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씨비스킷
영화의 백미는 1938년에 미국인 4천만 명이 중계를 청취했던 씨비스킷과 워애드머
럴의 1:1 승부지만,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라스트 신이다.
경주마로선 할아버지 나이를 먹어버렸고, 이미 치명적인 부상으로 재기불능 판정을
받은 씨비스킷은, 역시 기수로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토비 맥과이어와 함께 재기전을
준비한다.
자칫하면 둘 다 영원히 절름발이가 될 수 있는 위험한 레이스. 그러나 이내 경주마의
본능을 되찾은 씨비스킷은 바람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젊은 경주마들은 야생마로 돌변한 씨비스킷의 갈기 뒤로 하나씩 잘리를 양보하고
골인 지점의 문컥에 다다른 지점, 씨비스킷과 토비의 눈앞에는 어떤 경주마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들 앞에는 환호로 가득한 피니쉬 라인이 기다릴 뿐이다. 엉거주춤 씨비스킷
위로 일어선 토비가 손을 뻗는다.
고글에 가려져 확인할 수 없지만, 그는 분명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절룩거렸던 그들 인생의 라스트 신은 이처럼 뜨거운 환희로
암전되고 있었다.
9. 내추럴
킴 베이싱어의 총을 맞고 어이없이 촉망받는 루키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로버트
레드포드, 16년잉 지난 후 늙스구레한 모습으로 다시 프로무대로 돌아온 그는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최하위 팀이었던 뉴욕 나이트를 상위권으로 다약 시킨다.
그러나 팀은 악던 변호사의 계략에 말려 팔려가는 지경에 처하고 로버트는 팀의
마지막을 위해 야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홈련을 준비한다.
타석에 선 그는 집요한 투수의 견제를 뚫고 외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리는 데 성공
한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그 공은 끊임없이 비상하고, 경기장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조명들을 박살낸다. 깨져버린 조명등에서 뻗어 나온 수맣은 불꽃이 아름답게 경기장
을 수놓는 가운데, 그는 유유히 다이아몬드를 뛰어간다.
전혀 '내추럴' 하지 않지만, 이 장면은 야구영화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홈런 신으로
회자된다.
10. 쿨 러닝
계획대로였다면 주인공 리온은 88서울 올림픽 100미터 경주에 참가했어야 했다.
물론 세상사는 맘대로 되는 게 아니어서, 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그는 주변의
친구들과 존 캔디를 끌어들여 자메이카 최초의 봅슬레이 팀을 창단한다.
겨울도, 얼음도 없는 봅슬레이의 불모지 자메이카에서 맹훈련한 그들은 올림픽 출전
제한기록을 통과, 당당하게 올림픽이 열리는 캘거리에 입성한다.
낯선 추위와 주변의 비웃음과 싸워가며 예선전을 치룬 그들은 놀라운 기록으로 메달
후보로까지 거론되지만, 마지막 경기에 봅슬레이가 전복되면서 메달의 꿈은 날아간
다.
그러나 봅슬레이를 들고 걸어서 결승점을 통과하는 그들에게 세상은 조롱 대신 박수
와 환호를 보낸다.
11. 천국의 아이들
전국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서 3등을 해야 한다는 미션은 아주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전후 주자들의 가속도와 간격을 정밀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등수는 하루아침에 달라
질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애들싸움인지라, 주인공 소년은 심장이 터질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주변을 살피며 견제를 늦추리 않는다. 결승 테이프를 몇 미터
앞둔 지점.
소년이 사력을 다해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 이토록 간절하게 누군가가 3등으
로 골인하길 빌어본 적인 있었던가!
12. 그들만의 리그
여자들은 집에서 살림이나 하고, 그래서 야구가 좋으면 치어리더나 하며, 이것마저
성에 안차면 소프트볼이나 하라는 편견은, 사실 여자 야구팀 감독인 톰 행크스마저
갖고 있었던 생각이다.
물론 지나 데이비스, 마돈나가 이끄는 여자 야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고하는
소리였지만, 얼마 안 가 여자 프로야구팀은 사라져 버리지만, 그들이 공유했던 우정
과 사랑 그리고 용기는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남는다.
남성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넉넉하고 정겨우며 위대한 그들만의 스포츠 정신!
13. 키즈리턴
링 위에 오른 신지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해보이지만, 그의 스태미너는 세상에
대한 오만과 무지로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었다.
단단하지만 그만큼 단박에 깨지기 쉬웠던 젊음은, 모진 펀치를 맞고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로기 상태에 빠진 그에게 링사이드의 어른은 고작하야 "팔꿈치로 치고, 발을 밝고
때려" 라는 비열한 반칙을 주문할 뿐이다.
항복을 알리는 수건이 던져지고, 복서의 창창했던 꿈을 삽시간에 날려버린 신지.
"그럼 우린 끝난 건가요?"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는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과의 '리턴' 매치가 기다리고 있는 걸, 두 사람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14. 소림축구
소림무술과 축구를 결합한 소림축구팀은 가히 최강이다.
게다가 특수효과의 전폭적인 어시스트를 받고 있으니 당분간은 무적의 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전국축구대회 결승, 소림축구 팀은 약물로 괴력을 갖게 된 상대방의 맹공을
받고 위기에 처하지만, 때마침 나타난 조미의 도움과, 만화에사만 보던 전설의 '회오
리 슛' 을 날린 주성치의 활약에 힘입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
특히 골키퍼인 조미가 상대방이 날린 살인적인 대포알 슛을 태극권을 이용해 만두
빚듯 손위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던 장면은, 전설의 수문장 야신도 울고 갈 최고의
플레이자 이 영화아세 가장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15. 틴 컵
텍사스 촌놈 케빈 코스트너는 US 오픈 출전 자격을 얻는다.
감춰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일약 선두에 올라선 케빈이지만, 마지막 홀에서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다 우승을 날려버린다.
US 오픈 역사상 누구도 2타 이하로 도달하지 못했던 거리를 한방에 올려보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 그는 11개의 공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리고 12번째에서야 자신의
한을 풀고야 만다.
위너가 되기보다 진기명기를 남기고 싶어 했던 그의 엉뚱한 치기가 이상스레 기특해
보였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