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선암을 소개해여!
충주와 단양을 잇는 36번 국도를 타고 단양으로 향하다 보면 장회나루가 나오죠. 거기서 자판기 커피 한 잔 하시고 그곳을 지나 舊단양이 바로 보이는 지점, 羽化橋 바로 전에서 우회전하여 쭉 올라오시면 이 길이 바로 仙巖溪谷이랍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오시면 구단양을 지나 우화교에서 좌회전을 하시면 되는데, 이정표엔 <문경ㆍ상선암> 방면이라 되어 있지요.
예부터 이 계곡 줄기를 따라 펼쳐진 기암 괴석과 맑은 물줄기로 인해 “삼선구곡(三仙九曲)리라 불리웠대요. 삼선구곡을 이루는 심산유곡의 첫 경승지인 하선암은 삼층으로 된 흰 바위는 넓이가 백여척이나 되어 마당을 이루고 있는데,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렇게 얹혀 있어 너무 멋지죠. 그 형상이 미륵같아 「불암(佛巖)」이라고도 불리워요.
一說로는 조선 성종조 임재광 선생이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 하여 「선암」이라 이름하였는데 거울같이 맑은 명경지수가 주야장천 흐르고 물속에 비친 바위가 마치 무지개같이 영롱하여 「홍암」이라고도 해요. 놀러와 보면 신선들이 노는 야회장 같다고 한 말이 실감나실 거예요. 물론 저희 마을 사람들이야, 가끔 고기 잡으러나 가지만요.
계곡엔 물살에 매끈하게 다듬어진 바위하고요, 암반이 가장 아름답지요. 단양은 흙이 귀한 대신에 물이 깨끗하고요, 흙이 없는 대신에 물가엔 모래가 깨끗하답니다.
2> 우리 동네는여!
-크고 높은 봉우리, 大岑里
우리 마을 대잠리는요, 크게 두 동네로 나뉘어져 있어요. 계곡을 따라, 즉 길 따라 있는 동네가 <시영내>고요, 또 한 동네는 길에서 보이지 않는답니다. 이곳을 본 동네라 하는데, 마을 옛 이름은 <한점>이랍니다. 선암계곡을 가로질러 들어가야 하는데, 바위와 숲이 무성해 사람들은 마을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답니다. 피난골이었다는 말이 있어요.
본 동네도 들어서면서 산자락을 따라 올라가면서 한 열집 정도 있답니다. 왼쪽으로 첫집이 바로 저희 집이랍니다.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서 왼쪽편이 양짓말이고요, 오른쪽편이 음짓말이예요.
마을 앞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바로 <大仙巖>이랍니다. 마을 이름 앞 자를 따서 붙인 거죠. 이 곳은 매우 깊은데, 사람들이 놀러오면 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는 곳이랍니다.
마을에 주산은 德節山입니다. 덕절산을 소개한 글을 한번 볼까요.
‘덕절산은 단양팔경 중의 하선암과 사인암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산으로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때묻지 않은 명산으로 아름다운 계곡들의 명성에 묻혀서 산행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미개의 산이라 할 수 있다. 정상에서 조망은 동쪽으로는 소백산의 연봉들이, 남으로는 황정산과 도락산의 절경이 웅장함을 더해주고 있으며 북으로는 충주호가 은빛 물결을 출렁이고 있다.’
우리 집에서 덕절산을 올려다 보면 왜 덕절산인지 알 수 있었요. 산이 마디 마디 나뉘어져 있는데 이걸 칠형제봉이라 하거든요. 비가 온 후에 걷힐 때 보면 아주 장관이지여.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집을 지나 덕절산을 오르시는 분들을 존경해요. 왜냐하면, 이렇게 좋고도, 또 숨겨진 명산을 찾을 줄 아시는 분들이니까, 정말로 산을 아시는 분들이거든요. 이 동네에 살면서 산도 안 올라가봤냐는 소리 듣기 싫어 저도 한번 올라가 봤는데, ‘미개의 산’이라는 표현은 아주 정확하답니다.
3> 하선암을 소개해여!
물론, 제일 좋은 곳은 우리 집이죠. 그리고 마을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대잠교 다리 밑, 모래밭 그늘에서 쉬시면서 개울물에 발 담그고 있는 것이 최고지요.
산으로는 구단양에서 덕절산으로 뻗어올라온 두악산이 있답니다. 두악산은 소금무지산이라고도 불리우는데, 땅의 기운 때문에 불이 많이 나는 것을 어떤 선승을 말을 들어 소금을 묻고서야 불이 나지 않았다는 말이 있는 산이랍니다. 두악산을 오르면 선암계곡을 볼 수도 있고요, 또 대강에서 사인암 쪽으로 들어가는 계곡도 보실 수 있답니다.
저희 동네에서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서는 상선암에 도락산이 있고요, 문경 쪽으로 가다보면 수리봉이 있답니다. 문수봉은 경상도 땅으로 명전을 지나 있지요.
가볼만한 곳으로는 궁기동의 사모 폭포가 있고, 멍우티라 불리는 모여티가 있답니다. 문수봉 쪽으로 가다보면 ‘차갓’이라는 곳도 좋고, ‘당골’도 좋지요. 물론 진짜 좋은 곳은 ‘건네기’라 불리는 ‘건학마을’이죠. 좋은 곳은 여러 번 보아야 그 좋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저는 세 번 정도 가보고야, 건학마을 좋은 것을 알았답니다.
가을 비경이 좋은 곳은 방곡의 ‘문안골’이 으뜸이고요. 저도 아무나 안내하지 않는 곳이랍니다.
문화 유산으로는 구단양, 즉 단성면사무소 뒤편으로 ‘적성산성’과 ‘적성비’가 있습니다. 도자기 체험을 원하시면 상선암 위쪽에 있는 방곡 도예촌으로 가시면 되지요.
먹을만한 음식을 찾으신다면 솔밭휴게소는 <오리철판구이>를 잘하고, 대잠관광농원은 <오골계백숙>을 잘한답니다. 저희 집이야, 보리밥ㆍ묵 따위를 잘하지만요.
4 > 삼대가 적공을 쌓아야 얻는 집 - 우리 집
신경림 시인이 이사하고 나서 저의 집에 한번 오셨었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단양에서 제일 좋은 집이야.” 하셨답니다. 단양에서 제일 좋은 집이면, 당근 전국에서 제일 좋은 집이지여.
‘본동에 내리는 비’의 시인, 윤중호 형님이 와서는 “아예, 호사를 누리고 사는구먼.” 하면서 우리 사는 모습을 무척 부러워했죠. 신나게 술이나 펐지만요.
그래도 저의 집에 두 번이나 오신 손님은 이경림 시인이신데, 시를 배우는 제자들과도 들리셨더랬습니다.
부잡스럽게 설명하느니, 제가 쓴 시로 반가움을 대신할까 합니다.
德節山 아래, 첫집
- 그대 오셔서
그대 오셔서 행복 곱빼기인 우리 집엔
떨어지는 도토리만 주워도 한해를 먹는다는
상수리가 한 주, 크단 바위 네 덩이 있지요.
仙巖溪谷 그 안쪽,
마당 앞으로 개울이 흐르는 덕절산 아래 첫집,
정남향 집이, 바로 우리 집이랍니다.
심심한 나머지 도둑도 반기는 흰둥이와
부모님과 아들 민주와 아내 현옥이
가끔 생뚱하게 만나는 군식구가 모여 산답니다.
오늘 그대, 바람 밀고 들어서자
무당바위가 들썩이고
장승이 웃니를 드러내고 웃고
솟대의 새가 날아 오르더군요.
아무려나 예민한 건 군식군가 봐요.
발자국 소리에 다람쥐가 고개를 들고
검은 신사 청설모가 콩알같은 눈으로 내려다보더군요.
나야 뭐, 꽃조차 그 향기 풀다 멈춰서는, 정지 그 정지로
그대 오심 알았지만, 또 모르쇠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대 오셔, 서, 그대 오셨기에
죽은 대추나무 타오르는 능소화(凌?花) 더욱 붉은,
행복도 곱인 집이라오. 오오 이런,
예감적중! 발칙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