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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5저 2고 시대의 은퇴 설계를 위한 키워드로 ‘3E & ADVICE’를 제시했다. 3E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the Earlier, the better),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을 높여라, 자기중심주의(Egoism)가 돼라’는 의미였다. 이때 3E가 은퇴 설계의 큰 그림 또는 거시적 행동 원칙을 말하고 있다면 ‘ADVICE’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주는 미시적 처방이다.
첫 번째 ‘A(Advice from an expert)’는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과 소득 흐름은 물론 앞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 갚아야 할 부채까지도 다 점검해야 한다. 미래에 받을 소득이나 재산과 갚아야 할 부채를 모두 포함한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이다.
전문가 조언·투자 다변화 ‘필수’
‘D(Downsizing and restructuring)’는 말 그대로 삶의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과 함께 내가 가진 자산과 부채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다운사이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비를 통제하는 것이다. 살고 있는 보유 주택이 가족 수에 비해 너무 크다면 가능한 한 빨리 규모를 줄여야 한다. 세금과 관리비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상당한 대출을 끼고 산 집을 팔기 어렵다면 전세를 주고 전세를 얻어 가는 일도 불사해야 한다. 저금리 시대일수록 대출이자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므로 가능한 한 대출을 갚아나가야 한다. 생활비를 줄이는 일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지출은 없는지, 차량이나 사교육비에 지나치게 지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V(Viewpoint to be lowered)’는 투자 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진 자산의 상당 부분을 예·적금 또는 연금·보험처럼 저수익이지만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한 금융 상품으로 착실하게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금 금리가 2~3%대로 낮아진 지금 수익률 7~8%는 허황된 꿈이다. 만약 누가 그런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보장한다면 그건 곧 사기이거나 말 그대로 위험이 높은 투자일 수밖에 없다. 한 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손해 보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I(Insurance)’는 괜찮은 보장성 보험 하나 정도는 들어둬야 예상치 못한 목돈이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적금과 연금, 적립식 투자 등으로 죽을 때까지 현금 흐름을 잘 만들어 놓았다고 하더라도 남은 적(敵)이 바로 큰 질병이기 때문이다. 보장성 보험 하나 정도 들어두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더해 건강도 마음도 편안하게 가져갈 수 있다.
‘C(Cross-border investment)’는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해외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저금리가 지속되면 미국의 스미스 부인과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수많은 김씨 부인, 이씨 부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동시에 해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투자 기회를 노려야 한다. 현금 또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예금을 가지고 있다가 기회가 왔다 싶으면 바로 투자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낮은 수익의 안전 자산에 대한 저축만으로는 은퇴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흔히 위험 자산 투자 비중은 ‘100-나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젊을수록 ‘100-나이+α, α>0’로 가져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E(Exemption or reducing tax)’는 부연할 필요도 없이 비과세 등 절세 혜택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절세가 곧 높은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1%가 아니라 0.1%를 따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
- 이 글은 한경비즈니스 제90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