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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명 중히 여겨라" 지율스님이 일군 큰 승리 | |
환경부·시민단체,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키로 | |
58일 만에 단식 중단…생명감수성, 시민운동 자성 계기 | |
천성산 환경조사 재실시 | |
작성날짜: 2004/08/26 세옥기자 자연 생명에 대한 한 비구니의 목숨을 건 외침은 헛되지 않았다.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58일 동안 단식수행을 진행하던 지율 스님은 26일 도롱뇽 소송 시민행동(도롱뇽 시민행동)과 환경부의 천성산 구간 환경영향 재조사 합의를 받아들이고, 같은 날 오후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공사 중단 및 단식 중단 합의서에 서명했다.
올바른 환경영향평가 선례 만들어야
환경단체와의 간담회 직전까지도 "재검토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는 무리"라고 고개를 젓던 환경부의 태도 변화 이면에는 도롱뇽 시민행동이 치밀한 자료 분석과 설득이 있었다.
도롱뇽 시민행동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의뢰로 4억이 투입돼 지난해 12월 완성된 대한지질공학회의 자연환경 정밀조사 보고서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대한지질공학회의 보고서는 지난 94년 천성산에 존재하는 30여 종의 법적 보호생물자원과 우리나라 최고(最古) 늪이자 세계적으로 희귀한 무제치늪, 화엄늪 등 20여 개의 고층습지 존재를 부인하고 있어 '부실' 논란에 휩싸였던 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녹색연합은 "대한지질공학회가 94년 작성된 부실 환경영향평가 최종 보고서를 근거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환경부가 공청회를 열어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고 환경 훼손 우려에 대한 저감대책을 마련한 뒤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공청회를 열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박병상 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생물학 박사)는 "녹색연합이 대한지질공학회 보고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부도 문제 제기를 수용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환경영향에 대한 전문가 조사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환경영향 재조사에 참여할 전문가가 누구일지 9월 중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며 "그간 관변적인 입장에서 조사를 진행한 것과는 달리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할 인력 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노력에는 비교적 쉽게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지난 25일 지율 스님의 단식 현장을 찾아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대규모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초기부터 여러 방향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도롱뇽 시민행동과 환경부와의 합의 직후 지율 스님과 한국철도시설공단도 항고심 판결까지 (13-3, 13-4 구간) 공사 중단과 단식 중단, 항고심 판결 승복 등을 골자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 서명을 끝낸 지율 스님은 아이처럼 환한 웃음을 지으며 "천성산의 소중한 자연생명이 '사실'이기 때문에 올바른 환경조사가 진행되고, 이 결과를 재판부에 자료로 제출한다면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건설공사 백지화 판결이 분명 내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천성산이 올바른 환경영향평가로 살아난다면 부실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난개발의 아픔을 겪는 국토 전체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과 청주 원흥이 두꺼비, 새만금 등 환경파괴로 아파하는 모든 자연생명을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어서 기운을 회복 해야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지율스님과 단체회원들이 합의문 체결이후 각 언론사에 보낼 보도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3년도 넘게 천성산 관통도로 반대 싸움을 함께 해오던 지인들은 지율 스님이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무기한 단식을 강행하려 하자 필사적으로 이를 만류했다. 박병상 대표는 "정말로 자기 몸을 내던지며 단식을 하는 분이라는 것을 아니까 스님 걱정에 (단식을) 말릴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미 두 번째 단식에서 20만 명의 사람들이 스님을 살리자고 도롱뇽 소송에 동참했는데, 스님만이 할 수 있는 단식을 또 다시 강행하신다면 모두와 함께 가는 운동이 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고 전했다.
지인들의 걱정 속에서 시작된 지율 스님의 단식은 30일이 넘어갈 때까지 그야말로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정부는 스님의 말에 귀 기울기보단 거울처럼 튕겨내기에 바빴다. 심지어 청와대 관계자는 "시민단체, 조계종 총무원과 이미 모든 얘기가 끝났는데 스님 혼자 왜 이러시냐"며 스님의 단식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 투정인 양 취급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함께 운동을 진행해 왔던 시민단체들은 지율 스님의 요구를 지지하는 성명 한 장 발표하지 않았다.
단식 40일이 다가오면서 단식을 만류하던 불교계가 두 팔을 걷고 나서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도 지지의 뜻을 밝혀왔다. 이들의 침묵을 비판하는 여론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식이란 방법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목숨을 걸고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공사를 막아내려는 지율 스님의 확고한 의지를 헛되이 해선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80여 개 시민단체는 "죄스러운 마음에 단식을 그만 거두시라는 말도 못하겠다"며 "지율 스님이 마음 편히 단식을 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곧 1백만 명의 도롱뇽 소송인단 모집을 위한 '도롱뇽 소송 시민행동'이 구성됐고,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위한 공사 중단을 한 목소리로 정부에 촉구했다. 지난해 2월 지율 스님의 첫 번째 단식 중단을 권유하며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약속해 조직됐던 노선 재검토위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지율 스님과 스님의 뜻을 배제했던 것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스님의 뜻을 옳게 읽을 줄 아는 인사들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그리고 단식 58일 만에 마침내 환경영향 재조사와 공사 중단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일궈냈다.
이 과정들 속에서 시민단체 내부에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연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던지는 일에 대한 논란 여부를 떠나 한 치의 타협 없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실천하는 지율 스님의 외로운 투쟁이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전했기 때문이다.
박광서 참여재가불교연대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단체 내부 반성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과연 순순하게 운동을 하고 있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화되거나 변질된 것은 아닌지 지율 스님의 외로운 싸움을 계기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얼핏 시야에 잡히는 자연의 모습을 보는 것을 뛰어넘어 자연의 소리를 듣고 행동하는 스님의 자연감수성이 사회 전반에 감동을 전했다는데 시민사회는 의견을 같이 한다. 박병상 대표는 "뭇 생명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는 귀와 타협 없이 행동하는 용기를 가진 스님을 통해 시민들의 잠들어있던 자연감수성을 일깨웠다"며 "이는 난개발로 시름하는 우리 환경을 살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지율 스님을 찾은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곽결호 환경부 장관도 "지율 스님의 단식으로 생명존중 사상이 널리 알려졌다"고 전한 바 있다.
"옳다고 믿는다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동하세요"
"올 것은 오게 되어 있고 갈 것은 가게 되어 있어요. 그저 조용히 수행이나 하며 살아가려 했던 나 같은 사람이 자연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된 까닭은 자연생명을 중시 여기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죠. 아픈 시대가 가고 있기 때문에 자연 생명의 목소리를 듣는 시민의 힘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남들이 보기엔 힘들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단식에 임할 수 있었고, 앞으로 옳은 결과가 내려질 것이라고 믿어요. 이렇게 세상을 움직이는 정신을 믿는다면 두려울 게 없답니다. 1백만인 서명운동에도 많은 분들이 동참하실 거라 믿고요."
'생명평화의 시대'와 '올곧은 시민의 힘'을 든든한 자산으로 삼는 지율 스님이 되살아난 천성의 숲을 바라보고 지긋이 미소 지을 날을 기대해 본다. |
첫댓글 지율스님 갸날픈 여성의 힘으로..여자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문병간 분들의 후일담이 병상카드를 보고 속세의 이름과 함께 나이를 보고 다시한번 놀라셨다는군요
괴산 -충주 나들목간 20키로도 안되는 구간에 터널이 7개더군요 산짐승들이 얼마나 치어죽을지 지금은 차량이 적지만 ,,우리는 멀리 휴게소 나는 것만 불평하고 떠날 생각만했는데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