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포스토이아 동굴을 뒤로하고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이동했는데 도착하니 오후 다섯 시가 훌쩍넘은 시간이었다. 크로아티아를 현지인들은 "흐르바츠카"라고 발음하고 국가 도메인도 .hr이다. 반도이다보니 우리나라처럼 고난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자그레브는 인구 70만 명이 사는 도시로 러시아를 거쳐 터키와 서유럽까지 이어지는 오리엔탈 익스프레스가 통과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먼저 자그레브의 상징인 성슈테판 성당으로 향했는데 높이가 백미터가 넘는 2개의 첨탑이 있어서 멀리서도 보였다. 5천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을만큼 규모가 크고 10여개의 국보급 유물을 갖고 있어서 크로아티아의 보물이라고 한다. 성당 앞에는 황금빛 성모상이 있었다. 낯선 도시 풍경들을 바라보며 골목에 접어드니 젊은 여성이 길모퉁이에서 간절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조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유명한 장군을 기리는 장소로서 여기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 진다고 한다. 우리일행 중 일부도 엄숙하게 소원을 빌었다. 조금더 걸어 올라가니 마치 장난감을 연상케 하는 성 마가 교회가 있었는데 타일로 만든 지붕이 인상적이었고 크로아티아 국가문양과 자그레브 시 문장이 수놓아져 있었다. 바로 오른쪽에는 국회의사당이 있었고 왼쪽에는 붉은 지붕의 대통령 궁이 있었는데 경비가 달랑 두 명 밖에 없었다.
시내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니 옐라치치 광장이 있는데 1848년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침입을 물리친 옐라치치 장군의 동상이 있었고 여기가 자그레브의 중심이라고 한다. 광장엔 자동차 통행이 제한되고 트램(전철)만 다닌다. 연인들의 데이트, 만남의 장소, 시민들의 공간이었다.
우리에게 하나의 역사라도 알려주려 노력하는 현지 크로아티아인 해설사의 열정적인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포스토이나 동굴 탐험이 늦어져서 어둠을 앞두고 서두른 짧은 여행이었지만 인상은 강렬했다. 전체적으로 도시는 어두웠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아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