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역도가 사무실이 있는 역삼동과 주위의 논현동 서초동 반포동 신사동에 이르기 까지 주변이 모두 잘 나가는 강남 술 집 동네입니다.
하지만 이곳 밤길은 한산하기만 합니다.
주말이 되면 북적거리던 강남역 사거리 마저도 일찍 행인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한산해집니다.
물론 날씨 탓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계속 이어지는 불경기의 여파로 법인카드 술 값 결제가 줄어드는 바람에 더욱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업주들의 한숨 섞인 넉두리입니다.
실제로 강남역 일대의 룸싸롱 주변은 썰렁하다 못해 싸늘하기 까지 합니다. 심지어 선술집들과 호프집까지도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음식점들도 저녁때가 되면 거의 개점 휴업 상태이고 보니 IMF 보다도 심한 불경기라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이렇게 업소들이 장사가 안되니 문제는 돈을 벌려고 업소에 투자를 한 투자가 들입니다.
빨리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싸롱에 거금을 들여서 투자를 한 사람들, 퇴직을 하고 뚜렷한 기술이 없어 어렵게 음식장사라도 하려고 쌈지돈을 털어서 가게를 오픈하신 업주들 모두 울상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남의 집에서 돈을 많이 벌었던 마담이 금년에 가게를 내겠다고 해서 사주를 보고 말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그 마담은 소식이 끊겼습니다.
당시에는 이보다 더 확실하게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시의 그 마담의 운이 좋왔기 때문입니다.
그 기세로 직접 술집을 했으나 운은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 운이 어떻게 바뀌게 될 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굳게 믿고 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허나 결과는 완전히 딴 판입니다.
돈을 벌기는 커녕 작년에 벌었던 돈은 다 날리게 되었고 장사를 직접하기 위하여 이리 저리 끌어들인 돈이 빚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 때 말만 들었어도 아직 여유도 있고 돈도 많이 벌었을텐데 ...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런 일이 마담뿐이 아닙니다.
주위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한 친구들 선배들 모두 울상들 입니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저의 말을 듣고 사업을 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야! 사업을 하지 않으면 좋다더니 이게 뭐냐? 밤낮 똑 같은 생활의 연속이쟈나?" 하고 불평을 할 때 입니다.
만약 그 친구들이 저의 말을 듣지 않고 사업을 했었다면 지금도 그런 배부른 불평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