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잖은 놈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축구를 보는 눈도 좁고, 아는 것도 없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이렇게라도 글을 써 봅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반전 초반에 조금 보지 못한 부분이 있어 군데군데 틀릴지도 모릅니다. 이것도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단 서두를 길게 끌지 않겠습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곧장 들어가도록 하지요.
1. 선수 기용의 미스.
어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들고나온 전술은 343입니다. 의아스러웠습니다. 343이 월드컵 때부터
이어져 와 한국의 고정적인 전술이, 큰 틀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동아시아 대회에서 불확실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게다가 352라는 새로운 전술이 동아시아 일본전, 남북 통일축구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고 생각했습니다. 343에서 고집하던 투보란치를 352로 돌리면서 앵커 둘을 놓았고,
김두현-백지훈 라인은 성공적인 플레이를 보였습니다. 투톱으로 나왔던 박주영-김진용도 원톱
원쉐도우의 플레이를 이끌며 파괴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다시 343입니다. 게다가, 최전방
원톱에 안정환이 섰습니다. 네. 쭉 이동국이 서 왔던 자리이지요. 이동국의 장점이라면 좋은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플레이입니다. 떨어뜨려 주면, 그 공을 중거리 슛으로 때리던지, 공간으로 열어주는
플레이가 이동국의 플레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3-4-3의 전술에서 최전방 톱에 서야 할 선수가 맡아야
하는 의무이기도 합니다. 쓰리톱을 쓰는 네덜란드 같은 경우, 중앙의 반 니스텔루이라는 걸출한 타겟을
둡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쉐도우의 성격을 지닌 반 데 바르트나 베르캄프를 넣지는 않습니다. 주로
횡패스(크로스)를 기본으로 하는 전술이기에, 중앙에서 볼을 따낼 거대한 선수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안정환, 키도 몸싸움도 사우디 수비에 밀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안정환은 테크니션입니다. 톱이라기보단
쉐도우라는 투톱의 한 축을 맡아야 하는 선수입니다. 그런데도 안정환을 최전방 톱에 출격시켰다는 건,
분명히 선수 기용의 미스입니다. 차두리와 박주영이 투톱으로 올라서고, 안정환이 쉐도우로 떨어지는,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았지만 동아시아 대회 중국전에서의 플레이가 나왔다면 어땠을 까 싶더군요. 그럼
이동국이 섰던 쉐도우의 자리에 안정환이 서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해외파인 이영표, 차두리, 안정환은 컨디션 조절에도 실패한 듯 보였습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그나마 한국 중에 제일 나은 활약을 보였던 이영표도 무언가가 심각하게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안정환, 차두리도 몸놀림이 둔한 듯 보였습니다. 컨디션도 찾지 못한 선수를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선수
기용의 결정적 미스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차라리 조재진을 선발로 넣었어야죠. 적어도 안정환보다는
좋은 플레이를 보였을 겁니다. 포스트맨으로서는요.
2. 월드컵 때의 한국 축구의 부재.
월드컵 때의 한국 축구, 바로 프레싱입니다. 어제 경기에서 제대로 된 프레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공간으로 볼이 들어오는데도 두 선수가 양 옆에서 압박하지 않고 공만 쫓는
장면은 미치도록 답답하더군요. 한국은 강력한 압박을 추구하는 팀입니다. 강력한 압박은 수비를 돕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한국이 공격력이 세서 4강에 올랐던 건 아닙니다.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결실이 바로 월드컵 4강입니다. 그리고 그 탄탄한 수비력에 하나의 도구로써 압박이 작용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경기에서 중앙에서의 압박, 공격진에서의 압박, 수비진에서의 압박 모두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선수 개인기량이 좋은 사우디와 일대일로 붙었다는 소리입니다. 수비에서
당연히 빈틈을 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수비진은 더군다나 어렸으니까요. 세대교체를 치루면서
말이죠. 압박이 사라진 미드필드는 상대에게 종패스, 횡패스를 내주며 이리저리 끌려다녔습니다. 그런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의 홈에서, 우리의 안방에서 우리가 이리저리 끌고 다녀야 하는데,
우리가 마치 담맘에서 경기를 하는 듯 사우디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녔습니다. 강력한 압박이 부재되었기
때문에, 그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밀고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어제의 경기 내용이
나빠졌다고 생각해봅니다.
3. 드리블러, 박주영과 정경호.
동아시아 대회때부터 말을 꺼내보고 싶었습니다. 박주영과 정경호. 분명히 현재 상황에서 한국 팀에서
최고 수준의 드리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주영의 양파까기 드리블은 두 명 정도는 가뿐히 제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정경호의 휘젓는 드리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너무 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박주영은 두 명을 제치는 것까진 좋습니다만, 드리블이 긴 나머지 수비에게 둘러싸여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경호는 크로스를 위한, 코너 플랙 쪽으로 돌파하는 모습이 아니라 주로
골대 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드리블을 선보였습니다. 동아시아 대회때부터요.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진
이유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운데로 몰고 나와서 패스 타이밍을 빨리 끊어 2대1 월패스를
연결한다는지 하는 좋은 플레이도 나올 수 있었습니다만, 정경호 선수는 슈팅으로 연결하는 드리블이
많은 것 같더군요. 직접 해결하려는 마음이 강한 듯 싶어 보였습니다. 두서가 없어진 듯 하군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결정적으로 둘의 드리블이 자신감 넘치는 건 좋지만, 패스 타이밍을 일찍 끊었으면
한다는 겁니다. 패스 타이밍을 놓치는 모습이 많이 보였거든요. 저한테는.
처음에 말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쓰다 보니 두서도 없어진 것 같고...생각도 잘 안나고 해서 어이없게도
여기서 글을 접고자 합니다. 창피하게도 졸필이군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의견을 공유해 가면서 한국축구의 길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어제 경기처럼 답답한 경기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고칠 건 날카롭게 지적하고, 칭찬할 건 따뜻하게 칭찬해 줘야 합니다. 소견이 좁아 제 글에 나타난 주장들엔 딱히 자신있게 이게 정답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 하나는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써, 태극기를 계양하고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 한국인으로써, 한국축구를
지켜봐야 합니다. 아무런 대안없이 비난만 해서는 뭐가 될지, 우리 스스로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고맙게도(?), 다행히도(?) 우리에게 그 예시가 있습니다. 무턱대고 비난만 해서 얻어진 결과들 말이죠. 움베르투 코엘류가 그렇고, 고종수가 그렇고, 이동국이 그렇습니다.
박주영이, 김진용이, 양상민이, 김동진이, 고종수와 이동국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할 겁니다.
첫댓글 안정환 박주영 투톱을 내세우기는 좀 그랬겠죠. 조재진이 선발로 나오지는 않았으므로..
그렇다면 원톱자리에 박주영이 가는게 맞는것 같네요. 안정환보다는.. 이동국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장염이니까 조재진이 그 자리로 갔어야 했는데.. 김진용이나..
쓰리톱을 쓰려면 조재진 혹은 김진용, 둘 중 하나가 선발이어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컨디션도 박주영보단 정경호가 좋아보였구요.
언제나 깔끔한글 잘읽고 있습니다........근데.......자서전 연재는 그만 두셨나요?? ㅡㅡ;;;;;
아닙니다...ㅡㅡ 지금까지 써왔던 양이 쫌 커서...컴퓨터 할 시간도 적고...퇴고중입니다 ㅠㅠㅠㅠㅠ
아무리 이동국이 수많은 욕을 먹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동국만한 타겟은 우리나라엔 없는 듯 싶네요.. 안정환은 우리나라 최고의 테크니션이니만큼 쉐도우가 어울리는것 같구.. 박주영 역시.. 그의 자리는 쓰리톱의 좌우가 아닌 쉐도우가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물론 원톱엔 믿음직스럽진 않아도 이동국이..
이동국이 가장 적임자 같네요... 봉감독의 문제점중 하나는 선수기용시 그날 컨디션이 아닌 그 선수의 베스트 모습만을 보고 기용한다는게 문제인것 같네요...
쓰고 싶었던 말인데, 본프레레는 아무래도 네임벨류에 의거해 선수들을 뽑고 있는 듯합니다.-_-;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요. 적어도 어제 경기에서, 안정환 자리에 조재진 혹은 김진용이 나왔어야 합니다. 너무 컨디션도 안 좋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