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버지의 명령을 지키러 어느 여인의 뱃속에 들어 간 날.
나는 "인간을 지켜라" 라는 말을 빼고 모든 기억을 잃었다.
어둠 속의 따뜻함. 나는 이 곳을 부를 때면 항상 그렇게 불렀다.
어둡고 또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 곳은 항상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주었다.
나는 이 곳이 마음에 들었다.
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기분좋은 심장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고 어쩌다 그 사람의 기분
이 좋기라도 하면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고는 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고 나를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마음
에 걸리기는했지만 행복했다.
시간이 얼마나 오래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곳에서 더군다나 움직이지도 않은 채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몸이 움직이고 싶어 간질간질했던 나는 가끔씩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심심하고 지루한 맘을 달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쓰다듬는 것을 느꼈다.
직접적으로 쓰다듬는 것은 아니었지만 행복한 듯 웃으며 나를 쓰다듬는 것이 느껴진 후,
나는 의도적으로 그 따뜻한 손길을 느끼기 위해 손가락를 움직이거나 일부러 이 공간을 발로
차고는 했다.
어느 날 나는 이 곳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금방 접고 말았다.
나는 내가 누군지 궁금했고, 이 곳은 어떤 곳인지도 궁금했으며, 이 곳 밖에 있는 사람들도
궁금했고 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궁금했다. 하지만 왠지 지금 이 곳을 나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은 그 생각을 접어버렸다.
물론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긴 했지만.......
오늘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즐거웠다.
거기에다 뽀너스로 나를 가진 사람이 아주 맛있는 것을 먹었다.
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날 가진 사람이 만족스러워 하는 것을 보니 분명 엄청나게 맛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만족스러웠다. 영양분이 많았었는지 배가 금방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듣고있는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질정도로.......
기분이 좋아진 나는 발을 살짝 움직였다.
또 나를 쓰다듬었다. 후후! 이 손길이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한지 아무도 모를것이다.
그러다가 날 가지고 있는 사람...아니, 한 명이 더 있었다. 가끔씩 들려오던 낮지만 왠지 모
르게 정겨운 목소리였는데, 날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함께 나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쁜 말은 아닐 것이다. 왜냐고? 왜긴 왜야. 그냥 그렇
게 느꼈다는데 '왜'가 왜 나와?
흠흠......어쨌든 그 목소리가 너무 조용조용한나머지 나는 졸려왔다. 그래서 스르르 잠이
들려는 순간!
갑자기 무슨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나에게 조용히 속삭이던 사람도 놀랐는지 크게 소리질렀다.
"무슨일이냐?"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무서웠다.
꺄악!하는 비명소리가 들여왔다. 무슨 일일까? 항상 아늑하기만 했던 이 곳이 어두워서 그런
지 더욱 무서웠다.
나를 가진 사람이 어딘가로 급히 가고 있었다. 물론 뛰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나 때문일 것
이다.(내가 그렇게 무거운가?)
내 몸이 떨려왔다. 나를 가진 사람의 떨림 또한 점점 심해져왔다.
도데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도망가시오"
"그럴 수는 없어요. 저보다는..."
"당신의 뱃속에 소중한 아이가 있소. 그리고 당신을 잃을 수는 없소."
"하지만....좋아요. 가겠어요. 당신과 같이요!"
"제발 가시오. 나는 갈 수가......"
눈물이 흘렀다. 갑자기 어디선가 슬픔의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를 가진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울음 소리가 나를
너무나 고통스럽게 했다.
그리고 나를 가진 사람이 어떤 것을 안는 것이 느껴졌다.
"안돼!"
악에 바친 비명소리가 내 심장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눈물이 흘렀다. 나를
가진 사람은 목이 쉬도록 오랫동안 울어댔다.
"신이시여! 이럴 수는 없어요! 제발 이사람이 절 떠나지 않도록 해주세요! 제발!!흑...
절 버리고 가지 말아요!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기로 했잖아요! 제발!!!흑흑...."
끝없는 슬픔 속에서 나는 꿈틀대며 움직였다.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아....아...
갑자기 온몸이 뜨거웠다. 타오르는 열기가 느껴졌고 고통스러웠다.
점점 소리가 작아졌다. 격렬하게 흐느끼던 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았다. 크게 들려오던 심
장소리마저 희미하게 조금씩 들려올 뿐이었다.
뜨거움을 참지 못한 날 가진 사람이 앞으로 꼬꾸라졌고 갑자기 소리쳤다. 여전히 뭐라고
하는 것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말에 담긴 내용이 결코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목소리가 무서웠기 때문에.......내가 지금까지 들어 왔던 상냥한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저렇게 섬뜩했던 목소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내가 너희들을 저주할 것이다! 감히 나의 소중한 가족을!!감히!!!"
멀리서 들려오던 비웃음소리가 아직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미웠다. 이유는 몰랐지만 그냥 미웠다. 증오스럽고 화가나며 욕하고 싶었다.
"피를 사랑하며 낮을 증오하는 어둠의 지배자시여! 증오하고 또 증오합니다. 부디.....
부....디...................."
심장소리가 멈췄다. 점점 숨이 막혀왔다. 아아.....제발......살..려...줘.......
점점 눈이 감겨오는 데 갑자기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러놓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어디있냐? 나참! 어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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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주인공 시점에서 쓰는 소설인데 주인공이 아직 태아라서 무언가 분위기가 신비롭군요. ;;;
아아...그런가요? 왠지 기분이 좋네요.제가 원하던 소설이 그런 소설이라서.....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