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생님이 신문에 나왔다.
참 신기한 일이다.
신나고 부끄럽기도하다.
더 바쁘게 행동하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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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깎아주며 '제자사랑'실천
5학년 환섭이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딱 걸렸다. 머리가 단정하지 못해서다. 환섭이는 꾸지람을 듣는 대신 햇볕 좋은 교정으로 불려나와 나무그늘 의자에 앉아야 했다. 그리고 하얀 보자기를 뒤집어썼다.
무주군 안성면에 자리잡은 공진초등학교(교장 임종준). 전형적인 산골의 작은 학교다.
지난해 환섭이의 담임을 맡았던 정성식 교사(32)는 어느새 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이발도구까지 챙겨왔다. 그리고 아주 능숙한 솜씨로 가위질이 시작되자 환섭이는 머리를 맡긴채 느긋하게 봄볕을 즐긴다.
전교생 22명인 농촌학교에서 2학년과 4학년 복식학급의 담임을 맡고 있는 정교사는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자 이발사이고, 또 친구이자 삼촌같은 고향 선배다.
“머리와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고 다니라고 몇번씩 주의를 줬는데 소용 없었어요. 이발을 하려면 면소재지까지 나가야 하는데 농번기때는 학부모님들이 겨를이 없거든요.”
정교사가 지난해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이발기구를 구입하고 직접 가위를 든 이유다.
군대시절 이발병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방과후 직접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했고, 미심쩍어 하던 아이들에게 실력을 인정받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학교 남학생들에게는 전속 이발사가 생긴 셈이다. 특히 개구쟁이로 소문난 5학년 남학생 7명이 정교사의 눈에 걸려드는 주고객이다.
“도시 출신인 아내도 관사옆 텃밭에 채소를 가꾸면서 이제 농촌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교단에 선지 5년째. 그는 교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고향인 무주지역 학교로 지원해왔다. 그리고 전주 동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부인 김은정씨도 남편의 농촌사랑에 흔쾌히 힘을 보탰다. 남편이 첫 교사생활을 시작한 무주 안성초등학교로 전근, 학교 관사에 살림을 차린 것.
한적한 산골, 30분씩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도 있다보니 눈이나 비가 올때는 정교사의 자동차가 학생들의 통학 차량이 된다. 상당수 학생들이 부모 대신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탓에 정교사가 아이들에게 쏟는 관심은 학교생활뿐만이 아니다.
선생님과 함께 교내 ‘흙사랑 체험학습장’에 옥수수와 고추?고구마?토마토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일도 아이들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작은 학교이다 보니 교장선생님까지 아이들에게는 모두 담임교사다.
“우리 선생님은 만능이예요. 운동도 잘 하시고요 머리깎는 솜씨도 미용실보다 더 나아요”. 5학년 두리는 친구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정교사를 한껏 치켜 세웠다. 농촌학교를 지키겠다는 정교사의 밝은 웃음에 아이들은 더 신이 난다.
<2004년 5월 15일 전북일보 1면 김종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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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식 익산 삼기초등 교사
며칠 전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부모님께 가정통신문을 한 장 보냈다.
‘이번 스승의 날엔 자녀들 선생님 말고 코 흘리던 시절 부모님을 가르치셨던 그 분들께 안부 전화, 격려의 편지 한 통 써 보는 게 어떤가요? 선생님을 찾은 기쁨을 자녀와 함께 나누는 것이 귀한 자녀에겐 생생한 가르침이 되고 그 자녀를 가르치는 저에게도 가장 큰 스승의 날 선물이 될 겁니다’고 말이다.
이렇게 써서 보내고 나니 내 어릴 적 스쳐가는 이름들이 많다. 이름만 남고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 선생님도 있다. 기억을 더듬어 앨범을 들추고, 교육청 스승찾기 코너를 뒤져 전화로 수소문 해가며 어렵사리 큰 용기를 내 그 분들께 편지를 썼다.
‘혹 날 기억하지 못하면 어떨까?’ 걱정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 분들은 세월이 흘렀어도 친구들 기억까지 소상히 간직하고 계셨다. 설사 단박에 기억을 못 해낸다 해도 서운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하고 뭉클할 뿐.
선물 공세가 부담스러워 쓴 가정통신문 한 장이 내 가슴 한 구석에 숨어 있던 보물을 찾아주었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망까기 말타기…….” 늘 시간에 쫓기는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이 노랫말은 옛날 이야기나 아련한 향수로 다가온다. 일부러 시간을 내 전래놀이를 몇 번 가르쳤더니 처음에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먼저 하자고 조르며 어느새 이 노래는 우리반 주제곡이 되어 홈페이지 대문을 열자마자 반갑게 어울려 논다.
보물들과 여섯 해를 보내며 내 어린 날 선생님을 떠올리면 지금 내 모습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커가는 내 어린 벗, 보물들에게 아련한 추억 하나 심어주어 세월을 넘어 어울릴 수 있는 나도 그런 보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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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는요 제가 선생님의 제자가 된것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스승에게 그 은혜를 보답해주는 그런 선생님께서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왜 그랴? 쑥스럽게시리.
쌤~~ 또 신문에 오르셨어요??? 스타되겠네요~~~ 역시 지구의 진정한 슈퍼쌤이셔~~
ㅋㅋㅋㅋㅋㅋㅋ 웃긴당 선생님 좀사진빨안나와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