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조명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철저한 검증 없이 무리하게 확대 보급에 나설 경우 뒷탈이 크게 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어느 전시회에 출품된 LED조명을 도우미가 소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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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가 LED조명 보급에 역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관련 실무자들은 ‘제대로 만든 제품’을 구하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29일 업계 관계자와 일선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와 지자체들에서 잇달아 LED조명 확대 보급을 천명하고 나섰지만, 정작 실무자들은 검증이 덜 된 제품이 현장에 설치될 수 있다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기술수준에서 LED조명은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에너지소비효율이 그리 높지 않은데다, 반영구적이라던 수명도 생각만큼 길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LED조명을 현장에 설치했다가 대규모 하자가 발생할 수 있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실무자들에게 문책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마곡지구에 들어갈 모든 조명을 LED로 채우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광주광역시는 10월 중 ‘LED 조명도시’ 조례를 제정하는 한편 주요 공공기관의 실내·외 조명을 5년 안에 LED로 모두 바꾸기로 했다. 경기도 부천시는 ‘조명시범도시, LED조명이 상용화된 도시 부천’이란 주제 아래 시가지 주요 도로변에 LED 가로등을 세우는 한편 상동 호수공원에 LED보안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조달청은 가로등·터널등 대체용 LED조명을 MAS(다수공급자계약)에 따른 단가계약으로 지자체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난감한 건 일선 실무자들이다. 가까운 미래에 LED조명을 발주해야 할 텐데, 마음에 드는 제품을 아직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지자체 관계자는 “상부에서 LED가로등이나 보안등을 설치하라는 제안이 계속 내려오고 있다”며 “가로등의 경우 가격을 떠나 빛이 고르게 퍼지지 않는데다 광량이 그리 많지 않아 안전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상부지시를 거역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색을 맞추는 차원에서 골목길 어귀에 보안등 몇 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지자체 관계자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LED업체가 모 시청 앞마당에 설치한 LED보안등이 얼마 못가 잇달아 고장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회의원회관 등에 설치했다는 실내용 LED조명의 경우 형광등기구 바로 옆에 부착했던데, 형광등도 켜놓고 LED도 켜놓으면 이게 무슨 에너지절약이냐”고 지적했다. 현재 LED가로등기구는 대당 수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수십만원대인 기존 조명과 비교해 몇 배는 비싸다. C업체 관계자는 “어느 공공기관 관계자가 ‘가격이 얼마인지는 불문에 부치겠다’며 ‘부디 기존 조명의 성능을 뛰어넘는 LED제품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위공직자들이 LED조명의 기술수준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 엄연히 후발주자임에도 LED조명 보급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전시성 행정으로 흐를 수 있다는 비판이다. D지자체 관계자는 “커다란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는 게 정책결정자들의 역할”이라며 “상부에선 책임지지 못할 내용을 발표하고, 실무자들은 이를 어떻게든 뒤처리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최근들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