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식으로 고향 가기
정 회장은 정 회장답게 고향에 갔지만
나는 내 식으로 고향에 가고 싶다.
완행열차를 타고 개성역에 내리고 싶다.
나 홀로 고개를 넘고, 넓은 벌을 쉬엄쉬엄 걷다가
운수 좋으면 지나가는 달구지라도 얻어 타고 싶다.
아무의 환영도 주목도 받지 않고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표표히 동구 밖을 들어서고 싶다.
계절은 어느 계절이어도 상관없지만 때는
일몰 무렵이면 참 좋겠다.
내 주름살의 깊은 골짜기로 신산함 대신 우수가 흐르고,
달라지고 퇴락한 사물들을 잔인하게 드러내던
광채가 사라지면서 사물들과 부드럽게 화해하는 시간.
나도 내 인생의 허무와 다소곳이 화해하고 싶다.
내 기억속의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해도
어느 조졸한 툇마루, 깨끗하게 늙은 노인의 얼굴에서
내 어릴 적 동무들의 이름을 되살려낼 수 있으면
나는 족하리라.
- 박완서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첫댓글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대목이 있어서
필사해 옮겨 봅니다.
작가는 결국 개성에 가지 못 하고
작고하셔서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북으로, (내친 김에 유라시아 대륙까지 기차 타고) 여행할 수 있을까요.
가능이나 한 걸까요........
박완서님의 수필을 재미있게 읽은적이 있는데 시처럼 압축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쉽고도 재미있게 표현하시는 달필에 무척 친근감을 느끼게됩니다!
공감합니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야 고향을 갈수있겠죠 ♡
ㅠㅠ
박완서님 수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