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소년범 무기징역'이라 불리는 '10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에게 고백 편지를 받는 판사가 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신 판사님을 잊지 못할 거예요" "잘 생활하고 집에 가면 성실하게 살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사고 안 칠테니 지켜봐 주세요"…. 인천지방법원 소년1단독 문선주 판사가 그 주인공. '10호 천사' 라 불리는 문 판사와 이 아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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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주다 |
"소년 보호 재판은 비행을 저지르는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고 환경을 조정하여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처벌이라는 표현은 조금 부적절하다고봐요. 소년법 원래 취지대로 보호처분이죠." 인천지방법원 소년1단독 문선주(36) 판사의 설명이다. 소년 보호 재판이란 일반 재판과 달리 소년범을 보호하는 것으로 1호부터 10호까지 나뉘며, 10호 처분은 최장 2년까지 소년원에서 지내는 가장 엄중한 처분이다. 문 판사는 지난해 3월부터 소년 보호 재판을 맡고 있으며, '10호 처분을 많이 내리는 판사' 로도 유명하다. 10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오히려 문 판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10호 천사' 라는 별명도 얻었다.
"10호 처분을 내릴 때요? 살아온 세월이 15년밖에 안 된 아이들이 소년원에서 2년을 지낼 생각을 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죠. 그러나 왜 그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줘요. 대부분 기본적인 보호도 못 받은 아이들이에요. 자신들의 형편을 뻔히 알고 상황도 이해한다고 말해주니까 진심이 통하나 봐요." 법정에 서면 대다수 아이들은 울기 시작한다. 문 판사는 단호하게 울지 말라며 질책한다. 아이들이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년원이 자발적으로 가는 곳은 아니지만, 자립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도 받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아이가 부모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혼자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유해한 환경에서 분리해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 문 판사의 생각이다. "소년범죄는 성인 범죄와 달리 환경이 바뀌고 아이들이 성숙해지는 단계가 되면 중단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요." 이런 진심이 통해서인지 아이들은 문 판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시설을 통해서 문 판사와 통화도 시도한다. |
보호 받는 아이들과 공연도 보고 축구도 하고 |
그러나 소년사건 처분만으로 자기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는 문 판사. "재판을 하고 나면 계속 마음이 안 좋아요. 똑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방법이 없으니 소년원에 보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지요." 인천지방법원에서 시작한 일은 '드림 시리즈'. 아이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기보다 재범을 막기 위해 환경을 개선해주는 취지다. 그중 하나는 '드림 슛'. 6호 시설 기관 등 보호시설에 위탁된 소년들의 축구 경기다. 축구를 매개체로 소년들을 위로하고, 인천유나이티드 FC 소속 국가 대표 선수 등 성공한 운동선수들과 게임이나 격려를 통해 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동기와 기회를 제공한다.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평범한 유년 생활을 보내지 못하는 보호소년들에게 축구 경기라는 건강한 기회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거든요." 출원 날짜가 다가온 한 아이는 이 축구 경기에 참여하고 싶어, 출원을 한 달만 미뤄달라고 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외에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드림 캐치'. 연극 뮤지컬등 문화 행사나 견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드림투게더' 등 이 있다. 행사를 통해 아이들을 대면할 때 두려움은 없을까?
"막상 실형을 받으면 판사 이름을 부르면서 욕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해요. 자기를 소년원에 보낸 사람인데 왜 안 그렇겠어요. 그런데 만나보면 얼마나 순수한지 몰라요. 아이들 볼때마다 참 좋고 재밌어요. 이번에 나가면 다시는 사고 치지 말라며 다독이죠." |
아이들의 편지가 보물 1호 |
문 판사는 인천 지역의 소년 본드 중독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본드 관련 고시 개정을 위해 국회까지 직접 찾아가는 열의도 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인천의 본드 사건은 300여 건에서 65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런 성과는 역시 '드림 포럼' 의 하나다. 문 판사는 청소년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을 추진했기 때문에, 오히려 재판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문 판사의 보물 1호는 아이들이 쓴 편지를 모은 스크랩북이다. 10호 천사라는 별명처럼 언제나 아이들의 천사로, 친구로, 선생님으로 기억될 것이다. |
아이들이 쓴 편지를 모아놓은 스크랩북은 문 판사의 '보물 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