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망우동 우림시장
조합비 걷어 운영자금 마련 전단지 광고·미끼 상품 …
대형마트 포위 속 매출30%↑다른 시장에서 견학 잇따라
"생태 그거 아주 좋아요."(점원)"3마리에 9000원이면 비싼데?" (주부)
"그럼 7000원에 해드려."(점주)
18일 낮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을 찾은 주부 조미영(41)씨가 웃으며 지갑에서 7000원을 꺼내 점원에게 건넸다. 이날 시장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손님의 연령층도 30대부터 60대 중년 주부까지 다양했다.
◆"대형마트 겁나지 않는다"
우림시장은 1970년대 영세점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재래시장이다. 현재 상인 수는 196명. 350m 거리에 이마트, 550m 거리에 코스트코가 있고, 1.5㎞ 서쪽에는 대형수퍼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2.5㎞ 남서쪽에는 홈플러스가 있다. 영락없는 '사면초가(四面楚歌·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처지)' 상황이다.
하지만 '형제수산'을 운영하는 김정환(48)씨는 "지난 10년간 주변에 4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동안 우리는 머리를 짜내고 돈을 들여 경쟁력을 높여왔다"며 "불경기가 문제이지 대형마트는 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우림시장은 튀는 아이디어를 무기로 대형마트의 공격 속에서 살아남았다. 가령 조합은 지난달 12·13일 충남 논산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수박 1.5t을 가져와 시장 입구에서 팔았다. 가격은 8㎏짜리가 6000원, 10㎏이 넘는 대형 수박은 8000~1만원. 모두 410만원에 들여와 410만원에 팔았다.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활용한 것이다. 시장 내 과일가게 매출은 줄 수밖에 없지만, 불만을 제기하는 과일 상인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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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낮 서울 망우동에 있는 우림시장 모습. 가게 곳곳이 장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대형마트 진출을 기회로 발 빠른 경영 현대화
우림시장의 '경영 현대화' 노력은 대형마트 진출과 함께 시작됐다. 시장 주변에 까르푸(현 홈플러스·1999년), 이마트(2000년)가 들어서자 위기의식을 느낀 상인들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그래서 나온 첫 아이디어가 '우림시장 즉석복권.'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받을 수 있는 이 복권은 피자·두부·케이크·와이셔츠 등의 상품을 걸어놓고 당첨률을 40~50%로 맞췄다. 대형마트보다 더 많은 양의 전단을 신문에 끼워서 돌리고,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이 사업에만 1억원의 조합비가 들어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웃 시장들이 대형마트에 밀려 매출이 반으로 줄 때, 우림시장 매출은 30% 정도 늘었다. 노후 시설도 정비했다. 상인들은 매월 3만원씩 모으던 조합기금에 추가로 돈을 보태 2억5000만원을 마련, 시장 통로에 천막 천장을 올렸다.
또 주차장을 임차하고 지역사회의 병원과 은행의 지원을 받아 쇼핑카트도 150대를 갖다 놓았다.
개별 상점들도 경쟁력 강화에 열성적이다. 진주과일 이강수(44)씨는 "매일 새벽 5~6시에 청량리 도매시장으로 나가 품목별 과일을 다 먹어본 뒤 물건을 가져온다"며 "대형마트보다 다루는 양이 적어 오히려 과일 하나하나의 당도(糖度)와 품질을 확실하게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상인 단결력, 변화에 대한 의식이 성공 비결"
토요일인 18일 저녁 7시쯤, 상인들은 조합사무실에서 경품행사 관련 회의를 하고 있었다. 현재 우림시장은 서울시와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3000원어치를 팔 때마다 시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100원짜리 쿠폰을 나눠준다. 시장은 이달 21일부터 한꺼번에 쿠폰 3000원어치를 사용하는 손님에게는 라면이나 키친타올 등 3000원짜리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시장경영지원센터의 정석연 원장은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유통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결과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려는 견학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 취재에는 김도형 인턴기자(고려대 한문학과 4학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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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제대로된 발전방향이죠. 할인점 못들어오게 데모하는건 올바른 대응이 아닙니다. 전국의 재래시장이 본받았으면 합니다.[2009.07.20 09: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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