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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산 기암괴석.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월류봉(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이라고 한다. 월류봉 아래 청량사가 있다.
해인사 원당암.
청량사 전경.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
청량사 석등(왼쪽)과 삼층석탑.
해인사 원당암 염화실.
청량사 석조여래좌상. 입춘이 지나면 동해동풍이라 차가운 북풍이 걷히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수ㆍ경칩이 오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했는데 절집의 산사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래도 가야산 홍류동 계곡 버들개지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는 봄의 교향악처럼 청아하게 들려왔다. 유난히 폭설이 많았던 겨울 우리나라도 지구의 온난화 영향을 피해 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여행은 스승이요,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이라 생각하며 늘 길을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여름 방학 북유럽 노르웨이 여행에서 만난 빙하가 매년 눈에 띄게 녹아 줄어들어 거대한 물줄기로 흘러내리는 것을 보면서 지구의 온난화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남태평양의 작고 행복한 나라 투발루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자연의 재난인 지구의 온난화를 막는 것은 이제 순전히 우리들의 몫이다. ▲가야산 해인사 1번지 원당암 가야산 해인사 홈페이지에 2013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4년간 세계문화유산 및 세계기록유산인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판을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장경판전 전체 (수다라장 서편 제외)의 관람을 제한한다고 하였다.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하는 어떤 비법이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무조건 통제하고 제한만 하는 것이 최상의 해결 방법은 아니다.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국민 모두의 귀중한 재산이라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은 곧 불교가 풀어야 할 당면한 과제이다. 지난해 통제를 하기 전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판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행운을 위안으로 삼고 홍류동천의 무생교를 건너 원당암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원당암은 ‘해인사 1번지’ 같은 상징적인 암자다. 신라 왕실의 원찰로 세워졌으며 대적광전과 마주보는 비봉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본디 이름을 봉서사라고 했다. 또한 해인사와 역사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겨울암자는 항상 정숙하며 고요하고 적막하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원당암은 일반인들도 스님들과 똑같이 여름과 겨울에 한철씩 안거에 들어가 수행을 하는 국내 제일의 재가불자 참선도량이다. 암자의 역사는 신라 제40대 애장왕 (3년, 802)이 왕실 직할사찰인 해인사를 창건하여 공주의 난치병이 낫자 부처의 가호로 여겼다고 한다. 왕은 서라벌을 떠나 가야산에 임시로 작은 집을 지어 절 공사를 독려하며 정사를 보기까지 하였는데 현재의 원당암이다. 보광전 앞에 있는 해인사 원당암 다층석탑 및 석등(보물 제518호)이 암자의 역사를 더해주고 있다. 탑신을 점판암으로 만든 청석탑으로, 점판암은 벼루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석재이다. 땅과 맞닿아 탑의 토대가 되는 바닥돌은 화강암을 이용하여 3단으로 쌓았으며, 그 위에 탑신을 받치는 기단과 지붕돌은 점판암으로 구성하였다. 기단은 1단으로 밑면에는 돌아가며 연꽃무늬를 장식하였고, 윗면은 네 모서리에 대리석 돌기둥을 세웠으며, 맨 윗돌에는 연꽃무늬를 새겼다. 탑신의 몸돌은 남아 있지 않고 지붕돌만 10층이 쌓여 있다. 지붕돌은 경사진 4면이 매우 평평하고 얇으며 밑면엔 낮은 3단의 받침이 새겨져 있고 처마는 네 귀퉁이에 이르러 위로 살짝 들려 올라갔다. 탑의 꼭대기에는 화강암으로 만든 머리장식받침이 낮게 있고, 그 위로 복발이라고 하는 엎어놓은 그릇 모양의 장식이 높직하게 남아 있다. 석탑 옆에 있는 석등은 탑과 거의 동일한 시대 9세기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여겨진다. 6각형의 바닥돌 위에 아래받침돌과 중간받침돌, 지붕돌로 이루어졌는데, 아래받침돌과 지붕돌이 점판암으로 되어 있고 다른 부재는 화강암이다. 불을 밝히던 부분인 화사석이 남아 있지 않다. 원당암에서 다층석탑과 석등을 만나고 홍류동천을 따라 해인사 말사 청량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옛 고향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가벼웠다. ▲천불산(매화산)·청량사 매화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남산제일봉으로 해발 1054m이다. 매화산은 한창 산을 좋아했던 시절 자칭 어설픈 산사람이라고 하며 여러 번 올랐다. 청량사가 있는 매화산의 원래 이름은 천불산이다. 제일 높은 봉우리를 남산제일봉이라고 하는데 잘못된 이름이라고 <합천의 전설과 설화>(합천문화원. 박환태 편저. 2008.8.1.) 178쪽에 밝혀 놓았다. 원래 매화산을 천불산이라고 한 것은 먼 곳에서 남산 제일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면 마치 스님들이 불경을 펼쳐놓고 앉아있는 형국이라고 해서 천불산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천불산 제일 높은 봉우리는 월류봉(月留峯 :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적 표현인가! 매화산 근처에 매화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그런데 왜 매화산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직 산을 오르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바쁘게 산에 오르다 보면 세월이 지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혜민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라고 했다. 때로는 사는 것도 느리게, 때로는 가볍게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살다 보면 잊고 있던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보인다. 얼마 전 일본 나오시마 섬에 있는 안도 다다오 건축 지중미술관을 다녀오는 길에 다카마츠시에서 고베시까지 관광버스를 타고 136km를 이동하는데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3시간쯤 걸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반 정도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여행을 하는 4일 내내 운전자가 운전 중에 휴대폰으로 단 한 번도 통화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우리보다 못한 것은 결코 아니다. 등하굣길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모두 노란 모자를 쓰고 반바지에 책가방을 메고 자신의 소지품은 양손에 들고 가는 모습에서 교육의 기초가 무엇인지 느껴졌다. 해인사는 창건 이래 일곱 차례의 대화재로 잿더미로 변했다. 해인사에서는 화기를 누르기 위해 월류봉에 5월 단옷날 소금단지를 묻는 풍속이 있었다. 화기를 묻기 위한 처방이다. 한자로 묻을 매(埋), 불 화(火)가 되어 埋火山(매화산)이 되었는데 훗날 결국 한자로 인해 梅花山(매화산)으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매화산의 원래 이름인 천불산으로 고쳐 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겨진다. 이제 매화산을 천불산으로 고쳐 쓰고자 한다. 청량사 이정표에는 천불산 청량사로 쓰고 있다. 청량사로 가는 길은 매화산로(군도59번) 합천군 가야면 황산리 버스정류장에서 옛 양어장을 옆에 두고 청량동길로 쉬엄쉬엄 2.8km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황산저수지를 만난다. 국립공원 청량동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매표소가 기다리고 있다. 천불산으로 가는 등산로를 버리고 가파른 길을 잠시 올라서면 높은 축대 위에 서있는 청량사가 반겨준다. 청량사의 유래는 삼국사기 ‘열전’에서 찾을 수 있다. 고운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 벼슬에는 뜻이 없었고 산수 사이에서 소요하고 강과 바다에서 노닐었으니, 누대와 정자를 지어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기도 하고, 글을 읽고 시를 읊조리며 한 세월을 보냈다고 하였다. 그중의 한 곳이 합주(지금의 합천)의 청량사라고 하였다. <신중동국여지승람>에도 ‘월류봉 아래에 있다’라고 했다. 천불산 청량사는 신라말기 이전부터 있던 옛 절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옛 자취는 씻은 듯이 사라진 새 절이다. 여러 해 동안 이어진 불사로 새 단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을 할 필요는 없다. 높은 축대를 따라 맷돌 징검다리를 따라 대웅전 앞마당으로 들어서면 통일신라시대의 보물 3점인 석조여래좌상과 삼층석탑, 석등이 단아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석조여래좌상은 균형 잡힌 신체와 당당한 조형감이 있어 9세기 석불을 대표하는 수작이다. 삼층석탑과 석등은 대웅전에서 바라보면 마치 하늘에 떠있는 느낌을 주며, 석탑은 하층기단이 3층이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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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합천쪽 청량사는 처음 알게 되네요. 오래전에 가본 해인사 추억을 떠올리며 잘 보았습니다.
다음에 갈 기회가 되면 청량사에도 꼭 들러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