞지? "
" ...... "
" 어우야~. 미안미안해. 내가 그날 제정신이 아니라서 깜빡했지 뭐야. "
어울리지도 않게 콧소리를 잔뜩 내가며 말하건만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변태놈.
이거 아무래도 하는 거 보니까... 뽀뽀해달라 이거지?
아무튼 하는 거 보면 진짜 어린애라니까.
" 알았어. 알았어. 내가 뽀뽀해줄게. 그러면 화풀어줄거지? "
변태놈의 마음을 어림짐작한 나는 피식 웃으며 선심이라도 쓴다는 듯 말했고.
타악!!!
변태놈은 자신의 얼굴에 손을 뻗는 내 손을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내리쳤다.
" 시...신재야? "
" ........수업.... 안하실겁니까? "
" ....신....재..야?... "
" 쓸데없는 짓은 그만하고... 공부나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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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몇편만에 신재가 등장하는건지...
게다가 등장하자마자 저런 짓을!!!
이거 남주인공 체인지해야하는거 아닌지 몰라용~_~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위 험 한 과 외 (41)
초콜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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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26 16:49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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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허헐;; 오랜만에 등장해서 신재가 삐졌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신재...신재가,,, 왜그럴까요?..혹시, 인수와 즐겁게 데이트(?)하던 모습을 보았던게 아닐까...싶은데.ㅠ_ㅠ
똥까루님~ 그런가봐요 ㅋㅋㅋ 오랜만에 등장시켜서 신재가 삐졌나봐요 ㅋㅋㅋ
시골햄스터님~ 음.. 그 추측.. 충분히 신빙성이 있군요.. 인수와 희연이의 데이트장면을 본 신재!!!! 윽.. 생각만해도 열받을 일이죠..
신재의 본래 성격이 나온다..
그래이래야돼는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