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한몸운동과 하늘·땅·물·벗 운동
1989년 10월 4-8일에 서울에서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축제를 준비하면서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한마음한몸”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이 운동은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과 나눔을 현대 세계에 육화시키기 위하여 1988년 10월 주교회의의 의결을 거치면서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 45) 한마음한몸운동은 “우리의 문화와 삶의 언어로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찬의 뜻을 알아듣고 이를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이른바 ‘한국적 성체 신심’을 이루는 계기로 시작하게 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성체성사의 정신을 실제 삶과 연결시켜 실천함으로써 성찬의 신비를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시작되었다. 이후 인종과 종교, 사상과 국경을 초월하여 국내외의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인간의 존엄을 축복으로 누릴 수 있게 하고자 투신해 왔다.
“한마음한몸운동”은 이러한 운동을 통하여 그리스도 신앙을 우리 문화 속에 뿌리 내리면서 한국의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신앙 공동체가 신앙의 성숙을 이루는 데 길벗이 되고 이웃들이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돕고자 하였다. 또한 한걸음 더 나아가서 남과 북의 갈등으로 집약되어 온 세계 빈부의 대립과 동과 서의 갈등으로 집약되어 온 이념의 대립을 극복하여 민족과 세계 속에 그리스도의 참 평화를 구현하고자 한다는 운동 이념을 갖고 있었다. - 46) 한마음한몸운동 홈페이지: http://ohobm.catholic.or.kr/ohobm0/Main0.htm.
하지만 초기 한마음한몸 운동은 그 자체로 생태 영성의 안목을 갖추고 이런 비전을 통합하고자 하는 명시적인 노력을 경주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속에서 서울대교구 출신으로서 당시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재돈 신부 등을 중심으로 시대 상황 속에서 요청되었던 환경 문제를 사목 비전에 통합하고자 하는 관심이 가시화되어 갔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하늘·땅·물·벗” 운동이 1991년에 태동하게 되고, 이 운동의 주체들이 한마음한몸운동 본부의 활동을 생태 복음화 차원과 연결하기에 이른다.
한마음한몸운동을 시작할 무렵인 1989년 12월에 요한 바오로 2세가 앞서 소개한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는 평화”라는 제목으로 1990년 1월 1일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를 발표한다. 교황이 여기서 생태 복음화의 실천을 세계 교회에 요청하였다는 것은 앞에서 진술한 대로이다. 개신교단에서는 1990년 3월에 서울에서 JPIC(Justice, Peace, Integrity of Creation: 정의·평화·창조 보전) 세계 대회가 개최되었고, 1991년 3월에는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한 결정적 시발점으로 작용한 낙동강 페놀 사건을 겪게 된다.
이런 신학적, 사목적, 사회적 시대 배경 속에서 생태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한마음한몸운동 생활실천부에서는 1991년 6월 19일에 타 종교인들과 공동으로 창조질서보전과 완성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 47) 이 공청회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김홍진, 위의 글, “천주교 환경운동의 태동” 가운데 “창조질서 보전 및 완성을 위한 공청회” 부분 참조. 이를 계기로 생태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제, 수도자, 평신도 실천가들이 함께 앞에서 언급한 “하늘땅물벗”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 48) 이하의 내용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의 2003년 초 메일 회신 자료에 의존하였음을 밝힌다. “하늘땅물벗”이라는 이름에는 “하늘 · 땅 · 물을 사랑하는 벗들의 모임” - 49) 이재돈, “교회의 환경운동과 ‘하늘-땅-물-벗’,” 사목 192 (1995/1), 64 참조. 이재돈 신부는 이 글에서 이런 명칭을 택한 것을 “순우리말로 우리가 만든 국산품 환경 단체를 보급”하려는 의지와 연결지어 설명하기도 하였다: 같은 곳. 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사람이 하늘 · 땅 · 물로 상징되는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 하느님의 우주적 집안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자각이 동시에 배어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늘땅물벗은 한마음한몸운동 생활실천부의 환경운동분야 활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하면서, 재활용과, 도농 직거래, 그리고 무공해 비누 만들기 등을 교회의 신앙실천에 통합해 갔다. 이와 같은 친환경 신앙실천을 통하여 창조된 자연 세계의 기품을 되찾는 한편, 이를 통하여 형성한 기금을 사회와 함께 나누고자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인간 가족과는 물론 자연 가족과도 더불어 사는 생명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 것이다.
하늘땅물벗은 이와 더불어 환경문제에 관한 월례강좌와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미사,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천주교 자연학교와 성인, 청년들 대상의 천주교 환경학교 등을 열어서 생태 의식을 고취하였다. 뿐만 아니라 천주교 환경상 시상과 해외 생태 문제 전문가 초청 강연회, 사순, 대림 환경 특강과 현장체험 활동, 환경 관련 시민 단체들과 연대활동 등을 통하여 생태 사도직을 매개로 교회와 사회를 상호 소통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1994년 중반 이후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 운동본부는 환경운동 팀을 환경보전부로 독립시켜서 전문위원회를 두면서 하늘땅물벗 모임을 해체하였다. 현재 이 운동에서 전개하던 활동은 서울대교구의 환경 사목 기구에 흡수되어 운동의 성격을 상실한 상태이다. 그동안 이 단체와 연대하였던 활동가들 가운데 일부는 천주교환경사제모임과 연대 활동을 지속하였고, 일부 활동가들은 환경보전부 전문위원으로 남게 된다. 이후 1999년 1월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내의 환경보전부를 교구 환경사목위원회로 독립시켜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안에 환경사목위원회를 창립하기에 이른다. 이를테면 오늘의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1991년에 결성된 하늘땅물벗의 활동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단체는 존속하지 않지만 하늘땅물벗이라는 명칭은 남아서 여전히 여러 형태로 구실을 하고 있다. 예컨대, 이 말은 2000년부터 각 본당에서 환경운동과 우리농운동을 전개하는 활동가들을 위한 입문교육의 명칭으로 쓰이고 있다. 또한 각 본당에서 환경운동이나 우리농운동을 실천하는 단체의 명칭(예: 하늘땅물벗 돈암동본당 생활공동체)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고, 각 본당 우리농 매장의 이름(예: 하늘땅물벗 목동 매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50)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하늘땅물벗을 본당 단위의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기반으로 자리 잡게 하고자 하는 갈망을 갖고 다음과 같은 노력을 꾀하고 있다: 조대현, “본당 중심의 생활공동체 운동”(본당 생활공동체 활성가 교육자료집: 미출판)에서 인용.
1) 사목회 내 도농협력분과 구성하기/중심주체 만들기: 본당 신부님의 추천으로 우리농 운동에 관심있는 사람을 교구단위의 활성가 양성교육(하늘땅물벗 강좌)에 참여시키고, 수료생을 중심으로 본당 사목회 내 도농협력분과위원회 또는 우리농 단체를 구성하고 회의를 정례화 시킨다.
2) 전 신자 대상 의식전환 교육 마련하기: 도농협력분과위원회 또는 우리농 단체는 본당 신부님과 협의하여 우리농 운동의 올바른 이해와 실천을 이끌어 가기 위한 기초교육으로 본당 내 전 신자 대상 교육을 마련한다. 주일 매미사 강론, 사순·대림특강, 본당 단위 녹색학교, 구역반장단 교육 등을 단계적으로 마련한다.
3) 물품나누기: 도농협력분과위원회 또는 우리농 단체는 본당신부님과의 협의를 통해 주말장터부터 열어 가능하고 안전한 품목을 서울교구본부 물류센터로부터 공급받아 물품 나눔을 시도해 본다. 농산물의 취급요령을 습득하고, 먹는 행위로 운동에 동참시키며, 나아가 가능한 공간에 상설직매장을 마련하거나 생활협동조합을 조직하여 지역사회에 선교기능도 겸할 수 있다.
4) 자매결연과 인적교류하기: 물적 교류에 앞서 산지 방문이나 일손 돕기, 녹색체험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농촌생산자공동체와의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인간적 만남과 나눔의 기회를 최대한 살려 상호이해와 신뢰가 쌓일 수 있도록 한다. 농촌생산자와 도시소비자가 서로의 정다운 얼굴을 떠올리며 정성을 다해 생산하고, 감사히 먹으며 생태적 삶에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5) 반모임을 통해 구체적 실천을 나누기: 생활공동체의 뿌리인 반모임을 통해 우리농 운동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구역반과 협의하여 반모임 부교재로 우리농 길잡이를 활용한다. 그리하여 복음화 7단계 중 6단계 실천과제를 보다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일용할 양식을 매개로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살아 숨쉬는 복음화된 소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다.
6) 활동조직 튼튼히 다지기: 끊임없이 적합하고 정확한 과제를 설정하여 작고 쉬운 일부터 추진해 나간다. 그러나 일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보고 싶은 관계를 만드는 게 우선되어야 즐겁고 기쁘게 일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생태 복음화”라는 명시적인 주제 의식 없이도 이같은 비전과 연계된 사목 활동을 펼쳐온 단체들을 중심으로 현대 가톨릭 교회의 생태 사도직의 여정을 간략하게 돌아보았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교구에서 전개해 온 다양한 생태 복음화와 사도직 실천 활동들을 자세하게 소개하지는 못하였다. 광주대교구와 전주교구, 인천교구, 대전교구, 부산교구, 마산교구, 청주교구 등에서 펼쳐 온 생태 사도직의 지평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활동의 폭과 깊이를 갖고 있다. 이 여러 교구의 생태 복음화 비전과 실천에 관해서도 앞으로 연구하여 함께 나눌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2장에서는 세계 교회 차원에서 생태 영성과 사도직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살펴보면서 우리 교회의 사명을 간략하게 언급하였다. 이런 토대 위에서 여기서는 우리나라 교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생태 복음화와 사도직 실천을 위하여 어떤 모델들이 형성되어 왔는지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서 몇 가지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이 도시 교구이건 농촌 교구이건, 혹은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구조를 띤 교구이건 나름대로 이 시대의 생태 비전에 부합한 생태 사도직의 지평을 열고 육화시켜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