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상속에 대하여

상속포기에 관한 약간의 오해 1. 상속포기는 상속인이 된 시점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만 한다? 맞는 말입니다(정확히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입니다만...).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과연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자식들이 정확히 아는 경우가 오히려 더 드물죠. 그래서 그냥 장례 치르고 어찌 어찌 3개월을 보내다가 나중에 부모님이 큰돈을 끌어다 썼다는 것을 아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민법은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이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3개월이 지난 후라도 채무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점을 입증하면 상속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2. 상속포기를 하면 상속채무를 갚을 필요가 없으므로, 아버지의 빚 때문에 우울한 인생을 살게 되는 아들의 이야기는 이제 없다?    왜 없겠습니까. 제가 처리했던 사건 중에도 있었습니다. 이게 사실은 무서운 이야기라 다들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민법 제1026조에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하거나 빼돌리면서 채무만 갚지 않겠다고 상속포기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처분행위는 예금의 인출이나 보험금의 수령도 포함된다는 걸 꼭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보험금 수령인이 상속인으로 된 보험은 상관 없지만, 만일 보험금 수령인이 아버지로 되어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 보험금을 타버리면 위 조항에 의해 단순승인으로 의제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뭣 모르고 빚 있는 아버지의 보험금을 타버리면 빚도 상속된다'는 의미입니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제가 처리했던 사건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10대 아들을 대리해서 사실혼 관계에 있던 어머니가 아버지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건인가...그랬습니다. 사실 법률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지 다른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결국 그 어린 아들은 친권자인 어머니의 행동에 의해 아버지의 빚 수십억 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답니다. 어미의 잘못으로 어린 아들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다는 어머니의 하소연에 저도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만, 저로서도 달리 도리가 없었습니다. 아마 그 아들은 성인이 된 후에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아버지의 빚이 많은 걸 알고 있는 경우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 명의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보험금을 수령할 때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아차하면 다 뒤집어 쓸 수가 있으니까요. 3. 4촌인데도 빚 상속이 될 수 있나?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민법에 규정된 순서(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대로 차순위 상속권자가 상속인이 됩니다. 따라서 당연히 자기가 상속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신경도 안 쓰고 있던 4촌 형제가, 사망한 자의 자식들이 다 상속을 포기하는 바람에 어느날 갑자기 상속채무를 뒤집어 쓸 수도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흔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라 함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하는데,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이 되는 차순위 상속인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신고가 수리된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비로소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 사실을 몰랐던 경우에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나서 3개월 이내에 자신도 상속포기를 하면 됩니다. 좀 귀찮기는 하겠지만 이런 절차를 소홀히 하면 큰일나는 수가 있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