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유 치환)/ 돌의 노래 (박 두진)
청마(靑馬) 유 치환 시인은 기교나 표현에 집착하지 않고 생에 대한 의지를 진지하게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박 두진 시인(호는 혜산(兮山)은 박 목월, 조 지훈과 함께 청록파 시인이라 불렸으며 그리스도교 정신을 바탕으로 초기에는 자연을 읊다가 차츰 사회현실에 대한 의지를 노래했다.
1. 바위
유 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노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시인 약력:
1908 경남 충무시 태평동 출생.
1929 고향에서 동인지 <생리(生理)>를 발간.
1931 <문예월간>제 2호에 시 <정적>을 발표하면서 등단.
1937 문예동인지 <생리(生理)>를 장응두, 최상규 등과 함께 발행.
1950 한국전쟁시 문총구국대(文總救國隊)를 조직.
1967 2월 13일 윤화(輪禍)로 사망
2. 돌의 노래
박 두진
돌이어라. 나는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종일을 잠잠하는
돌이어라.
밀어 올려다 밀어 올려다
나만 혼자 이 꼭지에 앉아 있게 하고
언제였을까.
바다는
저리 멀리 저리 멀리
달아나 버려
손 흔들어 손 흔들어
불러도 다시 안 올 푸른 물이기
다만 나는
귀 풍겨 파도 소릴
아쉬워할 뿐.
눈으로만 먼 파돌
어루만진다.
오 돌.
어느 때나 푸른 새로
날아 오르라.
먼 위로 어둑히 짙은 푸르름
온 몸에 속속들이
하늘이 와 스미면
어느 때나 다시 뿜는 입김을 받아
푸른 새로 파닥거려
날아 오르라.
밤이면 달과 별
낮이면 햇볕.
바람 비 부딪치고, 흰 눈
펄펄 내려
철 따라 이는 것에 피가 감기고,
스며드는 빛깔들
아룽지는 빛깔들에
혼이 곱는다.
어느 땐들 맑은 날만
있었으랴만,
오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하늘 먹고 햇볕 먹고
먼 그 언제
푸른 새로 날고 지고
기다려 산다.
시인 약력:
1916 경기도 안성출생1940 '문장'지로 등단.
1946 김동리, 조연현, 서정주, 박목월 등과 더불어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에 참여.
1949 한국문학가협회 결성에 참여.
1981 연세대 교수로 정년퇴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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