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답사(4) : 율곡 문화제
일시 : 2016.10.9.(일)
장소 : 파주 자운서원
파주를 대표하는 인물은 율곡 이이이다. 파주는 이이의 가족묘와 화석정 그리고 자운서원이 조성되어 있다. 자운서원은 대원군 때 서원철폐로 사라졌지만 그 후 다시 건립되었다. 파주에서 매년 가을에 ‘율곡 문화제’를 열어 이이 선생을 기념하는 축제를 갖는다. 파주 진입을 기념으로 축제를 답사해 보기로 하였다.
자운서원은 보통 차량으로 이동하지만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우선 문산역까지 기차로 이동하고 문산에서 버스를 활용하려고 계획했지만 쉽지 않았다. 문산에서 자운서원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쉽게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문산역의 교통상황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문산역은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파주의 최종지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임진각이나 자운서원, 기타 북부 파주의 주요 유적지로 이동하기는 매우 어렵다. 임진각을 가던 기차도 이제 하루에 1번으로 줄어들었고 버스도 타기 어렵다. 대중교통을 대체하는 택시만이 길게 대기하고 있었다.
다행히 축제 기간 중 ‘자운서원’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발견하게 되어 탑승했다. 기사 분은 올해 참가자가 적은 편이라고 말한다. 행사의 성격과 기간이 이제 큰 매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막상 자운서원에 도착해보니 많은 차량이 줄지어 서있었다. 축제 장소로 들어가자 요란한 음악과 함께 댄스타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은 잔디에 돗자리를 펴놓고 가을의 햇빛과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축제를 즐기기에는 날씨가 좋았다.
‘율곡 문화재’는 많은 축제 중에서 특정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을 축제의 중심으로 삼았다는 것은 인물이 주는 역사적 의미와 인간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분명 우선되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1시간 남짓 둘러본 축제 현장은 사람들의 일상적 흥미를 끌기 위한 음악과 놀이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율곡 선생을 기념하는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행사가 시간별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인물이 축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적어도 그 분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알 수 있는 기획물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행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분명 있겠지만 율곡이 어떤 의미에서 존경받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컸다.
율곡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율곡에 대한 이해는 어머니 사임당과의 관계, 임진왜란 전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는 가설, 이황과 함께 유학의 대가라는 사실에 국한된다. 파주시는 오히려 율곡의 키워드를 9번 과거에 9번 장원했다는, 요즘 학부형이 관심 갖는 입시의 천재라는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율곡의 중요성은 율곡 자신의 정치적 개혁과 대립을 극복하려는 당파적 중용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본다. 하지만 이런 소중한 역사적 자산에 대한 부각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저 시험 잘보고 훌륭한 어머니를 둔 대학자라는 모호한 인물상만이 기억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축제는 분명 오락과 흥미로운 공간과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축제의 본질적 의미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한 인물을 대상으로 한 축제는 인물이 가진 중요한 역사적 의미와 인간적 가치를 인식시켜주는 기회로 활용되어야 한다. 존중받아야 할 인물이라면 축제 후, 그 인물에 대한 중요한 정보와 소중한 존경을 담고 돌아가야 축제의 목적이 제대로 성취되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만 사람들을 모으고 지역을 홍보하기 위하여 인물의 피상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킨다면 우리는 그 분에 대한 커다란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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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을은 지역 축제의 계절이다.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프로그램들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