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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의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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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스크랩 인천맛집 청실홍실[메밀국수]
양효성 추천 0 조회 250 10.03.21 12:4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인천맛집 청실홍실

 

나는 인천의 신포동을 니혼마치[日本町]라고 부른다. 북성동의 차이나타운에 비해 재팬타운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고 이 거리가 일본인에 의해 조성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癒着(유착)이라는 말은 분리되어 있어야 할 생체(生體) 기관의 조직면이 섬유성 조직으로 연결·융합하는 것인데 역사읽기란 상처가 좋든 싫든 이런 癒着의 형태로 도전과 응전을 반복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인간의 意志(의지)가 이 현상을 相生(상생)의 관계로 止揚(지양)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어째 이야기가 맛이 없는 쪽으로 흘러갔는데, 음식도 시간과 공간을 거치며 이런 셀 수 없는 ‘유착의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메밀이 바로 청실홍실의 주제다. 이 집은 인천 우체국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내동교회 언덕을 바라보며 한 블록만 걸어 분수쉼터 옆에 있다. 여름철 점심때 긴 줄이 늘어서 있으면 바로 그 집이다. 둘이 가면 ‘메밀 둘! 만두 둘!’이 기본이다. 국물[메밀을 적셔 먹는]이 나오면 무즙과 파를 넣고 겨자와 식초를 섞어 젓는다. 잇따라 메밀이 나오면 젓가락으로 집어 이 국물에 적셔 먹는다. 끈적한 입안이 개운해진다. 이어 속이 들여다보일 만큼 야들야들한 만두를 단무지 한 조각을 곁들여 날름날름 삼키다 보면 ‘1인분 더 주세요!’

그냥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메밀에 단무지에 무즙에...메밀과 무가 주제인가? 어쨌든 담백하다.

 

집에서 세끼를 먹는 나는 외식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 인천까지 나를 찾아오면 친구들을 대개 이 집에 데려간다. 모두들 그 간소한(?)식단에 ‘그 사이 저 친구가 절에 들어갔나?!’ 이런 표정을 자주 짓는다. 그러면 ‘1인분 더!’ 이러는 것인데 돌아가고 나서 가끔 이 맛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많다. 어느 여름에는 출근하다시피 메밀을 먹은 일이 있다. 메밀은 당뇨와 혈압에도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먹고 나서 동쪽으로 걸으면 개항장이고 북쪽으로 걸으면 자유공원이고 서쪽으로는 답동성당이 바라보이는 신포시장이다. 워낙 부담이 안 가는 식단이라 소화시킬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이 거리를 걷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 중구청이 이곳을 역사문화의 거리로 꾸준히 발전시키려는 모양인데 제2의 인사동이나 광복동이 되거나 아니면 한국에 유일한 국제거리가 될 지도 모른다. 그 입구에 이 메밀국수집은 날로 번창해서 지금은 주안분점에 이어 연수동에도 가게를 낸 모양이지만 나는 아직도 이 분수쉼터옆의 청실홍실에서 ‘청실홍실 엮어서...’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

 

 

 

 

                     오른쪽이 중구청 앞의 인천개항장 역사박물관 -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청실홍실'이고 왼쪽으로  자유공원.

                      뒤가 차이나 타운이다. 워낙 부담이 안 가는 식단이라 소화시킬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이 거리를 걷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은 개항장 역사거리<중구청 앞에서 20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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