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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명시 및 창작글 기타) 스크랩 첫 나들이
안토니오 추천 0 조회 36 09.10.04 09:18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 첫 나들이*


큰 아이 결혼하고 처음 나들이하던 날,

아침부터 부산하다.

성당에 다녀오니 벌써 준비는 끝나고 출발을 서두른다.

손자녀석 태어나 한 식구 늘어난 두 집 식구

즐거운 분위기와 대화 속에

2시간 여 걸려 도착한 주문진 바닷가


일요일이라 항구 자체가 만원이다.

초만원인 주차장에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바로 민생고 해결에 돌입!

적당하게 회도 먹으며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다.

옛부터 아기가 상전이라 했던가?

단연 상전은 백일도 안 된 손자 녀석


울면 젖 먹여야 하고 복잡한 식당에서도 귀저기 갈아야 하고

졸리면 재워야 하고 모든 것을 울음으로 표현하니

그럴 수밖에

가만히 앉아서 딸아이가 하는 것을 보니

기특 하기도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어리든 것이 벌써 커서 아이 낳아 에미 노릇 하느라고-----

더 더욱 기특한 생각이 드는 것은 

모유 먹여 고맙고--


나오는 젖 안 먹이고 몸매 생각해서 우유 먹이는 것은

송아지와 다를 바 없다고 누누이 예기하든 내가

오늘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기특한 생각도 든다.

큰 아이는 나 들으라고  한술 더 뜬다.

모유를 먹이니 우유 병. 따뜻한 물 잡다한 것

준비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아! 라고 한다.


나는 속으로 어휴! 

철딱서니 없기는 너희 엄마는 두 살 터울로

너희들 3남매를 모유로 키웠다. 이것아~ 하였다.

이제는 백일이 가까우니 어려움 없이 내 앞에서

젖을 먹인다.

"참"보기 좋다는 생각이 든다.



주문 한 회가 상위에 보기 좋고 맛깔스럽게 차려진다.

옛말에 가문 논에 물들어 가는 거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보기 좋다고 했던가?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한 음식상과 횟집을 뒤로하고---

삼척 해안도로의 한적한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자리를 깔고 정겨운 대화와 소주한잔---

아득히 펼처진 수평선, 적당한 파도, 그리고 파도소리

"아---- "참" 좋다!


큰애 결혼시키기 전 휴가나 음식점에 가서보면

젊은것 들은 저희끼리 놀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어린것이나 보고 앉아있고

속으로 못 마땅하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웬걸!!!

지금 이 시간 내가 그런 것이 아닌가?


아이를 앉고 아기의 방긋방긋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겁기도 한 것은 내가 생각 해봐도 이상할 정도이다.

자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허허 나원 “참"


사위가 처부모인 우리에게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을 보며

오늘 같이 못 오신 사돈 내외분께 송구스런 생각이 앞선다.

사위 노릇하기도 힘든 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고맙다는 생각이 앞선다.


손자가 귀여워서

연신 어르고 추스르고 하는 글로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지나간 시간들이 떠올라 눈앞이 콧등이 찡하다.

첫 아이 낳고 뒷바라지 할 사람 없어

며칠 안 되어 빨래에 가정일 에---

성격 별난 남편 뒷바라지에---

그리고 병원 입원 , 시동생 뒷바라지

시아버지 봉양 이것저것 생각해 보면 할말이 없다.

그 모든 것 다 지난 세월에 털어 버리고----


저렇게도 손자가 귀여울까?

곱던 얼굴은  잔주름으로 가득하고

길게 땋아 흑진주 같던 머리는 반백이 되어가고---

흐르는 세월 앞에 누구인들 별수 있으랴.

안타깝기만 하고

가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 할 수 있으랴.

내일 모래가 글로리아의 54회 생일이 아닌가!


아---------


딸아이 내외가 아이를 받아 자리에 앉으며

아빠, 엄마하고 사진도 찍고

바닷물에 발이라도 적셔 보라고 밀어낸다.



글로리아와 물장난도 치고 미역도 줍고---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54세의 소녀를 보며

주름진 나의 얼굴엔 형언 할 수 없는 미소가 흐르고---

스물 스물한 파도는 나의 발가락을 간질이고

파도 소리는 여전히 적당한데

아-------"참 좋다-----


돌아오는 차 안 풍경--


막내 놈 운전하고

큰 아이 젖먹이고 나는 느긋하게 잠을 청해본다.

졸고 있는 내 귀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막내와 딸아이 내외의 대화가

내 얼굴을 미소 짖게 한다.


부모님 모시고 가끔 바람 좀 씌워 드리자 라는 예기

앞으로의 진로 등--등

도란도란 예기 소리는 가물가물 들려오고

눈 겁풀은 내려앉고-------


아~~~참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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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0.05 08:37

    첫댓글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애뜻한 마음을 담으셨네요.... 글 감사합니다^^

  • 09.10.05 12:23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보이네요.부럽슴당....^*^

  • 09.10.07 13:36

    잔잔한 가족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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