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이어갑니다.
이번에는 좀 유명한 음반을 올리겠습니다.
슈만 피아노협주곡 Op. 54
디누 리파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1948년 녹음
그리그 피아노협주곡 Op. 16
디누 리파니/ 알체오 갈리에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1947년 녹음
프랑스 Columbia의 33 FCX 시리즈입니다. 영국 Columbia의 33CX 시리즈와 대응하는 초반급 음반이죠.
프랑스의 유서깊은 Pathe-marconi에서 만들었습니다. 40년대 후반 녹음이지만 음질이 괜찮군요.
잘들 아시는 녹음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카라얀의 슈만 반주는 약간 씩씩해서 탈이긴 하지만, 그리그나 슈만이나 전곡을 걸쳐 흐르는 리파티의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음반이 아닌가 싶네요. 생각해보세요. 리파티는 슈만을 녹음하고 2년 뒤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니까 이 녹음들이 이루어진 시기에 육신의 상태는 최악이었음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들어내는 음악들에는 은은한 열정을 넘어 정신적인 고귀함마저 담겨있는 것입니다. 이런 게 리파티의 연주를 찾게 되는 이유입니다. 모노의 오래된 음질만 감수해 주신다면 추천해 드립니다.
이전까지는 아래의 LP로 듣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EMI의 레페랑스 시리즈이죠. 모노 시대 음반들을 재발매했습니다. 여기에는 쇼팽과 그리그의 협주곡이 들어있군요. LP의 경우 레페랑스 시리즈의 음질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습니다만, 이 재킷의 CD는 얘기가 틀려집니다.
아래 작은 사진은 같은 재킷의 CD반. 이 시리즈가 CD 활성화가 된 직후인 80년대 말 복각물들이라 - 아시는 분들께서는 잘 아시겠지만 - 음질이 정말 형편없습니다. 예를 들어 에드빈 피셔의 바흐 평균율클라비어 곡집, 데니스 브레인이 연주하는 모짜르트 혼 협주곡, 푸르트뱅글러가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등을 최근 본사나 일본 EMI에서 재발매한 음반과 비교해 본다면 하늘과 땅의 소리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여튼, 이 시리즈로는 그리그 협주곡(오토 애커만 지휘)과 쇼팽 협주곡이 하나로 묶였고, 슈만 협주곡과 모짜르트 21번 협주곡(카라얀 지휘)로 묶여서 출반되었습니다.
최근 이루어진 본사 EMI의 GROC 시리즈는 슈만과 모짜르트가 함께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복각 솜씨도 이 시리즈의 기존 발매반들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여튼 분명한 것은 이 요절한 루마니아 피아니스트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이 이어지리라는 사실 아닐까요...
첫댓글 전 리파티의 그리그 피협을 Decca LP로 갖고 있습니다. 과거 라이센스 시절에 테이프로도 발매되었던 것이죠. 리파티의 연주는 그의 비극적인 삶 때문인지, 어떤 곡을 들어도 곡의 곳곳에 배어 있는 비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앙세르메와의 연주인가요? 저도 한 번 확인을...
히히, 나도 갖고 있는데...들어본 적이 언제다냐...(멀리 보는 눈...)
제가 안 듣는 음악들도 자주 구입하는 편인데...나중에는 결국 다 들어집니다. ㅋㅋㅋ
푸르트벵글러 전기를 보다보니까.. 리파티와 슈만 협주곡 녹음을 할 뻔 했다는군요..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정말정말 아쉽네요. 슈만 협주곡은 기제킹과의 녹음이 있죠. 그런데 푸르트뱅글러 전기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혼자 읽지 마시고 저도 하나 해주세요.. 비싼 책이 한 권 최근에 나오긴 했던데...
네~ 아마 그 비싼 책을 제가 본 것 같습니다..ㅎ 3만 5천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700쪽 가까이 되는 방대한 책입니다.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와 여러 사료를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려한 노력이 많이 보입니다. 저는 푸르트벵글러 개인에 대한 얘기들도 재미있었지만, 그 당시 다른 연주자들이나 지휘자들의 활동도 상세히 알아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얘기 하나.. 뮌쉬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있으면서 푸르트벵글러와 연주회도 같이 하고 맥주도 마시고 그랬던 사이라는군요. 뮌쉬가 베토벤이나 브람스 교향곡에서 보여주었던 선 굵은 연주들이 우연히 나온 건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