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여울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시인의 시 이야기]
영원한 민족 시인이자 우리말로 가장 우리 민족의 정서와 심성을 잘 표현한 시와 감성의 연금술사인 시인 김소월, 그의 시 한 편 한 편은 마치 한 올 한 올의 금사로 곱게 짠 비단결처럼 슬프도록 아름답고, 절절한 감흥의 물결로 마음이 흠뻑 젖도록 감동으로 이끕니다.
<진달래꽃>, <산유화>, <못잊어> 등 그 제목만으로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주옥같은 시는 아무리 거칠고 메마른 목석같은 사람에게도, 뜨거운 감동의 물결로 출렁이게 하지요. 특히, 시 <개여울>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잘 나타난 시이지요. ‘가도 아주 가지 않겠다’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그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순정은 누구라도 사랑의 감정에 깊이 물들게 하지요.
<개여울>은 오래전 노래로 만들어져 가수 정미조가 불렀는데, 시와 곡조가 어쩜 그리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때론 아련하고 또 때론 뜨거운 열정으로 빛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픈 감흥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저녁놀 붉게 물드는 강변을 걸으면서 또는 잔바람에 파르르 물결이 이는 강가에 앉아 이 시를 읽어보세요. 이 시가 왜 우리들의 가슴을 애잔하게 하고 은은한 감동으로 이끄는지를 느끼게 될 테니까요.
출처 : 《위로와 평안의 시》
엮은이 : 김옥림, 펴낸이 : 임종관
김옥림 :
-시, 소설, 동화, 교양, 자기개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꽃들의 반란》,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사랑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들》, 《탁동철》,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안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의 마음의 온도》, 《법정 행복한 삶》, 《지금부터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멋지게 나이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인생의 고난 앞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마음에 새기는 명품 명언》, 《힘들 땐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아》, 《법정 시로 태어나다》, 《이건희 담대한 명언》 외 다수가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