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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에 임하고 있는 장애인육상대표팀 |
장애인육상은 비장애인육상과 같이 트랙과 필드로 나뉜다. 트랙은 100m, 200m, 400m, 800m, 1,500m, 10km 단축 마라톤이 있으며, 필드는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포환던지기, 멀리뛰기, 제자리멀리뛰기, 높이뛰기, 멀리던지기, 곤봉던지기, 정확히 던지기 등의 종목이 열린다. 이 종목들 중 비장애인육상과 차별화 되는 종목으로는 멀리던지기, 곤봉던지기, 정확히 던지기 등이 있다.
▶ ‘조금 불편할 뿐’, 장애인선수들도 거뜬히 해내는 육상경기
장애인육상선수들은 비장애인육상선수보다 몸이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육상을 하는데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선수들을 위한 휠체어육상이 있고, 절단장애를 입은 선수들은 ‘의족’을 착용해 피스토리우스처럼 얼마든지 비장애인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도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충분히 자신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 경쟁에 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약간의 불편함을 극복하는 모습이 비장애인육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애인육상만의 매력이다. 장애를 가졌지만 장애를 극복하면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은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깨달음을 주곤 한다. 조금의 불편함만을 가지고 있을 뿐, 장애인선수들도 육상을 통해 스포츠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
2010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당시 등급논란이 있었던 홍석만 |
장애인육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장애등급별로 나눠지는 것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필드종목을 먼저 알아보자. 먼저 척수장애의 경우 T51~T54 등급으로 불리며 여기에서는 또 복근을 쓸 수 있는 쪽과 쓰지 못하는 쪽 등으로 나뉜다.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예는 지난 2010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육상 800m 경기다. 당시 휠체어육상 800m T53 등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홍석만이 대회의무분과위원회에서 홍석만의 등급을 T54로 낮추면서 금메달을 박탈하려 한 것이다. 물론 홍석만은 금메달을 다시 찾았지만 등급이 T54로 바뀌게 돼 이번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은 T54로 출전해야 한다.
절단 및 기타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T42~T46의 등급으로 출전한다. 여기에서 400m 계주는 T42~T46 선수들이 모두 통합돼 경기를 갖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따로 경기를 진행한다.
T11~T13 등급으로 출전하는 선수들은 시각장애 선수들이다. F11은 전맹이며 전맹 선수들은 가이드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이 때 반드시 불투명 안경이나 안대를 착용해야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전맹 선수들은 기타장애 선수들과는 달리 2개 레인(1,3,5,7)을 사용할 수 있다. T12 등급 역시 2개 레인의 사용이 가능하며 안대의 사용 유무는 선수의 자유다. T13 등급은 가이드 없이 진행한다. 가이드는 선수의 어느 방향에서 달려도 무방하며 끈을 사용하여 0.5m의 간격을 선수와 유지해야 한다. 400m 이상일 때는 가이드 러너를 두 명 사용할 수 있다.
이번 런던장애인올림픽부터 다시 출전이 허용된 지적장애선수들은 트랙의 전종목에 출전할 수 있다.
트랙의 등급분류에서 T로 표시했듯 필드에서는 등급표시가 F로 달라진다. 먼저 척수장애선수들은 투척경기용으로 제작된 별도의 휠체어를 사용하며, 경기 전에 심판관에게 높이 제한(쿠션 포함 75cm)에 대한 심사를 받는다. 투척동작에 있어서는 양쪽 엉덩이 모두 쿠션에서 떨어지면 안된다.
F11 등급(전맹)의 시각장애 선수는 안대를 착용하며 F11과 F12 등급의 선수는 가이드 러너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높이뛰기 시 F11 등급 선수는 경기 전 Bar를 미리 만져볼 수 있고, F11과 F12 등급 선수는 음향을 이용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투척경기에서도 어시스턴트의 방향설정을 위한 음향 사용이 허용된다. 세단뛰기의 최소거리는 F11은 9m, F12와 F13은 11m로 진행된다.
기존 투척종목인 포환, 원반, 창던지기 외에 뇌성마비선수들을 위해 개발된 곤봉던지기, 정확히 던지기, 멀리던지기 종목이 있다. 이들도 척수장애와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사용해 경기를 펼치며 오버, 사이드, 언더 등으로 자유자재의 던지기가 가능하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입상한 유병훈(좌), 정동호(우) |
한국장애인육상은 세계적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전적을 갖고 있다. 2008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냈고, 2010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의 수확을 이뤄냈다. 특히 정동호, 유병훈, 김규대, 홍석만 이른바 트랙 4인방은 아직도 건재하다. 유병훈(T53)은 지난 2011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400m 2위, 800m 3위를 기록해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기를 한껏 증폭시켰고, 최근에 열린 2012 호주 장애인육상선수권에서도 200m 2위, 400m 2위, 800m 2위를 차지했다. 다른 선수들도 최소 동메달권에 가까운 기록들을 갖고 있어 경기 당일 컨디션과 운만 따라준다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T36 100m와 200m에 출전하는 장애인육상대표팀의 ‘홍일점’ 전민재의 성장도 눈부시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세계적 기록과는 차이가 큰 선수로 여겨지던 전민재는 최근 무섭게 기록을 상승시키면서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수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를 따냈고, 최근 열린 호주육상선수권에서는 계속된 기록 단축을 보이면서 100m와 200m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참가했던 피스토리우스 |
휠체어육상의 T53등급 200m에서 2012년 현재 세계랭킹 1위 선수는 독일의 미키 버셀이다. 25.97의 기록을 올 7월 세우며 세계랭킹 1위로 급부상해 이번 장애인올림픽에서도 우리나라의 메달 획득을 위협할 가장 강력한 선수로 꼽힌다. 그밖에 캐나다의 브랜트 라카토스(26.26), 미국의 브라이언 시먼(26.41)이 2위와 3위에 올라있다. 참고로 한국의 유병훈은 지난 3월 호주대회에서 세운 기록인 28.29로 현재 세계랭킹 16위에 올라있고, 정동호도 28.52의 기록으로 19위에 올라있다.
400m에서는 미국의 조슈아 조지가 48.60으로 1위를 마크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이언 시먼, 브랜트 라카토스가 뒤를 이으며 200m에서 400m에서도 그들의 존재감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400m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유병훈은 50.41의 기록으로 6위에 랭크돼 있어 이들 선수들과 올림픽 당일 치열한 메달 각축전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육상의 세계적인 스타로 잘 알려진 남아공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와 그의 라이벌 미국의 제롬 싱글턴의 맞대결도 관심거리다. 지난 2008 베이징장애인올림픽 T44 100m 결승에서 만난 바 있는 두 선수의 대결은 피스토리우스가 금메달을, 싱글턴이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피스토리우스의 승리로 끝났다. 4년을 기다려온 싱글턴으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설욕전을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