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 과학수사를 읽다
영국의 추리소설작가 아가사 크리스티를 아시나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잘 아실 텐데요. 그녀의 전집이 80권이나 될 정도로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 분이지요. 저도 고등학생 때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보고 한동안 그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12월 7일,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라고 해야 할까요?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 26명이 법무행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투어는 법무행정과 관련한 소설, 방송 대본 등을 집필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법무행정 현장을 견학케 함으로써 법무행정에 대한 오해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 디지털포렌식센터 영상분석에 대한 설명을 듣는 추리작가들
처음 들렸던 곳은 디지털 포렌식 센터의 영상분석실이었습니다. 이미지 개선과 분석을 주로 하는 곳으로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편집 및 조작 여부까지 가려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창틀에 앉아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았는데 화질을 개선하여 인물이 드러나자, 작가들의 입에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흘러 나왔습니다.
유전자 감식실에서는 DNA 감식의 원리와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강호순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이후에, 범죄에 사용되었을 것 같은 곡괭이가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요. 대검찰청 유전자 감식실에서 그 것에서 여성의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잘 알려진 강호순의 사례를 들으니 더 이해도 잘 가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마약에도 지문이 있다?
마약에도 지문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무슨 말이냐고요? 바로 ‘마약지문감정’이라는 과학수사기법을 말합니다. 마약지문감정은 마약류가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밀조되어 어떤 경로로 유통 되는지를 추적하여 각 지역에서 압수된 마약류를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화 합니다. (마치얼마 전 도입된 흉악범죄자의 DNA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듯이 말이지요.^^)이 데이터베이스에서 각종 통계적 분석 등을 통해 마약물질간의 유사성이나 피의자들의 관련성 등을 과학적인 견지에서 분명히 밝히고 그 정보 등을 수사팀에 제공함으로써 마약범죄에 대처하는 첨단과학수사기법이죠.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어떤 작가 분은 마약과 미국의 DA(비마약성 진통제)와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셨는데요. 풍부한 사전지식으로 궁금한 것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가님들의 사전지식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작가님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질의응답 시간 또한 무척 길어졌는데요. 왕성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대답하는 직원 분들도 진땀을 흘리셨고, 공식 일정이 늦춰지는 헤프닝까지 있었습니다.
인천구치소, ‘콩밥’먹던 시절을 벗어던지다
이 날 투어의 두 번째 일정은 인천 구치소였습니다. 아직도 교도소를 감옥, 교도관을 간수, 수용자를 죄수라고 기억하는 분들이 계신가요? 오~ 그건 잘못된 상식이에요! 사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내용 중에서는 잘못된 내용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 이를 접하는 국민들도 잘못된 정보를 알게 모르게 습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생산해 내는 작가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수형자가 생활하는 거실
작가 분들은 실제로 수용자가 생활하는 시설을 둘러보셨는데요. 열심히 설명을 듣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히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작가님들은 직접 독방에도 들어가 보고 그 신기함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출입국 관리사무소를 끝으로...
마지막 코스는 출입국 관리사무소였습니다. 그동안 둘러보시며 법무 행정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셨던 작가님들이 여기에 오셔서도 또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인천공항의 선진화 시스템으로 UN 공공행정상 수상의 비결을 듣고, 이란인의 밀입국 적발 사례와 위조여권의 '비밀'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위조여권의 원리에 대해 듣고 또 호기심이 폭발(!)하여 질문들이 쏟아졌답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설명을 듣는 추리작가들
단 하루였지만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들 ―예를 들어, 교도소에 들어가 앉아 보거나 과학수사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등― 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작가들의 눈빛도 더욱 반짝이는 듯 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대단한 이야깃거리들을 종이위에 쏟아놓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수광 한국 추리소설 협회장님은 "이번 법무행정 투어를 하기 위해 지방에서도 올라올 만큼 기대가 많았다"며 "그동안 파출소만 지나가도 겁났을 만큼 이런 투어가 거의 처음인데 여러 군데를 들리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조선법이 지금 법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책을 썼었는데, 이번 투어를 통해 법과 관련된 글을 쓰면서 작품에 반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1년간의 기자생활! 함께 투어하다 보니, 다 아는 내용이 되었어요
이번 법무투어가 추리작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불어 앞으로 왜곡되지 않고, 더욱 현실에 가까운 시나리오나 소설을 써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작가님들과 함께한 법무행정 투어가 재밌었습니다.
이제 저도 올해의 마지막 취재가 아닐까 싶은데요. 참 아쉬운 나머지 눈물이 다 나올 뻔했습니다. 투어를 하면서 모르는 것보다 잘 아는 게 더 많아서 스스로도 놀랍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바로 법무부 블로그기자 1년의 성과인가요?^^
▲기자생활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추리작가님들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가 누굴까요?^^
1년 동안 법무부 취재를 하면서 제 자신이 많이 똑똑해지고 발전해질 수 있던 좋은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방문일정이 더욱 자주 생겨서, 많은 국민들이 법무행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글 = 이윤희 기자 ■ 사진 = 법무부
■ 원글 http://mojjustice.blog.me/150098640328
첫댓글 교도소 안의 모습은 조금 낯선데요.... 와아...
많이 낯설어야 정상 아닐까요??...헐헐...^^
아...... 솔직한 이야기로는 조금 익숙하다고 말하려다가... 오해살까봐....
근데 낯설다고 해도 오해사는 건 마찬가지네요
.....
생각해보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오해 안사는 방법이네요
잘 봤습니다. 아직 서대문형무소를 두 번(오해는 마세요. ㅎㅎ)이나 가본 제겐 구치소가 상당히 인상 깊은데요... 영화와 드라마로 봐오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에... 벽과 관물함, 형형색색 옷걸이 때문인가요... 암튼 새로운 걸 많이 알았습니다. 디지털 포렌식 센터도 CSI에서만 봐오던 것인데... 신기하네요. 아... 가고 싶다. 쩝
다음에 기회가 있는데, 그때 같이 가시죠...^^
이런 기회도 있군요... 2010년 10월이면 한창 <심판>을 구상하던 때인데...
아쉽습니다...
마약지문 이라.. 흥미롭네요! 저도 열심히 활동해서 이런 행사 꼭 참석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