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에는 기름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섭취한 기름 속 지방 성분이 혈관 속에서 산화되면서 혈관을 막고, 이상지질혈증과 각종 심혈관질환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동물성 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물성 지방을 적당량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혈관과 피를 깨끗하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리놀렌산이 풍부한 카놀라유는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이 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 되는 식물성 기름 4
1. 올리브유
불포화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기름을 말하는데, 체내 흡수력이 낮아 혈중 총 콜레스테롤과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올리브유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매일 올리브유 23g(약 1.5테이블스푼)을 매일 섭취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올리브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은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데, 이는 혈소판 응결을 막고, 혈관을 확장하며 염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올리브유를 추가한 지중해식 식습관이 말초동맥질환 발병의 위험을 64%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폴리페놀의 항산화 효능을 충분히 보기 위해서는 열을 가하지 않고 압력으로만 추출해 낸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2. 카놀라유
카놀라유는 유채꽃을 압착해 추출해 낸 기름으로, 기름 특유의 느끼함은 적고 산뜻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카놀라유는 몸에 나쁜 포화지방산은 적은 반면, 혈관 노화를 방지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리놀렌산이 풍부하다. 2016년 비만 관련 연례 학술대회 ‘미국비만주간(Obesity Week)’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올레인산 카놀라유가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죽상경화증 등의 심혈관질환과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놀라유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단일불포화지방산이 복부지방과 혈압 감소에 효과를 보이면서 질환 발병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췄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한 당뇨병 전문 학술지 ‘당뇨병 치료(Diabetes Care)’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제2형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이 카놀라유가 들어 있는 통밀빵을 3개월간 꾸준히 섭취한 결과 혈당 지수(GI)가 낮은 음식만을 먹는 환자 그룹에 비해 혈당이 1.5배 더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3. 포도씨유
포도씨유에도 올레인산,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일반 식용유에는 없는 카테킨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탁월한 항산화 효과로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외에 피부의 탄력을 증진하고 혈관을 강화하는 피크나게롤,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토코트리에놀 등도 주요 성분으로 함유되어 있다.
실제로 뉴욕 시립대학교(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의 연구에 따르면 23명의 심장병 환자에게 매일 2숟가락의 포도씨유를 섭취하게 한 결과 HDL 수치는 14% 증가하고, 전체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포도씨유에는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비타민 E가 100g당 약 30mg으로 다량 함유돼 있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다만 포도씨유는 콩기름이나 옥수수유 등 다른 기름과 혼합해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품 뒷면의 기름 배합률을 확인하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4. 들기름
한민족 고유의 작물, 들깨를 짜낸 들기름은 오메가3 계열의 알파리놀렌산(ALA)이 63% 이상 함유돼 있다. 오메가3는 혈관 벽에 붙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은 알파리놀렌산이 뇌동맥 막힘에 의한 사망과 뇌졸중을 예방하고,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쉽게 산패될 수 있는 만큼, 보관에 신경 써야 한다. 산패된 오메가3가 몸속에 흡수되면 체내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DNA와 세포 변형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작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들기름은 반드시 4℃ 이하 저온에서 밀폐 보관해야 하며, 농촌진흥청은 일반 가정에서 들기름을 보관할 때 반드시 냉장고에 넣기를 권장한다.
몸에 좋은 기름,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식물성 기름이 혈관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고 해도, 오랜 시간 가열하면 트랜스지방산이 점차 늘어나면서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조리법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음식이 튀김이다. 2021년 ‘영국의학저널 심장학(BMJ Journals Hear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튀김 섭취량이 조금만 늘어나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주일에 감자튀김 1봉지(약 114g) 정도로 튀김 섭취량이 늘어날 때마다 심장마비 및 뇌졸중 위험이 3%, 심장질환 2%, 심부전 위험은 12% 증가했다. 연구진은 식물성 기름을 장시간 가열하는 동안 기름 속 트랜스지방산 함량이 높아지면서 염증 유발 물질이 생성되고, 소금과 탄산음료 등을 함께 섭취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브유의 경우 가열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올리브유가 발연점을 넘어가면 발암물질이 생성되고, 이로운 성분들이 열기에 타 사라지기 때문이다. 샐러드나 파스타 등의 요리 마지막 단계에 가볍게 뿌리거나 약불에서 짧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들기름 또한 온도에 민감한 식재료인 만큼 직접 가열하는 요리에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포도씨유와 카놀라유의 경우 올리브유에 비해 발연점이 높은 만큼 구이나 볶음 등의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한편 불포화지방산이 대부분인 식물성 기름에도 미량의 포화지방산이 함유돼 있는 경우가 많고, 기름을 짜내는 과정에서 가공이 많이 될수록 인체에 이로운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 성분이 파괴되기 쉽다. 식물성 기름의 효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가공 과정이 최소한인 것을 선택하고, 하루에 1~2스푼 내외로 적당량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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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