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10:1
출애굽기의 열 재앙을 읽다보니 산골 소년으로 타임 슬립 하는 느낌입니다.
저는 ‘15소년 표류기’를 읽고서부터 무인도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걸핏하면 남산에 올라가 토끼몰이를 했고, 대나무를
쪼개 활을 만들거나 소나무를 깎아서 단창을 만들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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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형들을 따라 칙을 캐러 갔었는데 땅이 얼어서 칡을 캐지 못하고
뫼 동 옆에서 '삐 비'(띄, 삘기)를 뽑아 허기를 채운 적이 있습니다.
'삐 비'는 첫 입에 나는 풀 향을 빼면 거의 무맛인데 오죽 먹거리가 없었으면
풀을 뜯어 먹었을까요? '삐 비'50개를 먹어도 너무 배가 고파서 생전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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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를 잡아 구워먹기로 조무래기들끼리 의기투합을 했지요. 메뚜기의
종류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예컨대 유 재석 등등), 제 기억은 검 갈색 숏
다리로 생긴 Loser 풀무치가 아니었을까? 한 사람당 100마리씩 잡아서 구워
먹자고 약속을 했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 가방을 열었을 때 죽은 줄 알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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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도망치는데 아뿔싸, 애써 워드 쳐놓은 원고가
싹다 날아가 버린 것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진 접에 터를 잡았으니 나와바리
시찰을 명분으로 장 현과 진 접 일대를 뚜 벅이 순찰을 했습니다. 소장님이
제 차(car)패스 권 처리 했다고 해서 이제부터 주차비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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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를 150만원을 내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한다는 갑사 질이 메뚜기처럼
튀어나오려는 걸 워워 하고 눌러놨습니다. 진 접과 장 현을 가르는 경계선은
도로 사이로 흐르는 실개천입니다. 장현 근처가 왕숙 천, 진 접 쪽으로 진벌
천이 흐릅니다. 이미 왕숙 천 신 도시 개발 토지보상이 끝났고 조만간 개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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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으로 압니다. 금곡 리 쪽 신안 인스 빌 앞이 역세권이 되면서 벌써
아파트 가격이 3-4억이 뛴 것으로 압니다. 장 현이 불과 5년 전까지 만해도
서울만큼 상가가 비쌌는데 지금은 현대병원 빼고 상권이 거의 다 죽었어요.
30년 전에 팔 현리 ‘은 항아리’를 별장처럼 다녔던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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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허허벌판이 문명으로 탑을 쌓았고 지금 다시 진 접 지구에 새로운 바벨
성을 쌓고 있는 형국입니다. 진 접의 상업 지역은 롯데시네마권이 유일합니다.
빌딩 샀다가 고생만 하고 손들고 나간 해밀턴 사우나 사장도 알고 호텔해서
돈 번 아줌마, 과일가게 부부, 김밥 집, 5층 오락실, 그리고 후배 놈이 노래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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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을 것입니다. 장 현에 마사지 숍이 다 없어지고 3개가 남았는데 진 접은
우리 롯데시네마 상가만 해서 5개가 됩니다. 장사가 되니까 몰려있겠으나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에스더는
아빠가 한 번도 보고 싶지 않나봅니다. 톡을 보내도 씹고 전화도 없네요.
하나님께서도 잠수 탈 때마다 저처럼 애간장이 녹았겠지요. 악아, 잘 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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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밖에 (호수/정지용)“
2021.4.22.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