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치는 청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구이, 찜, 회 등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해서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준치는 생선 중에 그 맛이 으뜸이라 진어(眞魚)라고도 불렸다. 단백질과 비타민 B1이 풍부하여 원기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단지 가시가 많아서 먹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준치에 가시가 많은 이유에 대해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본래 준치에는 가시가 별로 없어서 먹기에 편리한데다 맛까지 좋으니 사람들이 준치만 잡아먹었다. 너무 많이 잡아먹으니 준치가 멸족 위기에 놓이자 용왕이 모든 물고기의 뼈를 한 개씩 뽑아서 먹기 불편하게 준치에 꽂아 줬다는 것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은 이렇게 맛있고 귀한 준치다 보니 비록 썩어서 못 먹을 상황이 돼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것의 비유다. 시간이 지나면 낡고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고유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표현을 할 때 '썩어도 준치'라고 한다. 필자는 지점장을 하는 동안 당장은 영업실적이 부진해도 성공경험이 있는 고경력 설계사에게 썩어도 준치라는 표현으로 독려했다.
■고경력 설계사는 어떤 존재감인가?
요즘 프로야구에서 이승엽 선수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현재 타율 3할 2리에 홈런이 19개다.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설계사가 연도상 받는 것과 같다. 지난 동계 훈련 동안 절치부심했을 이승엽 선수의 오기가 눈에 선하다. 이승엽은 현재 38세다. 야구선수 나이로 환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전성기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승엽 선수는 동계훈련 동안 타구 폼을 짧게 하고 방망이 쥐는 법까지 바꿨다고 한다. 익숙해진 근육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필자도 잘 알고 있다. 이승엽 선수는 썩어도 준치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했다. 우승 주역 중 클로제 선수의 활약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월드컵 통산 최다 골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클로제 선수도 36세의 노장이다. 이런 말을 하니 특이한 사례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세상은 블랙스완처럼 특이한 경우와 소수의 사람이 변화시키고 발전시킨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노장 선수와 고경력 설계사의 공통점은 성공경험이 있고 위기관리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21세기로 넘어오기 전에는 지점에서 10년 이상 된 설계사를 보는 것이 흔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10년 영업으로는 명함 내밀기가 힘들다. 장기근속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 저평가 받았던 보험영업이 이제는 소득과 자부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점에 고경력 설계사가 많다는 것이 지점장 관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고경력 설계사는 안정된 매출을 유지한다. 반면에 성장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성장하고 싶은 것은 모든 지점장의 공통된 고민이다. 그런 면에서 성장과 고경력 설계사는 상충한다.
■용병술은 리더의 선택이다.
월 마감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대로 마감을 한다면 목표에 미달할 확률이 높다. 고민 많던 Y지점장은 각 팀의 좌장격인 고경력 설계사 1명씩을 초대해서 식사를 했다. 마감이 걱정됐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좋은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쳤다. 그 뿐이었는데 다음 날부터 지점의 마감 분위기가 바뀌었다. 팀장을 비롯해서 모든 설계사가 마감 에너지를 발산했고 마감은 당연히 잘 끝났다. 월 마감이 끝난 저녁에 일련의 과정을 지켜 본 이웃 지점의 K지점장은 그런 선배의 모습이 부러웠다.
K지점장이 질문을 했다.
"마감 비결이 뭡니까?"
Y지점장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역시 썩어도 준치다."
보험산업 뿐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산업이 고경력자를 푸대접하는 분위기다. 일정기간 나이가 들면 명퇴라는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고경력자도 그 나름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
축구관계자는 금번 월드컵의 부진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고경력 선수의 부재도 짚어주고 싶다. 위기 때 안정된 모습을 보여 주는 존재감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구성원은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야 더 발전한다. 용병술은 리더의 선택으로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