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월 교수의 한방이야기-조기
만물이 생동하고 일조량이 많아지는 봄의 기운이 만연해 지는 3월이다.
겨우내 차가운 날씨에 안으로만 저장되어 있던 기운을 밖을 향해 펼치기 시작하면서 활동량이 많아지게 되는데 계절의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한 인체는 나른하고 피로한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떨어진 입맛을 돋우고 원기를 도와주어 봄을 활기차게 시작하도록 돕는 조기.
조기는 우리나라의 서해안, 동중국해, 대만, 일본 남부 등에서 많이 분포하는 민어과의 물고기로 굴비, 고추장굴비, 젓, 탕, 매운탕, 구이, 탕수, 튀김 등으로 가공되거나 조리되어 식탁에 오르며 새끼조기는 연제품의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기운을 돕는다”고 하여 '조기'(助氣), “머리 속에 돌이 들어 있는 물고기”라고 하여 ‘석수어(石首魚)’, “곡우(穀雨)를 전후로 살이 오른다”고 하여 ‘곡우살이’, “물고기의 색이 은황색”이라 하여 ‘황화어(黃花魚)’, “때를 따라 물을 쫓아온다” 하여 ‘추수어(追水魚)’, “하늘이 알아주고 하늘과 통한다” 하여 ‘천지어(天知魚)’라고 하며, ‘황석어(黃石魚)‘ 라고도 부른다.
말린 것을 ‘굴비’라고 하는데, 굴비(屈非)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살이 부드럽고 맛이 담백해 고려시대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한의학에선 ‘석수어(石首魚)’라고 하는데 맛이 달고 성질은 지나치게 덥거나 차가운데 치우침 없이 평(平)하다. 위의 기능을 좋아지게 하며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운을 보충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눈을 밝아지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 입맛을 좋게 하고 배가 답답하고 팽창되는 증상, 임질,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심하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 오래된 설사, 이질, 소화 장애, 불면증, 건망증 등을 치료하며 질병을 앓고 난후의 원기를 돕는 약재로도 활용돼 왔다. 사상의학에서 소음인 체질에 잘 맞는 음식으로 분류돼 있다.
조기는 양질의 단백질이 많고 지방질이 적은 영양식품으로 다량의 비타민 A, 비타민 B1, 비타민 B2, 비타민D, 칼슘, 철분, 인, 회분 등을 함유하고 있다.
영양성분은 세포발육을 촉진하고 몸에 쌓인 불순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며 혈액순환을 좋아지게 하고 어린이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
이밖에 신장의 결석, 방광의 결석, 요로결석, 방광염, 야맹증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며 출산 후나 질병을 앓고 난 환자의 회복식과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좋은 건강음식으로 권장된다.
민간에서는 조기와 쌀로 죽을 쑤어 어린이나 환자 또는 노인들의 영양식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질병의 빠른 회복을 위해 조기국물을 마시기도 한다.
또한 머리 부분을 잘 볶아서 빻은 가루를 신장염이나 신장결석의 치료에 활용하기도 하며 뱃속에 들어 있는 공기 주머니를 남성의 정력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몸에 열이 많아 피부병이 잘 생기거나 얼굴이 붉은 경우, 감기로 몸에 열이 많이 나고, 기침이 심하게 날 경우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