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기의 라이벌전을 펼친 이세돌(왼쪽)은 우승을 기뻐하면서도 담담했다. 우승의 기쁨과 더불어 맞수 구리와의 대국이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말했다. |
이세돌 9단이 두 번의 반집 마술을 보여주며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13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에서 펼쳐진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3번기 제3국(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에게 270수 만에 흑반집승을 거두면서 종합전적 2-1로 우승컵에 입맞췄다.
이로써 17년간 이어온 삼성화재배에서 통산 4번째 우승(대회 최다)를 달성했다. 중국의 ‘90후’라 불리는 90년대생 신예강자들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이세돌에게 감격적인 올해 첫 세계대회 우승이다. 개인통산 16번째 세계대회 타이틀이기도 하다.
최종국은 많은 우려 가운데 시작됐었다. 하루 전 2국에서 이세돌이 힘 한번 못 써보고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국은 달랐다. 압도했다곤 할 수 없어도 이세돌은 지금까지와 달리 초반을 경쾌한 흐름으로 이끌었다. 중반 혼전 상황에선 여러 차례 위기를 벗어났다.
승부는 후반에서 갈렸다. 이세돌이 집으로 약간 모자라는 형세였고 구리는 ‘닦는’ 상황. 그러나 1국과 같은 악몽을 구리는 경험해야 했다. 후반에서 취약점을 드러내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1국에서 기가 막힌 후반 역전승을 이끌어냈던 이세돌은 최종국에서 다시 한 번 반집의 마술쇼로 승리했다. 구리가 결승을 앞둔 기자회견 때 이세돌을 표현한 말 ‘귀모(鬼謀)’는 끝내기에서 잘 나타났다.
반면 큰 승부 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끝내기’는 구리에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세돌은 열세였던 구리와의 상대전적을 좁혀 10승 1무 14패가 됐으며, 중국리그 전적 등을 포함한 비공식 대국을 포함하면 16승 1무 17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 대국을 오로대국실에서 해설한 이영구 9단은 “후반 구리 9단이 우하 끝내기로 좌변 끝내기를 했다면 구리 9단의 승리였다. 구리 9단이 끝내기에서 너무 당했다”고 평했다.
▲ 최종국을 끝낸 뒤 복기하는 이세돌과 구리.
국후 이세돌은 “마지막에 가서야 이긴 걸 알았다. 중반에 구리 9단이 격렬하게 응징했으면 위험했다. 비세에서 냉정을 잃지 않아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최종국 승리의 요인을 밝혔다.또 “우승 준우승으로 갈렸지만 이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구리 9단과 2승 1무 2패를 했으니 비긴 의미도 있다”며“우승한 것보다 구리 9단과 둔 사실이 기뻤고 다시 이런 자리에서 만나고 싶다”는 고 헀다.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원이며 총상금 규모는 8억원. 이세돌의 이번 우승까지 한국이 11차례로 최다 우승을 하고 있으며 그 뒤로 중국이 4차례, 일본이 2차례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