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세대 인테리어디자이너 박재봉 그의 공간속으로 31_ 맑은 가난
박재봉(1939.2.2~2022.8.23/헨디환경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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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유명 디자이너의 집이나 사무실과는 달리, 평생 남의 공간을 아름답고 훌륭하게 만드셨던 선생님의 댁과 사무실은 소박한 최소의 가구와 큰 작업용 테이블, 낡은 의자, 수많은 책들이 꽂힌 책장, 몇 점의 그릇과 가전제품, 그리고 장식 없이 벽에 붙여진 출력물과 사진들만이 눈에 띄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선생님이 선택한 간소한 공간과 소박한 삶은 단순히 게으르거나 무능해서 가난하게 된 것이 아니라, '청빈(淸貧)'이라는 개념을 실천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청렴이 가난의 원인이 될 때, 그 가난을 '맑은 가난', 즉 '청빈'이라 부릅니다.
선생님은 물질적 소유의 욕망을 최소화하고, 자연과 예술, 인생이 혼연일체가 된 일상 속에서 진정한 내면의 자유를 만끽하셨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또한, 사후에 남기고자 한 것은 본인 작업물의 유형적 가치보다 잊혀져가는 무형적 가치의 소중함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맑고 가난한 삶은 그 궁극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세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본인의 유명세와 작업물의 유형적 가치의 홍보에 매몰되다시피 한 이 시대에,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상기시키는 청빈의 가치관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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