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 및 해설
청산과 녹수를 변함없는 내 뜻과 변덕스러운 임의 정으로 비유한 착 상이 신선한 시조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 황진이 (연정가)2
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시어 풀이
* 한 허리를 : 한 가운데를 * 버혀 내어 : 베어 내어
* 춘풍 니불 : 봄바람처럼 따사로운 이불
* 서리서리: 여러번 잘 포개어
* 어론님 : 정을 둔 임. 어른님 * 밤이여든 : 밤이면
* 구뷔구뷔 : 여러 굽이로 구불구불한 모양
☞ 배경 및 해설
이 노래는 일 년 가운데 가장 밤이 긴 동짓달에, 사랑하는 임을 그리 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외로운 여인의 마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조 선 전기의 대부분의 시조가 유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충의 사상을 노래한 것과 달리, 이 시조는 순수한 인간적 정서를 아름다운 언어 로 드러내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으며, 일 년 가운데 가장 긴 동짓달 밤 시간을 베어둔다는 기발한 착상이 돋보 인다. 즉, 홀로 있는 겨울밤의 막막한 시간을 잘라 내어 잘 보관해 두었다가 그리던 임가 함께 지내게 될 봄밤의 짧은 시간에 이어 붙 여 길 게 만들고 싶다는 표현은 추상적인 시간을 구체적인 사물처럼 가시화하면서 그리움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긴 겨울 밤과 임과 함께 하는 짧은 '봄 밤'을 서로 대조시켜 임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다는 자신의 심정을 잘 드러냈다. 또 한 '서리서리'나 '구뷔구뷔'와 같은 의태어를 사용해 여성 특유의 섬세 한 감각을 잘 표현했다.
서정적 자아가 그리는 대상은 화담 서경덕이라 전해진다.
산은 옛 산이로되- 황진이 (주제 : 인생무상)
山은 옛 山 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晝夜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시어 풀이
* 주야에: 밤낮으로 * 인걸: 뛰어난 인물 * 오노매라 : 오는구나
☞ 배경 및 해설
기생으로서 세상이 허무한 것을 자탄하는 탄식조의 시조이다.황진이 의 스승이었던 화담 서경덕의 사상이 크게 스민 작품이라 할 수 있 다.아니면 인걸은 서화담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이 시조는 단 순한 자연인 산과 물의 대조를 통하여 인생의 허무함의 철학적 의미 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변함이 없는 산과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과 의 대조, 흐르는 물과 사라지는 인간과의 대조를 통하여 인생에 대 한 허망함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어져 내 일이야 - 황진이<주제:임에 대한 그리움>(96대수능)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던가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시어 풀이
* 그릴 줄을 : 그럴 줄을 * 모로던가 : 몰랐던가
* 이시라 하더면 : 있으라고 했으면
* 가랴마는 제 구태여 : 자기가 굳이 가랴마는
☞ 배경 및 해설
작자가 사대부(士大夫) 황진사의 서녀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여 스스 로 시(詩)와 서예, 묵화와 음률을 배워 문인을 비롯한 석학들과 교류 하였다. 이 작품은 자존심과 연정 사이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아름 다운 우리말로 구사해, 여성만이 지닌 섬세한 감정을 진실하면서도 절실하게 표현한 시조이다. 화자는 임을 사모한다는 말도 못하고 그 냥 보내 버린 자신을 한탄하고 있다.
초장의 '어져'는 후회와 미처 깨닫지 못한 그리움을 내포하고 있다.
중장의 '제 구태여'는 앞뒤 구절에 모두 걸릴 수 있는 말로, 앞에 걸 렸을 때는 주체가 임이 되어 '임이 구태여'로 해석되며 뒤에 걸렸을 때는 화자가 주체가 되어 '내가 구태여'로 풀이할 수 있다.
종장에서는 여인이 겪어야 하는 이성과 감정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이 시조는 사랑하는 임을 떠나게 두고는 그리 워서 애달파하는 심정을 '자탄 - 이유 -자탄의 심화'라는 구조를 보 이면서 넋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노래는 이별가라는 측면에서 고려가요 <가시리>, <서경별곡>, 현 대시 <진달래꽃>과 맥을 같이 한다. 여성의 섬세한 표현이 부드럽고 고운 시어로 표현되어 있으며, 임을 위해 떠나 보낸 뒤 말없이 임을 그리워하는 동양적인 여인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청산리 벽계수야 - 황진이 <주제 : 인생무상에 대한 극복>5
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가 어려오니
明月이 滿空山하니 쉬여간들 엇더리
☞시어 풀이
* 청산리 벽계수 : 푸른 산 속을 흐르는 골짜기물
* 수이 : 쉬이, 쉽게 * 감을 : 가는 것을
* 일도창해 : 한 번 푸른 바다에 이르면
* 명월 : 황진이의 기명(妓名) * 만공산 : 빈 산에 가득함
☞ 배경 및 해설
임금의 친족인 벽계수(碧溪水)가 자기는 다른 사람들처럼 황진이를 한번 보면 침혹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늘 큰소리 친다는 말을 듣 고 황진이가 시험해 보려고 개성 구경을 청했다. 벽계수가 나귀를 타 고 달밤에 송악산 만월대에 이르니, 소복 차림한 미인(황진이)이 벽 계수를 쳐다보며 이 노래를 부르는지라, 벽계수가 마음이 황홀하여 자신도 모르게 나귀 등에서 내렸다 하여, 이 노래를 '벽계수 낙마 곡'이라 부른다.
초장의 '청산'은 영원이 변함없는 자연을 나타내며, '벽계수'는 순간 순간 쉬지 않고 변해가는 인간의 삶을 뜻한다. 한번 늙어 이 세상을 떠나면 다시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잠시라도 영원을 간직하는 마음으 로 살아가자는 내용이다.
초장의 '벽계수'는 맑은 시냇물과 왕족인 벽계수를, 중장의 '명
월'은 밝은 달과 황진이 자신을 의미하는 중의법으로 사용되었다.
내 언제 무신하여 - 황진이(주제 : 임을 애태우며 기다리는 마음)
내 언제 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대
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시어 풀이
* 속였관대 : 속였기에 * 月沈三更 : 달이 없는 캄캄한 한밤중
* 온 뜻 : 오는 기미가. 기척이 * 추풍 :가을 바람에 * 낸들 :나인들
☞ 배경 및 해설
그 '임'은 황진이의 재능을 가장 잘 이해하였고 황진이와 더불어'송 도삼절'로 일컬어지던 화담 서경덕이다. 앞의 두 시조는 기약 없는 남성을 기다리는 여심을 읊조린 시조이나이 시조는 어딘지 모르게 애 타게 기다리는 여성의 심리를 잘 묘사하였다.
※ 황진이 : 조선 중종∼명종 때의 개성 명기(名妓)이며, 여류 시인 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황진사의 서녀(庶女)로 기생이 되어 석학 들과 시주(詩酒)를 교유하였으며, 시,서,음률,묵화에도 능했다. 송도 삼절의 하나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