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선배님의 원망의 목소리가 집에 도착하는 내내 제 마음을 휘저어 놓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억울한 제 심정을 말씀 드려야 할지, 어디서 그런 발단이 생겼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목요일. 그날 그 간판을 본 순간에 일어났습니다.
“조조 할인 단백질 펌” “2만 5천”
그 간판을 본 순간 짧은 제 생머리가 조금 지겹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내일 오전에
일찍 이 미용실에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금요일 평소 같으면 아침신문과 드라마에 빠져서 오전 시간을 보낼 제가
집안정리를 하고,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여 서둘러 미장원을 향하여 달렸습니다.
서둘러 온 보람이 있어 첫 손님으로 지루한 기다림에서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
이용사에게 그냥 한 듯 안한 듯 볼륨만 있게 해 달라고 했는데, 미용사는 직업의식이 투철하였습니다.
나의 의견은 무시 되었고, 중간롤로 감으면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거듭 안심시키며
미용사로서의 책임을 다했습니다.
조금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워낙 강경한 미용사의 태도에 조금은 기대감을
가지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경과하여 머리를 감고 말리면서 드러난 모습이 생각보다
생기 있게 보이고 얼굴이 통통해 보여 흐믓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생머리 때 어울리지 않던 옷들을 다시 입어 보니 분위기가 달라 보이고 스스로 만족하여 옷장을 휘저으며 이 옷 저 옷을 입어보면서 혼자 신이 났었습니다.
곁에 있던 딸아이가 “신났다 신났어” 하면서 한심한 표정으로 보는 것도 괘의치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토요일 짧은 파머에 어울릴 수도 있다는 저 자신만의 자신감으로 신나서 답사 출발지로 향했습니다. 답사 전날 휴학을 했다가 다시 3학년에 편입한 승덕이가 출석시험을 치고 나니까 내 생각이 나더라는 말과 함께 답사에 같이 간다는 말에 더 신났고, 내가 안가면 안간다는 학우들의 빈말도 신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답사는 왠지 여느 답사와는 출발 전부터 달랐습니다.
동아쇼핑 앞에서 그 많은 관광차와 여행객들 속에서 반가운 선배님과 학우들은 그 속에서 유독 빛나 보였습니다.
참석인원이 작은 관계로 25인승 작은 버스를 타야하는 불편함은 결과적으로 어깨와 어깨가 부딪히고, 더 많은 눈길을 주고 받으면서 더욱 정이 깊어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주 한옥 마을에 도착하여 해설사의 진행에 따라 오목대에 올라 한옥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을 둘러 보았습니다.
전주한옥마을은 700여 채의 한옥과 함께 다양한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한 문화시설이 모여 있었으며, 한옥중간 중간에 일본식 주택의 모습으로 하여금 역사적으로 일본인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의 자긍심이 작용한 결과로 탄생된 곳임을 분명히 해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주한옥마을은 길 따라 골목길 따라 마치 어릴적 소꼽친구들과 골목길에서 술래잡기 하듯이 돌아보면 그곳에는 은행나무길, 술도가길, 오목대길, 최명희길, 어진길 등 이름마저 경겨운 낮은 담장 골목길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통마을에는 이 땅에서 난 곡물을 주재료로 집집마다 빚어마시던 한민족의 술 가양주와 함께 ‘가득채움을 경계하는 술잔이’란 뜻을 갖고 있는 ‘계영배’는 절주배라고도 불리며,70% 이상을 넘어 술을 가득 채우면 술이 모두 흘러서 남지 않는 잔으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삶의 진실 또한 존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골목길을 헤매며 달린 끝에 먹은 전주비빔밥은 우리 대구의 매콤 상큼한 비빔밥과는 다른 또 다른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주 막걸리과 모주를 마셔서 기분 좋아 배를 두드리며, 해설사를 따라 정신없이 달렸던 골목길을 다시 걸으며 술래가 된 듯이 나지막한 돌담 안을 기웃거리고, 한정된 시간을 아낌없이 보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이산을 향하는 차안에서 마이산의 두 귀가 순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되는 순간 놀랐더니, 길이 보여준 착각이였습니다.
마이산은 한마디로 인간의 집념에 경이를 불러일으키는 집결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게 쌓은 돌 탑들이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것은 탑을 쌓은 사람의 집념과 자연을 잘 이용한 자연과 하나가 되지 않고는 그런 엄청난 모습인 존재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이 자연을 거역하는 것은 결국 그 재앙이 우리 자신에게 향할 거라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갈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절대로 파전과 막걸리를 보고 그냥 갈 수는 없었습니다.
삼겸오라버니의 너스레와 영철학우님의 재치에 호응해주신 학우님덕분에 파전과 갈비를 맛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류기옥선배님의 맛갈스러운 민요는 마이산의 맑은 공기와 함께 학우들의 마음에 끊임없는 웃음을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계속 웃고 있었고, 답사 이래로 가장 많이 웃은 날로 기억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아무른 문제가 없이 마냥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장세동 팀장님의 말 한마디에 차 안은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학우들 중 마를린 몬로를 연상하게 하는 사람이 있으니 누군가~?
선배님~
선배님은 누가 뭐래도 제 눈에는 마를린 몬로이십니다. 제게 원망하시는 눈빛을 거두어 주십시오...ㅎㅎㅎㅎ
저는 억울합니다....한 순간도 마를린 몬로를 꿈꾸어 본적이 없기에 더 더욱 억울합니다.
선배님의 용기있는 그 두곡의 노래와 아름다운 뒤태는 어김없는 마를린 몬로이십니다.
아! 그렇습니다
제가 파마를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아마도 보이지 않지만 어느사이에 곁에 다가온 봄이 일으킨 봄바람 탓이 아닐런지요
선배님 사랑합니다~^^*
우와! 답사기 짱 입니다. 어제의 일들이 과거가 되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마를린 몬로 25,000원의 투자 결과입니다.
그랬구나 조조할인 파마를 했었구나,,, 그랬구나, 좋았겠구나 보고파하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어서,,,,그랬구나, 답사가 즐거웠겠구나.... 그랬구나, 니가 꿈꾼적도 없는 마를린 몬로에 간택이 되어 정말 억울했겠구나.... 그랬구나, 사랑해주고 사랑받을 사람들이 많은 답사가 재미도 있었겠구나....그랬다 니가 억울하던 말던 우리는 많이 행복했었다..
2차에 언니를 볼 수 있어서 더 행복했어요~^^*
마를린 몬로에 간택된 친구 옆에서 나도 억울했었다 ...이놈에 생머리 때문에 후보의 꿈도 못 꿔보고 ㅠㅠ...회장님께 몰래 여쭤봐야겠다..다음엔 누구 닮은 사람을!!....머리 스타일 바꾸고 답사가게...ㅎㅎ
생각났다...회장님께 귀뜸할께 그냥 생머리해도 되겠다..ㅎㅎㅎ
답사기에 그날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행복한 웃음으로 머물다 갑니다.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늘 함께 할 수 있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