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중간쯤 온 겨울은 아직도 기세 등등하다. 지난 연말, 엄청 내렸던 눈은 해를 넘기고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길가에 얼음이 되어 그대로 쌓여있고 놀이터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길을 걷노라면 뺨이 얼얼하고 장갑을 끼지 않은 손끝이 아리다.
하지만.............. 작은 항구의 겨울은 넉넉하고 따뜻했다. 풍성한 겨울먹거리가 있었고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가 있었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 봄이면 멸치잡이배에서 들리는 멸치터는 소리와 멸치축제로 작은 항구가 온통 들썩이는 곳.
바닷가 한쪽에 차를 세우고 구경에 나섰는데 작은 배 한 척이 엄청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이쁘장한 다리도 있다.
다리위에 서서....
작은 천막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집집마다 상호를 내걸고 전복죽과 갖은 해산물을 팔고 있었다. 전복죽을 끓이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나오는 천막 안쪽에는 좁지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리도 있었다.
망치로 소라껍질을 깨는 할머니.
바닷가쪽으로 걸어나오니 한 쪽에서는 미역을 손질하느라 분주하다.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장미역의 품질과 맛은 널리 알려져있는 사실. 3천 원을 주니 한봉지 가득 담아준다. 워낙이 미역을 좋아하는 터이라 겨울이면 일쑤 미역을 사서 국도 끓여먹고 쌈도 싸먹고 나물도 만들어 먹지만 잘못 사면 쉽게 물러져서 이틀을 보관하기 어려운데 이 날 사온 미역은 닷새동안 두고두고 먹었다.
항구안쪽으로 더 걸어갔다.
덜말린 오징어를 맛있게 구워놓았다. 군침이...
헉. 처음엔 엄청 큰 오징어인 줄 알았다. 물어보니 한치란다. 다리가 한치밖에 되지 않아 한치라고 부른다는데 여름이 제철인 한치는 오징어보다 맛이 한 수 위라고들 하지만 겨울한치는 두꺼워져 오징어보다 맛이 못하다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신기한 듯 물어보기도 하고 구경한다.
한치 몸통만 손질하여 팔고있다.
겨울이 제철인 대구도 많이 보였는데 손질하여 통에 담아서 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구를 손질하던 아주머니가 숫놈이라며 곤을 들어보인다.
부부가 대구를 손질하여 파느라 바빴는데 아저씨가 손질하던 대구에서는 알이 나왔다.
남쪽에서는 귀한 도루묵도 보인다.
부부가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길래 가까이 가보니......
줄에 미역을 붙이기 위한 작업인 듯....
바로 곁에서 출어준비를 하던 노부부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바다가 내어주는 만큼만 거두어 들이는 사람들. 그들의 정직하고 소박한 삶이 겨울추위를 푸근하고 따사롭게 한다. |
출처: 하늬바람 원문보기 글쓴이: 수선화
첫댓글 정겨운 풍경들 울 딸 대변 초등 할머니집서 잠깐 다녓는디
살아가는 사람들의 멋 그대로 담아낸 삶의이야기 ~ 와 더불어
겨울의 바다 풍경 즐감하였습니다.
대변항 입구에 아낙어회를 맛있게 해주던 횟집이 있었는데...옛날이 그립네요
벌써 15년이 지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