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同行)
문 남선
집안 청소를 하고 있던 오전, 향이 짙은 난(蘭) 하나가 배달되었다. 화분을 둘러싼 예쁜 리본엔우리의 결혼 25주년을 기념하며 행복하게삽시다라는 글이 적힌 꼬리가 달려 있었다. 화분 배달을 요청 할 때 아마도 남편이 주문한 결혼기념일 멘트의 문구인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 후 띵띵하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 하나가 전송 되었다.결혼 25주년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작은 아들 올림―일반 육군과는 달리 카투사라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둘째가 보낸, 가슴에 신선한 바람이 이는 흐뭇하고도 예쁜 짓이다.
형과 너에게 좋은 일이 곧 엄마 아빠에게도 좋은 일이란다. 너도 늘 건강하고 좋은 일 있길. 고마워 하는 답신을 바로 아들 핸드폰으로 전송했다.
오늘은 남편과 내가 동행(同行)한 지 25년이 되는 날이다.20년을 살아야 부부라는 말이 있다. 서로의 잘못까지 포용하며 마음을 맞추며 길들여지는 기간이 족히 20년 정도는 소요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그 말이 나왔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그 20년에다 5년이 더해진 25년이라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닌 것 같다.
부모 친지와 많은 하객들 앞에서 남편의 은사이셨던 주례 선생님의 성혼 선언문 낭독이 있었던 결혼식 날, 남편과 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내친김에 거실의 PC 옆에 있던 계산기의 좌판을 두드려 보았다. 동반자로서 동행한 일수가 계산기 윗부분의 액정에 뜬다. 25년×365일〓9125일.
인생의 동반자란 사전적 의미는삶에 있어 짝이 되어 함께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대체적으로 부부를 칭하는 말이다. 잠시 우리의 여정을 뒤돌아보았다. 그런데 말이다. 진정으로 동행다운 동행을 한 시간을 아무리 후하게 계산을 해도 15년을 채우지 못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함께 걸어오는 동안 길목 곳곳에 놓인 장해물들 탓에 동행다운 동행을 할 수 없었던 날도 많았다. 서로가 우선순위로 가려고 하는 방향이 다르고 서로가 옳다고 판단하는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각자의 방향을 향해 길을 가다가, 어느 순간 멀어지고 있는 한 쪽을 향해 어느 한 쪽이 가던 길을 접고 다시 쫓아와 합류하며 또 나란히 걷기도 했다.
잠시 엇갈렸던 길들은 다른 한쪽의 보폭을 조금 줄이고 또 다른 한 쪽의 보폭을 좀 빨리하면 쉽게 다시 동행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타협의 여지가 없던 상황에서 동행(同行)이 아닌 역행(逆行)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극과 극으로 치달았던 적도 있었다.
역행(逆行)의 길은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동행이 아니었기에 더 험하고 길고 고통스러운 길이었다. 10년 남짓한 그 길을 걷는 동안 크고 작은,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상처들도 많이 얻었다. 그런 이유로 그 길마저 동행이었다고는 얘기 할 수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건 우리 부부의 25년간의 동행에서잃어버린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았다.
20년은 살아야 부부라는 말이 담고 있는 뜻을 조금은 이해 할 것도 같다. 동행과 역행의 시간을 되풀이 하는 동안 남편과 나의 생각과 행동이 얼추 비슷해지고 서로에게 길들여진 것이 아마도 5년 전 쯤인 것 같기에.
남편이 보내온 난을 햇살고운 베란다로 잠시 옮겨놓았다. 고운 햇살 조각들이 창문에 부서져 내린다. 이런 날은 어린 시절 시골집의 장독대가 그리워지는 날이기도 하다. 곱게 부서지는 햇살을 보며 어머니의 손때 묻은 장독대를 연상하는 순간 나는 알았다.
아 그렇구나! 바로 이것이야. 부부사이란 장독대 위의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것이야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항아리 속의 된장, 간장, 고추장들이 햇살과 바람과 비와 눈을 맞아가며 발효를 거쳐 숙성하듯이 부부가 동행을 하는 과정도 장(醬)들의 숙성과정과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항아리 속의 젖산균에 의해 부글부글 끓는 발효의 과정과 부패하지 않고 알맞게 분해되는 숙성의 과정을 거듭한 후 특유한 장맛을 내는 게 동행의 과정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행과 동행의 시간을 오랜 기간 반복한 부부 사이가 더 애틋하고 깊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뭉그러짐과 곰삭음의 과정을 거쳐 잘 숙성된, 오래 된 장맛이 더 감칠맛이 나고 깊은 맛을 내듯이.
이제 우리 부부는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 비슷한 부부로 변해 있는 것 같다. 동시에 똑같은 생각을 할 때도 많고 어떤 상황에서 내린 결론도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 할 때가 유난히 많다. 동행과 역행을 거듭하는 동안 장이 깊은 맛을 내듯 서로에게 잘 길들여지고 채색된 탓일 것이다.
어찌 장맛뿐이겠는가. 부부지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동행이 역행이고, 역행이 곧 동행일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남편과 나의 남아있는 앞으로의 삶은 친구처럼, 연인처럼, 때로는 서로의 스승처럼 …… 그리 살아야 할 것이다. 인생의 동반자로서 아름다운 동행을 하며.
2009년 2월 11일
첫댓글 지난 수요일날이 결혼 25주년이었습니다. 그날 잠시 끄적거려 초안을 잡아 놓았던 글을 오늘 좀 수정해 보았습니다. 아직 손볼데가 많은 탈고 되지 않은 글입니다. 우선 따끈따끈한 글이니 읽어보세요.
진정한 동반자로 친구처럼, 연인처럼, 스승처럼 아름답게 동행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25주년 결혼식 진심으로 추카추카해유
민들레님 오매! 벌써 올리자마자 댓글을?? 오늘 이 글을 쓰고 난 뒤 뒷날 책 세권내지 네권을 동시 출판할때 그 중 한권의 책 제목으로 <동행>으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표지 제목이 되는 작품이라 아직 손을 많이 봐야할 것 같아요. 어제 저녁부터 썼기에 아직 마음에 안들거던요.
언니야~형부랑 그러고보니 참 오래도 살았네.엊그제 인것 같은데 형부랑 결혼식 하던날이.......ㅎㅎ아 글구 언니야 난은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면 잎이 망가진다.옮겨놔라~약간 그늘로~~~~~~~~
아! 그러냐? 응 그럴게. 약간 그늘.... 내가 뭘 알아야쥐이....
헤숙아 축하한다 안서방한테도 안부전하고 예쁘고 따뜻하게 잘사는게 고맙구나 보고싶다......많이....
언니 오랫만이네. 글 한편을 쓰고 나면 대체적으로 담날 새벽에 잠이 깨는 버릇이 있어. 그래서 한 편의 작은글이 대충 형태를 갖춘 날은 담날 조금 피곤해. 그래서 한편 한편이 만 하루 정도는 나의 정신이 좀 피곤했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언니! 근데 언니 댓글 첫줄 읽어나가는데 눈물이 찍 나온다. 참 멀리도 떨어져있다. 그치? 순희 때문에 이곳을 알고 순희 때문에 요즘 늘 고향에 온듯해서 즐거워. 이렇게 언니도 보고 또 오빠랑 통화도 하고 오빠 애들도 보고.... 세상이 참 아름답네.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이순임 누나도 단원리 나는 전혀 모러 껬는데 웃담에 사시나요 누구 신지 궁금,,,,,,,,,,,
순임이 누나는 브라질 순희 저거 언니다. 우리 외사촌 언닌데 16회 졸업생이다. 짐 브라질 있다.
언니는 전 내일이면 24주년이되는 날인데 벌써 지나온 세월이 너무 아쉽긴하네 부부가 맞추어 산다는게 20년이 되는것같아 알고 돌아 보면 벌써 이만치 와가지고 있는걸 애들은 크고 얼굴엔 주름이 하나둘 너무 허무한걸.....
선희야! 오랫만이구나. 허무한 것도 많지? 그래도 나이들면 젤루 소중한 사람은 배우자란다. 요즘 자식은 곁에서 건강하게 안 찢어지고 지들끼리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만도 효도야. 자식이 부모에게 뭘 해주길 바라지마라. 우리 세대는 절대 욕심 부리면 안된다. 자식이 뭘 해주길 바라고 살면 스스로 불행해진단다. 아무것도 바라지말고 지들이 행복하게 당당하게 사는 것 그걸로 만족해야한단다. 그렇게 키운 자식이 그래도 부모에게 효도하면 고마운 것이고.. 부부밖에 없단다. 그래도 자식에겐 무한한 사랑을 쏟아라. 난 오랫동안 그리하지 못했단다.
선희언니야~요즘 넘 뜸하네.시골도 안오고 카페도 안오구~~~~ㅎㅎ
이선희 누나는 혹시 수반 아지매 딸 님 인가요 ,,,,,이열이 동생은 현석이 집 앞에 ,,도랑 앞집 맞나요,,
선희는 수반 아지매 딸 맞다. 이 열이는 내도 모르겠다. 근데 니 지금 이산가족 찾기하나? ㅋㅋㅋㅋ
언니는 글로서 맘이라든지 모든일상들을 표현할수있는 인생의 멋진 연출자같아요 언니의 모습을보고 은사님을 많이 닮아서 놀라고 반가웠어요 글구 남진이 동생도 만날수있어 좋아요 언제나처럼 멋진 부부로 사세요 부라보 ㅎ ㅎ ㅎ연실올림
유순이? 창호 동생이지? 반갑구나. 유순아 창호는 어디서 사니? 보거던 안부 전해라. 꼬맹이적 네 모습 생각난다. 얼굴이 갸름하고 좀 수줍음을 많이 탓던 것 같은데... 선희는 자꾸만 코 흘리던 모습이 생각나고ㅎㅎㅎㅎㅎㅎ유순이 너는 우리 집 대문 앞에서 배시시 웃지도 못하고 요상한 표정으로 서있던 기억이 나. 뭐든 열심히 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라. 그것이 인생을 멋지게 사는 거란다.
연실이언니야 ㅎㅎ아지매 한테 언니 얘기했더니 아시더라 ㅋㅎ너무 반가운거있지~얘기 하면서도 아지매 얼굴에서 언니얼굴을 봤어 ㅎㅎ겹쳐져서 보이더라 ~
언니야~창호오빠 동생 유성이는 내친구고~창호오빤 서울에 사는것 같고 유성인 자주 연락하는데......창호오빠가 작년 가을에 울집에 들렀다갔다.창수오빠랑 같이~~~~~안그래도 우리 형제들 안부 묻더라~~
창호 연락되면 내가 보고싶어 한다캐라.
창수 ,창호 ,,유성 ,,,,,,단원리 아버지는 강자 일자 규자 이고 엄마는 익구실아지매 둘째 아들 인데요,,,,,,, 내 어릴적에 우리집 알방에서 살다가 간 사람인것 같은데 왜 여태 까지 우리집에 한번도 안 오시나요 보고 싶은데 어떻게 사는지 ,,,,,언젠가 꿈속에서 우리 알방 에 살다간 사람들을 꿈을 꾸었지요 그냥 꿈인줄 알아는데 현실이 있었군요 특히 내하고 비슷한 나이의 누나가 아니면 몇살 차이였나 있었는데 오래되서 이재희 아재하고 친척 아니가요 궁금하네요,,,,,,,,,,,,,,,
응 남진이 말 종합해보면 유성이 오빠가 창호다. 글고 재희오빠하고 중희오빠가 형제간이고 창호 삼촌이(창호 작은 아부지) 재희오빠하고 중희 오빠다.
창수 ,창호 ,유성 ,,,그렇니까 이재희 가 작은 아버지 되는군요 정말 한번 보고 싶다 특히 유성 이 누나가 더 보고싶네요,,,,,,,강유순 누나는 강기한 형님 막네 여동생 우물고댁 아지매 막내 딸님이군요 맞나요 ,,,,,,,
언니 그유순이가 아니고 우물골댁 딸 막내유순이야 언니는 잠깐 착각 했나봐
아! 우물골? 우물골 아지매? 아이고! 여기 오니 유순이도 만나고 선희도 보고 종순이도 보고 태수도 보고..... 완전 동네 모임하네. ㅎㅎㅎㅎㅎ
아~ 문선배님 25주년 결혼식이였군요. 축하합니다. 강산이 두번하고도 반이상 지났으니 이제 눈빛으로 사시겠군요. 그래서 동행이 딱! 어울립니다. 동~행.
근데 네한테만 말하는 비밀인디... 울 집선 내가 여왕이고 남편은 시종이란다. 나의 권한은 거의 왕권에 가까워. 이쯤되면 동행이 아니라 복종하며 사는 거 뭐시냐? 윗 분 수행하는 거, 수행(?)이라 해야지 않것냐? ㅋㅋㅋㅋ 소문내지마라.
여기서 소문 내지 말래면 광고하는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농담 이지.......??
선배님 대단하십니더 여왕이라고예 저는 시녀인데 맨날 맨날 퇴근해 오면 쇼파에앉아서 물. 오징어,유자차.잠잘때까지 ..그래서 저 여태껏 감기한번 안하고 살다가 어제는 몸살에 기침에 밤새 콜록거렸더니 생전 처음 자다가 일어나서 꿀물한잔 타 주데예 간큰 남자맞죠?
귀산이 후배 바깥양반은 간이 큰 게 아니고 내 진단에 간을 배 밖에다 내놓고 다니는구만. ㅋㅋㅋㅋㅋ
요즘도 그런 남자분 계세요.....??ㅋㅎ
언니 댓글은 안달아도 몇번을봤지 우리 이세상 떠나는날까지 이쁘게 살다가자 어제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난 너무 행복한데...... 놀랬어?? 격정하지마 나 디기 씩씩하다 카니발 지나면 바빠 그럼 또 다 잊어버리고 열심히 일해야지
그래. 너무 걱정이 없어도 울적해지곤해. 거기다. 약간의 갱년기 증상도 따를 테고..... 너만 겪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겪는, 아니 겪고 지나야하는 공통된 조항이야. 그럴땐 슬기롭게 헤쳐나가도록해. 한땐 난 그 우울증이 심해서 병처럼 달고 다닌 적도 잇었어. 넌 잘 하고 있는거야.
아쿠아 누나 이순임 누나는 단원리에 누구에 자녀분 인신지 궁금하네요 ,,,,,,,,,,,,,,
종순아 단원리 송촌알제? 송촌에 가면 (이미정 이순희 이차열 이순임 이홍덕 이을임 이갑열)이란 사람들이 몽창 이상봉씨(울 큰 외삼촌=이상구 선생님 오빠)자제들이란다. 네가 나이가 어려서 잘 모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