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전통무용-승무의 유래와
종류
동국대학교
주 명 철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조지훈의 시 승무는 바로 한국인의 마음 그것이다. 굵은 황촉불을 조명삼아 장삼을 길게 늘어뜨리고 치자색 관고깔로 이마를 덮고 티끌도
날릴세라 천천히 펼쳐든 양팔을 나비처럼 뒤로 젖혀 부처님께 반배를 올리면서 승무는 시작된다.
승무는 승려가 추는 춤이라 하여 승무 또는
중춤이라 불려왔다. 승무는 불가에서 의식무용으로 행해지는 전통무용과 이에 영향을 받은 일반무용, 즉 속인이 승복을 입고 추는 민속무용으로 나눌
수 있다. 학계에서는 전통불교의식의 무용을 의식무(儀式舞) 또는 작법무(作法舞)라 칭한다.
전통불교의식인 이 작법무의 기원에 대하여는 몇
가지 설이 있으나 여기서는 두 가지만 알아보면,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하늘에서 네 가지 색의 꽃을 뿌리니 가섭 존자가
이를 알아차리고 빙긋이 웃으며 춤을 추었는데 후세에 다른 제자들이 이를 모방함으로써 승무가 생겨났다.”는 기록이 있다.
또 하나는 “중국
위나라의 조자건이 하루는 천태산에 올라갔는데 범천(梵天)에서 오묘한 음악소리가 나자 때마침 연못 속에 놀던 고기떼가 이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므로 이 소리를 본받아 범패를 짓고 고기떼의 노는 모양을 기억하여 승무를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신라의 원효가
'화엄경'의 “모든 것에 걸림이 없는 사람은 하나의 도로 생사의 굴레로부터 벗어난다(一切無碍人 一道出生死)는 걸림 없음의 무애를 본떠서 박을
두드리며 무애가를 부르고, 시장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춤을 추었다.”고 전한다. 이 춤은 서역(인도)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기록되어
있다.
전통 불교의식인 승무는 나비춤?바라춤?법고춤으로 나뉜다. 진행 동작이 조용하고 느린 나비춤은 연꽃을 양손에 들고 흰 장삼에
청?황?녹색의 대령과 홍색의 띠, 고깔 등 화려한 의상을 입는다. 그 모양이 마치 나비 같다고 하여 나비춤이라고 한다. 대개 작법무라 하면
나비춤을 말하고 추는 사람의 수에 따라 혼자 추는 향나비, 둘이 엇도는 쌍나비, 다섯이 어울려 추는 오행나비가 있다.
바라춤은 바라라고
하는 서양악기의 심벌즈같이 생긴 기구를 들고 춤을 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바라춤은 악귀를 물리쳐서 도량을 깨끗이 하고 아울러 마음도
정화한다는 뜻으로 춘다.
법고춤은 북(法鼓)을 두드리며 춤을 추므로 붙여진 이름인데, 이 춤은 수행과 정진을 독려할 때나 아침, 저녁 예불
시에 추게 된다. 큰 사찰의 법고(대북)앞에서 이른 새벽이나 황혼이 질 저녁에, 미망(迷妄)에 잠긴 중생의 번뇌를 덜어 주고자 북을 두드리는
모양이 법고춤이다. 법고춤은 어떤 승무보다도 동작이 크고 활기가 있으며 사용되는 악기는 법고 이외에도 범종, 목어, 운판이 있다.
춤사위의
의미에 대하여 알아보면, 앞으로 나가거나 뒤로 돌아오는 것은 교화를 의미하고, 원을 그리며 주위를 도는 것은 진리의 원만함을 나타내며, 손을
모았다가 폈다가 하는 것은 자비를, 몸을 굽히거나 뒤로 젖히는 것은 삼보에 귀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 알아본 것이 전통 불교의식인 작법무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면 속인이 승복을 입고 추는 민속무용으로서의 승무에 대해 알아보면, 이 승무에 대해서는 구구한 견해가 엇갈려 전해지고
있으나 한마디로 말한다면 의식으로서의 춤이 아닌, 흥과 멋과 기교가 자유분방하게 어우러지는 서민의 애환이 담긴 춤이라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일반 승무는 현대적인 창작에 의하고 있으며, 주로 파계승의 번뇌 등을 주제로 삼고 있다.
승무는 범패의 일부분이며, 범패 속에는
홑소리·짓소리·안채비소리와 작법의 바라·법고·나비춤 등이 포함된다.
불교의 전통음악 - 범패에 대하여
불교에는 범패라는 독특한 음악이 있다. 범종의 은은한 여운처럼 그윽하게 들려오는 범패소리는 속세의 풍진(風塵)을 씻어주는 듯 신비감마저
느끼게 해준다.
범패란 범음(梵音)이라고도 하며 ‘Brahman(梵)’에서 유래하는데 브라흐만은 인도 힌두교의 최고신으로서 성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성스럽다’는 뜻의 인도말로서 말뜻 그대로 성스러운 소리, 즉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는 소리이다. 범패는 의식을 통해 마음을 청정히
하고 환희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동시에 보다 의식을 장엄하게 한다.
부처님께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승려가 배워 갖춰야 할 부분을
추천하셨는데, 불법, 의학, 논리학 등 다섯 가지 오명학(五明學)의 성명(聲明)에서 범패는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으나 분명한 문헌이나 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범패가 전해진 것은 신라시대였다. 진감국사가 당나라에 갔다 돌아와 옥천사(지금이 쌍계사)에서 제자들에게
범패를 가르쳤다는 비문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 이전에도 불교의식 때 범패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는 그 이전에
이미 범패가 전해졌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그 후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통틀어 겨우 전남 가지산의 보림사에 있는
범음종보판본(梵音宗譜板本)을 통해 조선조의 범음 계보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이 범음계보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는 범패가 꽤 널리 퍼졌었으나
한일합방 뒤 이른바 한국불교를 억압하려는 일본인들의 사찰령(1911년)과 그 이듬해 제정된 본말사법(本末寺法)에 따라 범패가 금지되자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 어렵게 전수되다가 해방과 더불어 부활되었다. 하지만 워낙 오랜 세월 동안 단절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은 겨우 몇몇 노스님들에 의해 그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그러나 최근 불교의식으로서의 의의보다도 전통음악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하자 그 전수생들이 차츰 늘고 있다.
서양의
음악이 본래 종교음악예서 비롯되었듯이 범패도 불교로 말미암아 비롯되었으며 현대음악에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교 의식은
극적인 요소가 풍부하며 이 극적인 효과를 내는 데는 범패가 필수적인 것이었다. 즉 범패의 소리는 홑소리(가볍고 부드럽게 흘림)와 큰소리를 내는
짓소리(리더 격인 장부가 지휘하여 소리가 길고 규모가 장대함) 그리고 쓸어 젓수는 소리로 나눌 수 있으며, 그 내용은 주로 게송(偈頌)과
진언(眞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범패는 자연히 우리나라의 민속음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 가장 두드러진
예가 범패처럼 길게 뽑고 굴곡이 많은 우리나라의 가곡이다.
가곡이란 시조, 시에 곡을 붙여 부르는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이며 고려 말부터
선비계층의 풍류객들이 부르던 소리이다. 또 남도민요인 보렴(布念)은 그 곡은 닮지 않았으나 가사가 매우 불교적이어서 불교의 의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 보렴은 보시 염불(布施念佛)의 준말이며 내용은 불교의 축원(祝願)과 거의 같다. 이로써 일반 대중들은 범패가 있는 불교의식과 매우 접촉이
많았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이런 범패가 오늘날 별로 성하지 못하는 것은 첫째 불교의 종주격인 조계종에서는 불교의식 때 범패를 부르지
않는다는 점과 범패를 배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점이다. 또 범패의 내용이 한문 게송이어서 그 뜻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이제 우리의 것을 찾아야 한다는 자각과 더불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려는 풍조가 일고 있는 이 때 불교계에서도 이 범패에 대한
보다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 참다운 현대적 불교음악을 창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근래 청소년을 중심으로 서양식 음악의 찬불가가 많이
불리고 있음도 매우 바람직하나 이와 동시에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접목작업이 꼭 이루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