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4월 5일 김수환 추기경님의 추모기간이 끝나면서 용인 성직자 묘지에서 추모미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날이 공교롭게도 선종 49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언론사로부터 "이 미사가 49재 미사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가톨릭교회는 윤회사상을 믿지 않으며 '49재'라는 의식이 없다.
가톨릭 교회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를 드리며 죽은 영혼을 기억하는 행위는 이웃 종교에서 행하는 '재(齋)'의 의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나라 관습에서는 돌아가신 분에 대해 날수를 헤아려 기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불교 의식에서는 49일 동안 죽은 이가 생전의 업(業)에 따라 다음 세상의 인연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유교 사상에서도 사람이 죽은 뒤 49일 동안에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하여 후손들이 정성껏 재를 올리면, 죽은 영혼이 좀 더 좋은 곳에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고 후손들에게 복을 준다고 믿는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인간이 죽은 후의 심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모든 죄의 사함을 받고 죄의 보속이 필요 없는 영혼은 천국의 구원을 얻는다. 그러나 대죄 중에 하느님과 화해하지 못한 영혼은 영원한 지옥 벌을 받는다. 소죄나 죄의 보속이 남아 있는 영혼은 연옥에서 보속을 하게 된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거부한 지옥의 영혼은 다시 구할 방법이 없다. 물론 우리는 연옥 영혼이 구원을 받도록 기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날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자비로운 하느님께 죽은 영혼의 구원을 위해 꾸준히 기도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영엽 마티아 신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경향잡지 편집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