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만나는 연말 행사[직업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출처 동아일보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537951?sid=110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올 한 해도 바쁘게 보냈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던 것일까?” “직장생활 수년 혹은 수십 년을 했는데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일했던 것일까?”
연말에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리고 이런 반성을 원하지 않는다면 왜 이런 상태에 이르게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루를 돌아보자.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컵을 마신다.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계란프라이를 먹고, 이를 닦는다. 차를 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한다. 도착하면 컴퓨터를 켠다. 이메일을 확인한다. 늘 받는 이메일 요청에 늘 하는 방식으로 답변한다. 집에 와서는 유튜브 동영상을 가끔씩 보고 인터넷 쇼핑몰 검색을 하거나 주식 가격을 확인한다. 꼭 보고 싶거나 봐야 할 것이 아니지만 소셜미디어나 TV 프로그램을 30분 넘게 보고 있다…. 하루 24시간 중 우리는 상당 시간을 별생각 없이 보낸다. 과학적으로 볼 때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되도록 최소한의 인지적 노력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한다. 마치 우리가 굳은 결심이 있어 계단을 걷지 않는 한 되도록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몸의 에너지를 아끼려는 것과 같다.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뇌는 ‘자동(autopilot) 모드’로 움직이게 된다. 의도나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기란 정말 쉽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각종 자극이나 요청에 반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 먹거나 마실 생각이 아니었는데, 과자 한 봉지나 음료 한 캔을 나도 모르게 다 먹고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
직장을 퇴사하고 허탈감이나 우울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를 과학적으로 이해해 보자. 오랜 시간을 자동 모드로 직장에서 주어지는 각종 자극, 예를 들면 회의, 회식, 이메일, 각종 요청 등에 반응하면서 정신없이 살았는데, 직장을 떠나자 그러한 자극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반응할 대상이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자극을 만들어낼 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이나 일의 의도를 갖고 하루를 시작하기보다, 바쁘게 주어지는 환경에 반응하는 것으로 하루를 모두 채우다 보면 하루, 1년, 심지어 10년 넘게 정신없이 살았는데, 내가 뭐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허탈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올 3월 미국 버클리대 경영대학원 수업에서 만난 ‘에픽(Epic)’의 저자 캐럴린 벅 루스는 “목적이 있으면 (직장을 나와도) 일자리를 잃을 일이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올해 내내 이 말을 곰곰이 씹어보게 되었다. 삶이나 일에서 자기만의 의도가 명확하면 직장을 옮기든, 나오든 항상 일하고 살아갈 의욕과 하고자 하는 일들을 만들 수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 오랫동안 해오던 목공 작업으로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내 생애 첫 전시를 잘 마쳤다. 관람객들에게 방명록 대신 페인트를 섞는 나무 막대기에 자신이 삶과 일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도록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면서 오랫동안 고민하기도 했고, 심지어 고민 끝에 적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말에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지 꽤 되었다. 이때가 내가 삶과 일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 방법은 올해 나에게 있었던 가장 좋은 뉴스 10가지를 꼽아 보는 것이다. 통상 10월경부터 나는 아내와 한 해의 10대 뉴스를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마침 오늘 그 결과를 그림과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내가 일하면서 올해 좋았던 10가지 순간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연말이다. 모임도 많을 것이고, 그중에는 빠지기 힘든 것들이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과 대면하며 혼자서 보내는 연말 행사는 어떤가? 좋아하는 공간에 가서 따뜻한 음료를 시켜 놓고, 스마트폰이 아닌 공책에 내가 원하는 일과 삶의 모습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림을 그려 보거나,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들을 열거해 보는 시간은 어떨까? 그렇게 찾아낸 일과 삶의 의도를 떠올리며 하루하루 살다 보면 내년 이맘때에는 올해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빛명상
돌아보기
내일을 두려워하는 대신
오늘 열심히 살았는가
잘못된 결정을 후회하는 대신
새로운 시작을 했는지
남들의 잘못을 용서하는 대신
나의 잘못을 뉘우쳤는지
갖지 못해 불평하는 대신
하나라도 베풀었는지
빛(VIIT)마음으로 관조하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
돌아보기 우리의 빛(VIIT)마음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340-341
관조
관조觀照.
사전적 풀이를 따르자면 ‘고요한 마음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음미해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바쁘게 가던 길을 잠시 멈추어 서서
내 마음과 행동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무작정 앞만 보고 가다보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왔던 길을 되돌아보고
때로는 반성도 하다보면 자신의 삶을 더욱 성숙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출처 : 향기와 빛VIIT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P. 92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바라보고
나의 행동보다는 남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익숙한 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이 순간만큼은
내가 한 생각,
내가 한 행동,
내가 한 말들,
지금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마음속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가요?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164-165
癸卯년 한해의 끝이 저만치 보입니다.
빛카페가 있어 한 해를 돌아보는 글을 읽고 또 스스로 한 해를 비추어봅니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해를 돌아보며 감사드립니다.
빛안에 관조의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빛의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