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청마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곁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흥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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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는 1947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편지를 보내고,
그러기를 3년.
까딱 않던 정운의 빙산 같은 마음이 녹기 시작,
마침내 이들의 플라토닉 러브는 시작되었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인 줄 알면서도
20년간 지켜간 그네들의 사랑은
불륜이라 치부하기엔
진정한 사랑과 고통이 있었기 때문에
이 두 분의 사랑은 불륜이라 이름하기엔 너무 아름답다.
청마가 유부남이고
자신은 딸을 둔 미망인이라는 이유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만
청마는 3년 동안 혼자서 변함없는 사랑을 보였다.
흔히 이별의 가장 많은 원인은
자존심 때문이라는데,
진정한 사랑엔 자존심 없이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 주는
청마가 곁에 있는 이영도 시인이 부러웠다.
과연 청마 외에 이런 남자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면 이영도의 아픈 가슴이 저려 온다.
싫어서가 아닌데..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 마음을 그 누가 알까요?
한편으론 행복하고 한편으론 아팠을
그 마음 변함없는 사랑에
어쩜 유치환 보다 더 울었을 이영도.
사랑한다고 할 만큼 아팠을 이영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픔이
얼마나 크게 아팠을까요?
그리고 바로 건너편 2층 집에
그토록 사랑하는 여인이 곁에 있었으니
유치환은 행복하기만 했을까?
바위 같은 이영도가 있었기에
청마의 파도는 끝없는 애련의 글이 될 수 있었다
이영도는 청마의 시 세계를 넓혀주었다.
3년 만에 청마에게
마음을 연 이영도로 인하여
그들은 20년 동안 사랑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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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마가 유부남이고
자신은 딸을 둔 미망인이라는 이유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만
청마는 3년 동안 혼자서 변함없는 사랑을 보였다..............
본문중에 해설을 첨부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