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땅 감자”
‘근데 씨감자가 뭐여?’
안녕하세요? <작은땅> 입니다. 저희가 문경에 내려온 지 3년 반이 되었습니다. 첫해는 이사 온 시기가 농사철을 약간 빗나간지라 밭과 논을 얻지 못하여 집 주변에 작은 텃밭을 일구어 동네 할머니가 주신 씨감자를 심었습니다. 해솔이와 함께 탄성을 지르며 캐낸 감자는 달랑 한 바가지. 하지만 처음 내 손으로 캔 감자라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감자가 또 있을까!’ 하는 벅찬 마음으로 맛있게 감자를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씨감자, 씨감자 하기에 심는 감자는 뭐 특별한 무엇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그냥 먹는 감자에 싹이 난 곳을 적당히 칼로 나누어 심는 것이었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창피한 일이지만 아직도 작물의 종자상태를 모르는 것이 허다합니다. 이런 저희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감자를 팔게 되었으니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하고 여전히 내민 손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감자(작물)는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
요새는 ‘애가 탄다’ 라는 말을 절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감자를 심으면 그냥 자기가 알아서 쑥쑥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심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때를 놓치지 않고 풀을 매주어야 하고 너무 촘촘히 난 것은 가지를 잘라주어야 하고 알을 잘 맺으라고 웃거름과 액비를 주어야 하고 흙을 북돋우어 주어야 합니다. 비가 많이 와도 걱정, 가물어도 걱정 그래서 하는 일은 없어보여도 매일매일 감자밭에 인사를 갑니다. 어리버리한 농부이지만 이렇게 매일 가다보면 우리의 부족한 것을 하늘이 도와주지 않을까하는 심정으로 말입니다.
내가 지은 농산물에 가격을 매긴다는 것...
어제 첫 감자를 캤습니다. 총 열일곱 골에 감자를 심었는데 그중에 네 골의 감자를 캤습니다. 장마철이라 더 두면 썩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감자를 캔 밭에 콩 모종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감자를 부지런히 캐고 팔아야 할 감자선별작업을 하였습니다. 햇빛을 보아 초록색으로 변한 감자, 너무 작은 감자, 상처가 난 감자를 골라내고 상자에 담기 시작하는 데 몇 번을 손에 담고 망설였습니다. 내가 지은 감자, 귀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막상 다른 사람의 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상자에 넣었다 뺐다하며 몇 번을 주저주저하였습니다. ‘휴~ 어렵군.’
가격을 책정할 때도 비슷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너희가 지은 것이니 당연히 사야지’ 하며 흔쾌히 구입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동안 함께 뜻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던 분들이었다는 얘기지요.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모르는 무작위의 소비자를 생각하며 지은 농사가 아니라 여러 해 함께 삶을 나누었던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며 지은 농사이니 가격에 대한, 우리 농사에 대한 뜻이 조만간 모여지리라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귀한 감자 맛나게 드셨으면 하구요 감사드립니다.
<작은땅 감자> 영농일지 요약
1. 종자 이력
품종:수미 / 채종지:대관령 / 대관령원예농협 033-335-5884
2. 밑거름
감자밭 이력: 2003년,2004년 묵은밭
2005년 무농약,무화학비료,
계분,퇴비,갈대,잡풀왕겨훈탄,쌀겨 등으로 농사 지은 유기농밭
2006년 밑거름:
1) 계분 - 충북괴산의 충북농촌개발회(조희부선생님 운영)에서 “한살림”에 납품하는 유정란을 생산하는 곳의 계분입니다. 계사 바닥에서 미생물과 톱밥,볏집 등으로 충분히 발효된 계분이며, 항생제 등을 먹이지 않는 생태적인 계사의 계분입니다.
2) 쌀겨
3. 재배일지
4월12일: 파종- 참숯(흙살림)을 가루내어 씨감자에 버무리고 심음.
5월 7일: 전체 감자밭의 1/2 정도 싹이 나오기 시작.
5월14~18일: 1차 풀매기,북주기
5월14일 현미식초500배+한방막걸리 500배 희석액 뿌림.
5월21일 현미식초500배+한방막걸리500배+유산균500배 뿌림
5월25일: 2차 순지르기,풀매기,북주기,웃거름(이석범,연영석,여혜경,장기호 공동작업)
웃거름:괴산 충북농촌개발회에서 가져온 계분
6월11일 감자꽃따주기
6월16일 현미식초500배+한방막걸리500배+생선아미노산1000배 뿌림
6월27일 청초액비1000배+현미식초500배+한방막걸리500배 뿌림
4. 수확
2006년 7월3일부터 수확시작 / 감자줄기가 완전히 노랗게 타고 주저앉아 수확함.
5. 친환경농산물 “인증” 에 대한 작은 생각
작은땅 감자는 “전환기유기농산물” (1년 이상을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단계이지만 굳이 인증절차를 밟지 않았습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필요한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접적인 신뢰가 없을 때 이를 대신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생산자 소비자 간의 일상적 소통이 없이 상품만을 보고 무작위로 유통되는 시스템에서 없어서는 안돼는 것이 “인증” 이지요.
저희는 무작위 유통이 아니라, 생산자, 소비자의 삶과 일상이 공유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물품이 소통되는 것을 꿈꾸고자 합니다.
이렇게 되면, 큰 농사를 지어 큰 돈을 벌 생각은 애시 당초 접어야만 합니다. 저희 농산물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저희가 다 알아야하고, 또 유기농으로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큰 규모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자본이 만들어 놓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과 소통방식으로 일구어가는 세상!
작은땅!
저희가 꿈꾸는 <또다른 세상>입니다.
6.감자 보관 시 주의할 점
감자를 받으시면, 바로 상자에서 꺼내어 그늘에 말리시기 바랍니다.
바로 캔 감자는 “호흡열”이 있기 때문에 빨리 상하기 쉽습니다. 약 1주일정도면 될 꺼구요, 신문지 등으로 덮어서 말리시면 좋습니다. 직접 햇빛을 보게 되면 초록색으로 변하게 되니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홧팅~ 드디어 감자가 팔려갈까부네.... 이 감자 먹는 사람은 행운이랑게. 근데 감자를 무릎걸음으로 심는 걸 보니 짠하네. 에궁 내 감자는 이 장마에 땅속에 들않자 올매나 축축할까..... 언능 팔아서 막걸리 한잔 묵자
내가 일을 잘 못해서 그렇지뭐..ㅎㅎ 주문이 폭발적으로 들어오고 있슴다..ㅎㅎ 다팔려면 아직 멀었지만, 근데..주문은 오는데, 비때문에 감자를 더 못캐서 이거참...ㅋㅋ
한알 한알이 어찌나 똘망똘망한 지-. 아, 감자 삶아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