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부사장이 산 IC 예정지 부근 땅 300여 평
도로공사 고위 간부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열린우리당 노영민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노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정해수 부사장이 2000년 4월과 6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IC) 건설 예정지 인근 토지 300여 평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노 의원은 "정 부사장이 땅을 매입한 시기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확정된 때와 맞물려 있다"며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짙다"고 덧붙였다. 정 부사장은 토지 매입 당시 도공의 예산과 인사, 고객지원 업무 등을 총괄하는 총무처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정 부사장은 2000년 4월 24일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626번지 일대 임야 206평을 사들였다. 이 땅은 영덕~양재 간 고속도로의 성복IC 건설 예정지의 왼쪽에 있으며, IC 지선에서 불과 700m 떨어져 있다. 오른쪽에는 용인.수지 아파트단지가 있고, 위쪽으로는 판교신도시, 서울 강남과 연결된다. 영덕~양재 간 고속도로는 2000년 4월 남부권 교통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건설 계획이 확정됐다. 현재 민자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지난 5월 착공돼 2007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곳은 2002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개별공시지가가 평당 21만여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5만6400원으로 70%가량 올랐다.
실거래 가격은 평당 400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말이다. 실제로 성복.동천.신봉지구 등의 중대형 아파트는 올해 5월 도로 건설이 착공되자 1억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
정 부사장은 "중간 정산받은 퇴직금 중 2억여원을 들여 노후 대책용으로 샀다"고 말했다. 현재 호가를 적용하면 정 부사장이 소유한 땅의 시가는 8억원대에 달한다.
정 부사장은 2000년 6월 7일과 2001년 2월에는 충북 음성군 금왕읍 봉곡리에 있는 임야를 각각 88평, 12평 등 모두 100평 구입했다.
당시 정 부사장 말고도 31명이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던 땅 3000평을 6~10월 나누어 사들였다. 매입자들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이 땅은 음성~충주 간 고속도로의 금왕IC 건설 예정지에서 불과 1㎞가량 떨어져 있다. 음성~충주 간 고속도로는 2007년 착공돼 2012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도공 관계자는 "도로 건설은 건설계획처 등에서 담당하지만 예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총무처와 사전에 협의한다"며 "총무처장은 대부분의 건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도로건설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2년여간의 타당성 조사를 거친다. 타당성 조사를 하는 단계에서는 도공 등 관계기관과 협의한다. 이때 건설개요 등은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대외비로 다룬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 부사장 등이 사들인) 수천 평이 쪼개져 한꺼번에 팔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유는 짐작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영민 의원실의 김채갑 정책특보는 "정 부사장이 보유한 봉곡리 땅은 평당 4만여원에 불과했으나 공주.연기 행정복합도시와 가까운 데다 도로구역으로 고시된 뒤로는 평당 30만~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봉곡리 땅의 시가는 7000만원을 넘고, 용인 땅까지 합치면 정 부사장이 구입한 두 곳 땅의 시가는 9억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다.
정 부사장은 이에 대해 "봉곡리 땅은 선산용으로 1000여만원을 들여 매입했으며, 실제 어머니를 그곳에 모셨다"고 해명했다. 그는 "두 곳의 땅 모두 IC 건설 계획을 모르는 상태에서 구입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