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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주줄산에서 출발한 호남정맥 종주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서둘러 끝내지 않아도 되지만 올해 안에 끝내야 한다는 집착 때문인지 마음은 자꾸만 호남정맥으로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석거리재부터 백운산 넘어 외망포구까지 도상거리 91.5km를 한꺼번에 완주할 계획으로 월요일(11월 27일) 하루 휴가를 내었지만 어차피 한번 더 가게 되었다. 월요일 한재의 논실마을 민박집에서 출발하려고 나서려는데, 새벽 네시부터 지리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넉넉하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외망포구에서 제첩국 한사발과 함께 호남정맥 완주의 기쁨을 누리라는 뜻으로 받아 드려야겠다.
체력적으로도 연속 3일산행은 힘이 부치기 때문에 그 여정자체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 차라리 잘 되었는지도 모른다. 호남정맥 마지막 길을 고통스런 여정으로 기억하고 싶진 않으니깐...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백이산-고동산-조계산-오성산-유치산-문유산-바랑산-농암산-수리봉-갓꼬리봉-형제봉-도솔봉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도상거리 60.7km(첫날 26.5km, 둘째날 34.2km)
- 산행일시 : 11/25(토) 11:40~22:20(9시간 40분), 11/26(일) 05:40~20:48(15시간 08분)
- 산행구간 : [첫째날] 석거리재(11:40)-백이산(12:32)-빈계재(12:50~13:00)-식사(14:05~14:30)-고동재(14:53)-고동산(15:13)-705.7봉(16:04)-선암굴목재(16:28)-조계산(17:07)-접치(17:56~18:04)-오성산(18:45~19:15, 식사)-유치산(20:25)-닭재고개(20:41)-뱃바위(21:09)-배틀재(21:25)-노고치(22:20)
[둘째날] 노고치(05:40)-문유산삼거리(07:25)-도목목장임도(07:25)-바랑산(08:50)-송치솔재(09:30)-농암산(10:57)-장사굴재(11:40~12:15, 식사)-죽정치(12:30)-갈매봉(12:48)-마당재(13:50)-갓꼬리봉(14:05)-미사재(14:53~15:00)-깃대봉(16:00)-월출봉(16:48)-형제봉(17:02)-+안부(18:18)-도솔봉(19:11)-참새미재(20:48)-따리봉(20:17)-한재(20:48)
- 소요경비 : 66,300원(서울-광주고속버스 15,100원, 한재 민박비 20,000원, 한재-광양터미널시내버스 900원, 광양-동서울고속버스 30,200원)
★ 산행기
<첫째날>
평소에 9시 30분이전에 도착하던 광주행 고속버스가 9시 35분을 1~2분정도 넘기며 광주터미널에 도착하자, 9시 35분 벌교행 버스는 막 출발한 후였다. 미리 금오고속에 근무하는 지인께 부탁을 해 두기는 했지만, 요즈음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출발시간을 냉정할 정도로 엄수하는 모양이다.
1~2분만 늦게 출발해도 탈 수 있었는데, 아쉽지만 30분 이상을 기다려 10시 10분차를 이용키로 한다. 지인께 석거리재에 하차할 수 있도록 부탁하자 운전기사가 석거리재에 나를 부려준다.
11시 40분, 쾌청하고 따뜻한 봄날 같은 날씨다. 산불로 인한 고사목이 즐비한 가파른 등로를 따라 올라간다. 백이산 채석장이 보이는 무명봉을 지나자 억새로 뒤덮힌 530봉에 이른다. 이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섰다 가파르게 올라서자 12시 32분, 백이산(584.3m)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석거리재 들머리>
<백이산과 금전산(뒷배경)>
<고동산과 조계산>
<따라오는 마루금, 희미하게 통신탑이 보이는 곳이 존제산>
<낙안의 평야와 바다>
북쪽으로 고동산과 조계산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낙압읍성과 함께 멋있는 암릉의 금전산(668m)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뒤를 돌아 보니 머리에 철탑을 인 존제산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우측의 억새밭을 따라 내려서자 12시 50분, 이내 빈계재에 이른다. 빈계재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있어 확인해보니 들머리 마루금 오른쪽으로 실개천같은 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물통에 물을 받아보니 부유물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음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빈계재>
<빈계재 실개천>
조그만 물병에 물을 받은 후 점심식사할 곳을 찾아본다. 어차피 물을 끓여야 하기 때문에 부유물이 조금 있다고 하더라도 식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왼쪽으로는 새마을촌 농장의 철조망이 있는 편백나무 숲길의 평평한 곳에 자리를 펴고 물을 끓이려고 버너를 꺼냈는데, 아뿔싸 코펠을 갖고 오지 않았다. 하필이면 코펠을 두고 오다니... 이제 물을 끓일 수도 없으니 점심은 찬물에 말아 먹는다 치더라도 저녁식사를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이다.
일단 찬물을 비상식량에다 붓고 한시간 정도 지난 후 식사하기로 하였다. 14시 05분, 삼각점이 있는 510.5봉에 이르러 찬물을 탄 비빔밥을 풀어 점심식사를 한다. 여름날 늘상 그렇게 식사를 했기 때문에, 그럭저럭 먹을만하다(14:05~14:30).
<510.5봉>
낡은 철조망을 지나 무명봉을 넘어서자 14시 53분 고동재에 이른다. 이동통신탑이 있는 고동산의 오르막길은 차량통행이 빈번한 지 차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왼쪽으로 임도가 갈리기도 하지만, 직진의 마루금을 따라 올라가자 산불감시소가 있고 왼쪽으로는 이동통신 송수신탑 2기가 세워져 있는 고동산에 이른다(15:13). 순천시가지와 여천공단이 보인다.
산불감시소안에는 불가피하게 비박하게 될 경우 숙박을 해도 될 정도로 이불도 준비되어 있었다. 코펠대용을 쓸 수 있는 주전자도 보이지만, 갖고 갈 수는 없다. 감시소 앞에 놓여진 큰 물통의 물을 한잔 마시고 출발한다.
<고동재>
<고동산 오르는 길>
<고동산의 산불감시소-비박도 가능하겠죠?>
<조계산 장군봉이 보이고>
싸리나무가 있는 697봉을 넘어서자 이내 좌우가 희미한 십자안부의 장안치에 이르게 되고 16시 04분, 705.7봉에 도착한다. 산불감시소가 다시 나타나며 좌측 아래 그 유명한 조계산 보리밥집도 조망된다.
임도안부를 건너 깃대봉 갈림길 좌측 사면 산죽지대를 지나자 사람들 말소리가 들린다.
16시 28분, 선암굴목재에 도착한다. 한겨울에 이곳을 지났던 기억이 새롭다. 몇분이 하산하는지 선암굴목재로 내려서며, 왜 이제야 조계산을 오르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설명하기 난감하여 그냥 웃고만다.
<707.7봉>
<선암굴목재>
헬기장과 작은 굴목재를 지나 안내판이 있는 배바위에 이른다. 거창한 설명과 달리 형상이 배와 같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조개껍데기가 붙어 있었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오래전 이 지역이 바다였을 것이란 추정은 해본다.
<배바위>
17시 07분, 조계산 장군봉에 도착한다. 서산의 해가 급하게 떨어지며 어둠을 재촉한다. 접치까지는 랜턴을 착용하지 않고 달려가기로 한다. 마루금은 연산봉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서쪽으로 완만하게 휘어졌다가 연산봉 갈림길의 장밭골에서 우측의 접치재방향으로 길을 바꾼다.
<성급한 석양>
<조계산 장군봉>
<조계산 장군봉>
산죽을 헤치며 송광사 해우소와 화암사 가마솥이야기가 있는 공터가 나타나고 조계산 안내판에 이어 78번 철탑을 지나자 갈림길이 나타난다. 어느 길로 진행하든 상관은 없지만 밤길에는 좌측길이 나을 것 같다. 우측길을 따라 올라가자 묘소가 나타나고 다시 급하게 내려서는데, 성급하게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서 가시덤불에 짧은 시간이나마 갇히고 만다. 여기저기 잡풀의 씨앗이 등산복 여기저기에 들러 붙는다.
17시 56분, 호남고속국도 위를 지나는 두월육교에 이르어 귤을 먹으며 야간산행을 준비한다(17:56~18:04). 주안면-순천간 22번 국도의 접치를 건너 물탱크 우측의 등로를 따라 오르자 묘지가 나타나고 갈림길에 좌측길을 따르자 로프가 있는 된비알의 등로를 대하게 된다.
<두월육교>
로프에 의지하여 가파르게 올라서자 헬기장이 나타나고 이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오성산 깃대봉(606.2m)에 도착한다(18:45).
산불감시소 안을 살펴보니 다행스럽게도 취사도구가 갖추어져 있었다. 자리에 앉아 김치국밥을 꺼내 저녁식사를 한다(18:45~19:15). 비록 코펠을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절묘하게도 적절한 지점에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장비가 나타나는 운이 따른다.
<오성산 깃대봉 산불감시소 안 풍경>
기분좋은 식사를 마치고 이왕 이렇게 각본처럼 일정이 들어 맞는 것을 보면 노고치에서도 무사하게 하루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오성산 내리막길 역시 올라 왔던 것만큼 가파르다. 임도가 있는 두모재를 지나 두 개의 무명봉을 넘어서자 좌우로 길이 희미한 십자안부의 한방이재에 이른다. 20시 25분, 북쪽으로 향하는 마루금은 서서히 동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유치산(530.1m)에 이른다. 산죽터널을 헤치며 내려서자 철재의 안내판에는 유치고개라 적혀 있고 뱃바위까지 0.7km 남아 있다는 닭재고개에 이른다(20:41).
<유치산 정상 삼각점>
<닭재고개 - 닭재나 유치나 그게 그거지>
바위길의 로프에 의지하여 통나무 계단을 오르자 21시 09분, 뱃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한다. 마치 찐빵모양의 바위가 특이한 형상이다. 낮이라면 여기저기 조망이 가능할텐데, 아쉽다. 그런데, 최근에 세웠는지 생뚱맞게도 이곳에다 유치산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정맥꾼들이 마루금에 잘못 세워진 정상석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혼란을 일으킬 지 모르는 모양이다.
희아산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벌목지대를 지나자 통나무 의자가 있는 십자안부의 배틀재에 이른다(21:09). 630봉 갈림길에서 우측에 과수원이 있는 십자안부를 지나자 413.2봉에 이르게 되고 857번 지방도가 지나는 노고치의 가로등 불빛이 보인다.
<뱃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엉뚱하게 세워진 정상석>
<찐빵모양의 뱃바위>
<노고치>
벌목지를 내려서자 22시 20분, 노고치에 이른다. 예상과는 달리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도로나 마찬가지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민가를 들르기에는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 지나가는 차량을 얻어탄 후 승주읍으로 가고자 했지만 10분이상 기다려도 지나가는 차량이 없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마루금에 있다는 민가를 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대문에 커다란 자물쇠를 잠궈놓고 집안은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우선 식수가 바닥났기 때문에 식수를 보급하기 위하여 창고와 연결된 이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지를 살펴본다.
<노고치 마루금에 있는 민가>
다행히 뒤쪽 창고가 있는 쪽으로는 잠궈 놓지를 않아서 빗장을 풀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창고안에 설치된 수도를 틀자 시원한 물이 쏟아진다. 일단 물은 해결되었다. 쪽방이 하나 있었지만 열쇠로 잠궈놓아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자물쇠를 창고 안에 있는 드라이버를 제끼자 쉽게 뜯어진다. 방안은 이불이 많이 헤어지긴 했지만, 그럭저럭 덮고 자는데는 문제가 없다.
몸을 씻은 후 창고 안에 버려진 냄비에 물을 끓이고 차한잔을 마시며 오늘의 하루를 마감한다. 두껍게 옷을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니 어느 호텔의 잠자리도 부럽지 않다. 내일 04시 40분에 모닝콜을 맞춰 놓는다.
<둘째날>
모닝콜 소리에 잠에서 깨어 물을 데워 아침식사를 하고, 망치를 이용하여 자물쇠를 원상복귀 시켜 놓는다. 깨끗하게 정리를 한 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 집을 나선다. 집주인께 빈집을 허락없이 사용하여 미안하기도 하고 진정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나마 가져본다.
05시 40분, 산행을 시작하려고 나서자 약하게나마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하긴 출발전에 일요일 오전에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해 둔터라 충분하게 준비는 하고 있던 터였다.
농장임도를 따라 계속하여 올라가자 좌측으로 묘 3기가 있고, 우측으로 희미한 길이 있기는 하지만 들머리가 어디인지 그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한참동안 우측방향으로 진행하여 들머리를 찾아지질 않자 다시 되돌아와 좌측방향으로 진입하지만 마루금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한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와 외줄의 철조망을 넘어 좌측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표지기가 보인다.
점토봉과 611봉의 편한 등로를 따라 진행하자 07시 05분, 문유산 삼거리에 이른다. 여수 오동도 산악회에서 친절하게도 삼거리라는 표시를 해 두었다. 제법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판쵸를 둘러쓰고 바지를 비옷으로 갈아입는다.
07시 25분, 자길이 깔린 임도의 도목목장 안부를 건너 590봉을 넘어서자 십자안부를 지나게 되고 동남쪽으로 향하던 마루금은 동북방향으로 꺾이며 08시 50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바랑산(618.9m)에 이른다. 벌목이 되어 나무를 쌓아 둔 우측 숲길을 따라 진행하자 여기저기 참호가 파여져 있고, 벙커가 있는 정상에서 특이한 모습의 묘소를 지난 후 로프에 의지하여 내려서자 17번 국도가 지나는 송치에 도착한다(09:30).
<도목목장 임도>
<가야할 마루금>
<벙커가 있는 봉우리>
<송치재의 산돌수양관>
수양관 우측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가고 있으려니 시커먼 개한마리가 달려 들 듯이 짖어댄다. 아스팔트도로를 따라가다 이내 숲속길로 들어가게 되지만 빨간지붕의 집앞까지는 그냥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된다. 표지기를 따라 마루금에 집착하며 숲길을 걷다 아스팔트도로에 내려서기를 반복한다.
빨간지붕의 집을 좌측에 두고 둔덕을 넘어서자 염소농장이 보인다. 흰색의 개 세 마리가 근처까지 와서 짖어대기 시작한다. 아직 어린 놈들이라 계속하여 내가 접근하자 그대로 줄행랑을 친다.
<송치 초입의 군초소>
<벙커 - 비박하기에는 조금 으스스하겠지만..>
<벙커 위 묘>
<이 지붕을 좌측에 두고 둔덕을 올라가야 함>
<어리버리한 염소치기 개들>
병풍산 갈림길에서 비옷과 판쵸를 벗는다. 봉우리 두 개를 지나자 돌로 쌓은 참호가 나타나고 암봉을 우회하자 큰 바위의 안부에 이른다. 10시 57분, 농암산(476.2m)을 지났지만, 장사굴재는 어디인지 확인하지도 못한채 지나치고 만다.
11시 40분,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아 물을 끓여 식사를 한다(11:40~12:15). 포도주 한잔이 들어가자 기분좋은 느낌이 전해진다. 로프에 의지하며 마치 뱀이 지나가는 것과 같은 형상의 죽정치에 내려선다(12:30). 자갈 깔린 죽정치를 건너자 12시 48분, 어머님 은혜 노래비가 쓰러져 있는 갈매봉(508.2m)에 도착한다.
<농암산>
<죽정치에 이르는 길>
<죽정치 들머리>
<갈매봉의 어머님 은혜>
<지리산 주릉은 구름속에 묻혀 있고>
<계족산에서 정혜사로 이어지는 능선>
마당재를 지난 후 능선을 올려치자 헬기장이 나타나고 이어 암릉구간에 이른다(13:50). 멀리 구름속에 가려 있지만 지리산 주릉이 지나는 모습이 잡힌다. 잠시 바위위에 앉아 휴식을 취해본다.
로프가 매어있는 바위를 오르자 산불감시소가 있는 갓꼬리봉(689m)에 도착한다(14:05). 갓꼬리봉에는 큰물통이 놓여 있기는 하지만 녹색의 이끼가 생기는 것으로 보아 식수로 음용하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다.
<암릉구간에서 본 갓꼬리봉>
<갓꼬리봉 오르는 길>
<지도상 갓꼬리봉은 갓거리봉이라는 정상석으로 세워져 있고>
<가야할 마루금>
<구름에 덮혀 있는 산이 반야봉인 듯한데..>
<계족산>
14시 41분, 신선바위 위에 서서 순천시 황전면의 아름다운 마을을 조망해본다. 14시 53분, 운동시설이 있고, 서면 심원마을로 하산할 수 있는 미사재에 도착한다. 몇 개 남지않은 귤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신선바위에서 보는 순천시 황전면의 모습>
<미사재>
15시 정각, 깃대봉을 향하여 힘들게 올라 서는데, 오늘 처음 등산객을 만난다. 봉우리마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길을 놓칠 염려는 없다. 헬기장과 고압송전탑을 지나자 16시 정각, 계족산 갈림길이며 순천시 서면과 황전면, 봉강면의 경계인 깃대봉(858.2m)에 이른다. 마루금은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지만 남쪽으로 진행할 경우 계족산과 정혜사로 이어진다. 몇 명의 등산객들이 과일을 먹다 감하나를 건낸다. 허기가 지고 목이 마른 터라 그 고마움은 말할 수 없다.
한재까지 진행키로 계획하였지만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먼 바다를 떠난 파도가 해변에 이를 수록 거칠어지 듯이 호남정맥은 그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고저등락을 급하게 반복하며 거칠어지고 있다.
억새가 무성한 월출재에 이르러 임도(순천시 봉강면 조령리와 구례군 간전면 금산리 연결도로)를 따라가다 올려 친 후(16:48) 마루금은 남동향으로 급하게 꺾인다. 드디어 구름속에 가려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백운산은 손에 잡힐 듯하다.
키 작은 산죽길을 지나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자 날이 어두어지기 시작한다. 17시 42분 형제봉에 이르러 야간등반을 준비한다. 미숫가룰 물을 먹으며 기운을 내보지만, 점점 힘이 부친다. 철계단을 내려선 후 또 다른 철계단 타고 오르자 역시 또 다른 봉우리(형제봉 2)가 나를 맞이한다. 운무가 흐르며 그 물기에 젖은 바위가 반질거린다. 미끄러운 등로를 조심스럽게 오르 내리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형제봉 1>
<형제봉 1의 삼각점>
<형제봉 2>
암봉을 내려서자 18시 18분, 성불사로 하산할 수 있는 새재에 도착한다. 도솔봉까지는 도상거리로 그리 먼거리가 아님에도 고도차를 300m 극복해야 하기에 기력을 소진하며 허기가 진다.
저녁식사를 하고 갈지, 한재에 내려선 후 민박집에서 식사를 할 지 고민이 된다. 식수도 얼마 남지 않았고, 오늘 소모해야 할 미숫가루와 간식거리도 거의 바닥이 났다. 힘이 들더라도 쵸코렛을 먹으며 한재까지 진행키로 한다.
운무가 헤드랜턴에 뿌옇게 반사되며 오히려 그 진행을 방해한다. 할 수 없이 손전등만을 이용한다. 몇 번의 철계단과 봉우리를 오른 후 19시 11분, 도솔봉(1124.4m)에 이른다. 가파른 등로를 조심스럽게 내려서 19시 48분, 참새미재를 지나자 따리봉이 기다리고 있다.
철계단 4개를 지나 잠시 산죽길을 거닐다 철계단을 넘어서게 되고 한낮이었으면 멋있는 조망을 할 수 있는 전망바위를 지나자 20시 17분, 따리봉(1127.4m) 정상에 도착한다. 한재까지 1.4km가 남았다는 안내표지가 보인다.
20시 48분, 오늘의 목적지인 한재에 도착한다. 백운산에 가까워지자 등로가 거칠어지며 도상거리는 길지 않더라도 실제거리는 다른 날보다 훨씬 먼거리를 이동한 것 같다.
이제 2.3km 떨어진 논실까지 이동하여 편안한 휴식을 취하면 된다. 내려서는 도로 일부가 포장되어 있기도 한 길을 따라 내려서자 민박집이 몰려 있는 논실에 도착한다(21:20).
불이 켜 있는 민박집을 들어섰지만 첫 번째 집은 민박을 하지 않는다하고, 두 번째 집은 방이 너무 커 큰방을 난방하기가 그렇다고 다른 집을 찾아 보라고 한다. 세 번째 집도 꼭 같은 얘기를 하자 냉방이라도 괜찮으니 재워 줄 것을 부탁한다.
2만원을 지급하고 커다란 방을 얻는다. 주인아주머니가 김치를 담고 있어 겉저리를 얻어 술안주겸 저녁식사 반찬으로 삼는다.
그 다음날(11월 27일) 새벽 4시에 맞춘 모닝콜 소리에 잠에서 깨어 밖을 보니 부슬거리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외망포구까지 도상거리 30.8km와 접속거리 2.3km를 진행하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비가 발목을 잡는다. 6시까지 기다린 후 탄치재까지라도 진행키로 하고 집밖을 나서는 순간, 야속하게도 비는 한두시간만에 그칠 것 같지 않고 계속하여 쏟아져 내린다.
<논실의 민박촌>
결국 계속하여 내리는 비에 굴복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답곡까지 걸어내려 온 후 08시 10분, 시내버스를 타서 광양터미널에 하차하여 서울을 가려는데, 08시 40분 남서울행 고속버스를 아깝게 놓치며 09시 정각 동서울행 고속버스(30,200원)를 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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