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310)
제9장 재혼(再婚) 45회
장죽산은 기왕에 얘기를 꺼냈으니 모조리 쏟아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침을 한 덩어리 꿀꺽 삼켜 목구멍을 축이고는 말을 잇는다.
“무서운 사람일 뿐 아니라, 서문경은 비열하고 간악한 사람이기도 하다구요. 아시겠어요?
현청에 드나들면서 자기 사업에 방해가 되거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관원을 시켜 여지없이 골탕을 먹일 뿐 아니라, 곧잘 송사에
도 끼여들어 돈을 받고서 잘못한 쪽이 오히려 이기도록 해주지 뭡니까.
그리고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는 그 사람이 알거지가 되도록 교묘히 쥐어짜기도 하고요.
인정도 사정도 없는 지독한 사람이라니까요”
“그만하시라구요”
이병아는 듣기가 심히 괴로운 듯 잔뜩 이맛살을 찌푸린다.
“부인, 한가지만 더 알려드릴게요. 들어보세요. 부인은 아마 남편의 탈상을 하고서 서문경에게 개가할 생각인 모양인데, 지금 서문
경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압니까?”
“아니, 그럼 그이에게 무슨 일이...”
“아직 일이 닥쳐오지는 않은 모양인데, 아마 미구에...”
“무슨 일인데요? 어서 말씀해 보세요”
그녀의 표정이 바짝 초조해진다.
“동경에 있는 양제독이 서문경의 친척이랍니다.
그런데 그 양제독이 얼마 전에 탄핵을 받아 옥에 갇혔다는 거예요. 국사범이니까 재판이 끝나는대로 일가친척들도 모조리 잡혀가
게 됐지 뭡니까. 물론 서문경이도 붙들려가는 겨죠”
“어머나, 그게 사실인가요?”
“사실이고 말고요. 현청에 내 가까운 친구가 있는데, 친구한테서 들은 말이라니까요”
이병아는 그만 안색이 파랗게 질려 버린다.
“그런 신세가 됐기 때문에 요즘 서문경이는 집과 약국을 처닫아 버리고 찍소리도 못하고 들어앉아 있다고요.
집을 새로 고친다던 공사도 다 중단하고서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볼장 다 본거나 마찬가지라니까요.
그런 형국인데, 부인은 아직 혼자서 꿈을 꾸고 있지 뭐예요.
그에게 개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문경이가 지금도 부인을 맞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으냐 말이에요. 어림도 없다구요.
설령 개가를 한다 하더라도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그와 함께 붙들려가도 좋다 그건가요?
# 불을 보고 뛰어드는 어리석은 나방이 같은 짓이라구요. 안그래요? 부인, 생각해 보세요”
이병아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그만 눈앞이 아찔해진 듯 입을 살짝 힘없이 벌린 채 초점이 흐릿한 두 눈으로 촛불을 멍청히 바라보
고만 있다.
여전히 두 무릎을 꿇은 채 장죽산은 그녀의 하얗고 예쁘장한 손 하나를 그만 덥석 두 손으로 싸잡으며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을 하
듯 말한다.
“부인, 그러니까 부디 서문경이를 단념하고, 나하고 결혼해 주세요. 나는 이제 당신 없이는 못살 것 같애요. 진정입니다.”
金甁梅
첫댓글 서문경의 곤란해진 문제까지 이야기 들은
이병아는 어떤 결단을 내릴까요?
이병아가 맡겨놓은 보석상자가 어찌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