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정신을 차려.. 정신없이 썼던 글을 부산 내려와서 정리해서 다시 썼어요.
일때문에 부모님께서 전주로 옮기신지 2년이 넘었는데요.
지난 연말에.. 어머니께서 조금 이상해서 검진을 받으셨는데, 폐암이시더군요.
적은 수의 가족인 저희 집엔 청천벽력과도 소식이었죠.
열흘 넘게 이검사 저검사 하다가 12월 31일.. 수술일정을 잡아 5시간에 걸친 장시간 수술을 했습니다.
담당의가 수술 후 플라스틱 통에 들은 어머님의 폐를 보여주더군요.
좌측 폐 상엽 대부분.. 그러니까 왼쪽 가슴쪽 폐를 70% 정도 절제했습니다.
몸과 연결된 호스 몇개와 기관지쪽으로도 수술 도중 연결로 인해 살짝 다친 바람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며칠 더 가던데..
7개월된 둘째가 있는 여동생과 저뿐이라, 수술일부터 봉사날 전날까지 병원을 지켰습니다.
힘들었던 건.. 1일 오후부터 전해질 수치가 떨어지셔서 가뜩이나 힘드신 상태에서..
(전해질 수치가 떨어지면 쉽게 말해서 중풍과 같은 증세가 옵니다. 몸떨림, 정신이상)
당신 스스로도 절망감에 빠지시고.. 며칠 잠못자고 지켜보던 저도 불안했었습니다.
그 원인이 전해질 부족으로 피검사 결과가 나와서.. 주사로 채우고 식사를 활발히 하니..
다행스럽게도 나아지긴 했지만, 참.. 그 새벽에 어리버리한 간호사도 당황하니.. 죽겠더라구요.
새벽에 잠시 병원복도 코인인터넷으로 썼던 하소연에 격려주셨던 분들.. 참 고마웠습니다.
오늘 부산에 있어야 할 일이 있고 봉사활동과도 겹쳐서 미리 내려와서 자봉은 했습니다.
이 와중에 무슨 자봉이냐고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다 안놓치고 싶은 마음이 컸네요.
어제 봉사는 다른 것보다 날씨가 좀 힘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옷을 가볍게 입었더니.. ;;
살면서 처음으로.. 집안에 큰 병으로 우환이 생겼고.. 병원비 문제 역시 폭탄을 맞은 수준이긴 합니다.
악성종양인 폐암의 원인은 90%가 흡연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머니께선 물론 간접흡연의 피해자이신거지만, 근본적으로 폐활량이 작고 스스로 몸을 잘 안돌보신게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성이 많이 되더군요.
나 보다는 주변인들을 생각하셔서.. 흡연은 가려 하시는게 나을 듯 합니다.
누군가에겐 간접살인의 도구일 수도 있는 셈인거죠.
불행중 다행이.. 말기가 되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면 손도 못쓰는 폐암인데,
어머님 경우 전이가 안되어 절제수술이 가능한 경우였습니다. (25%의 확률이라더군요.)
그리고 어머니 계신 전북대 호흡기내과 원장이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분이시고,
흉부외과 수술 담당 교수님도 솜씨도 그렇고 설명도 자세하셔서 믿음이 가는 편입니다.
남은 여생을 잠재적 암발생 가능성 높은 환자로 살으셔야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마치 신종플루 유행 때문에 손소독을 많이 하면서 다른 질병이 줄어든 효과 처럼..
저희 어머님도 이번 수술이 잘 회복되고 앞으로 더 조심하고 신경쓰며 사시면 나쁘지 않다 생각됩니다.
또 어찌보면 아직 미혼이라.. 동기부여가 적기도 했던 저에겐 닥친 병원비 문제가
미치도록 열심이 살아야 할 동기유발로 받아들이려고도 하구요.
이래저래.. 범상치 않은 날들로 시작하는 2010년이 차라리 맘에 듭니다.
올핸 좀 굵직굵직하게 살아보려 합니다.
따뜻부산 식구 여러분.. 범띠 기운 가득한.. 힘찬 2010년이 되시길 진정 소망합니다. 저도.. ^^
제 사정을 이해해 주시구요. 당분간 업데잇에 소흘하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첫댓글 힘드셨겠어요. 수술이 무사히 이루어졌다니 다행이네요. 어머님, 꼭 완쾌하실거에요. 힘내세요^^
네, 그럴께요. 각설탕님 가족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길 빌어요.
힘내고. 담에 주말에 윗동네 올라오게 되면 꼭 전화해...수원 오면 기막힌 순대국집을 알려주마...ㅋ
설마 알려주기만 하는건 아니겠지...
어머님이랑 가족분들이 고생 많으셨네요.힘내세요.
고마워요. 동동님.. 3월에 순산하실 운세이세요. ^^
수술 잘끝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태수님.. 태수님 가족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랄께요. ^^
어르신의 무사 완쾌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병원 간호사들이 환자들 부를 때 다들 '어르신' 이란 호칭을 쓰더라구요. 고마워요. ^^
맘고생이 많으셨겠어요.. 큰수술 잘 되었으니 이제 쾌차하실 일만 남았네요! 힘내시길!!!
네, 저는 씩씩한 편이구요. 어머님도 그래야 할텐데 말이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