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사자성어(20)>
구상유취(口尙乳臭)
입 구(口),오히려 상(尙), 구상이라함은 ‘입에 아직도’라는 뜻이고, 젖 유(乳)냄새 취(臭), 유취라 함은 ‘젖냄새가 난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구상유취라 함은 “아직도 입에서 젖냄새가 난다”는 뜻이다.
말과 행동이 어린아이처럼 유치할 때 이를 가리켜 ‘구상유취’라고 한다.
원래 “구상유취”는 한고조 (漢高祖)가 말한데에서 유래되었다. 한나라의 유방(劉邦)이 위나라를 치기위해 한신을 출정시키면서 신하들에게 물었다. “위나라 군대의 대장은 누구인가?”신하들이 대답했다. “백직(栢直)이라는 자입니다”.
이에 유방은 코웃음을 치며, ”그런 녀석은 구상유취야. 어찌 백전백승의 우리 한신 대장군을 당할 수 있겠는가 ,“라고 한 말에서 비롯되었다.
백직의 행동이 어리석고 유치함을 나타내는 말인 것이다.
여기에서 유래된 구상유취는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수레를 막듯이 분수없는 행동을 가리킴)과 같이 분수없이 날뛰는 자, 또는 적수가 되지않는 자를 얕잡아 일컬을 때 흔히 쓰이게 되었다.
이처럼 구상유취는 상대를 얕보고 하는 말이지만, 어딘가 애교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삿갓(金笠)이 어느 더운 여름철 한 곳을 지나던 중,
젊은 선비들이 개를 잡아놓고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기들 딴에는 시를 짓는다하여 마구 떠들썩했다.
술을 좋아하는 김삿갓이 말석에 앉아
술 한잔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행색이 초라해서인지 본체도 않고 있다.
김삿갓은 약간 아니꼬운 생각이 들어
“구상유취로군!‘하고 일어나 가버렸다.
선비들이 김삿갓의 하는 말을 들었다.
“그 사람이 지금 뭐라고 했지?”
“구상유취라고 하는 것 같더군”
선비들은 이 말의 뜻을 알았기 때문에 하인들을 시켜 김삿갓을 잡아오게 했다.
“방금 뭐라고 그랬지?. 양반이 글을 읊고 있는데 구상유취라니?”
그러면서 옆에 세운 채 매질을 할 기세를 보였다.
김삿갓은 태연히 “내가 뭐 잘못 말 했습니까?”
“뭐라구, 무얼 잘못했냐구?
선비들을 앞에 놓고 입에서 젖내가 난다니
그런 불경(不敬)한 말이 또 어디 있드냐?”
“그건 오해입니다.
내가 말한 구상유취는 입에서 젖내가 난다는 그런 구상유취가 아닙니다.
내가 말한 구상유취는 「개 잡아놓고 선비들이 모였다」는 구상유취 (狗喪儒聚)의 뜻입니다.
*개 구(狗), 죽을 상(喪), 선비 유(儒), 모일 취(聚)인데, 취(聚)자가 다소 어려운 한자이다 사람이 모여사는 마을을 취락(聚落)이라고 한다.
한문의 묘미라 할가,
선비들은 그만 무릎을 치고 웃으며
“우리들이 몰라 보았소이다 .
자, 이리로 와서 술이나 들며 시라도 한 수 나눕시다”
하며 술을 권했다는 것이다.
과연 방랑시인 김삿갓의 재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입이 노란 새의 새끼에 비유하여
어린아이를 가리켜 황구소아(黃口小兒)라고도 한다.
참고로 한문 공부하는 분을 위하여 사기(史記)에 나오는 구상유취 원문을 소개해 본다.
漢王以韓信擊魏王豹(한왕이 한신격위왕표)
한왕이 한신을 시켜 위왕 표를 치게했다.
問魏大將誰 (문위대장수)
위나라군대의 대장은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누구 수(誰)
左右對曰柏直(좌우대왈백직)
좌우신하들이 백직이라고 아뢰었다.
*대왈(對曰): 대답하여 가로대
漢王曰是口尙乳臭(한왕왈시구상유취)
한왕이 가로되 ‘이는 구상유취로구나’
安能當吾韓信(안능당오한신)
어찌 그가 우리 한신대장군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 어찌 안(安)
여기 나오는 한신대장군은 유방을 도와 한나라가 천하통일 하는데 큰공을 세운다. 그러나 그도 나중에 유방에 의하여 처형을 받으면서 토사구팽(兎死狗澎)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면서 숨을 거둔다.
토사구팽이란 사냥개가 토끼를 잡아주니, 이번에는 용도가 끝난 사냥개를 끓는 물에 삶아 죽인다는 뜻이다. 처형당하는 한신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 것이다. 토사구팽(兎死狗澎)은 요즘도 흔히 쓰이는 말이다. 필요할 때에 교묘히 부려먹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경우에 쓰이는 말이다. 그래서는 안될 것이다. (202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