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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문 및 헌법소원 초안] 원전 증설, 국민에게 다시 물어라— 대리권력의 판단으로는 안 되는 결정이 있다
Ⅰ. 헌법 제1조 제2항을 다시 읽는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한 문장을 우리는 너무 오래 액자 속 문구로만 대해왔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묻지 않은 채 신규 원전 2기 증설을 확정한 것은, 이 문장을 다시 시험대에 올린 사건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행정 문서 몇 장으로, 수십만 년을 가는 위험을 국토 전체에 심어 넣는 결정을 내려버린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원전과 핵폐기물이 남기는 위험의 시간은 사실상 영원하다. 5년짜리 대리인이 영원을 담보 잡히는 결정을 내릴 자격이 있는가. 이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나라에 아무도 없다.
Ⅱ. 왜 대리권력만으로는 안 되는가
독일 헌법재판소는 오래전 칼카르 판결에서 이렇게 못박았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안은 관료의 펜 끝에서 결정될 수 없고,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이 직접 정해야 한다고.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 원칙의 절반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국회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행정부 혼자서 원전의 운명을 결정해버렸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소송에서 짚으려는 지점은 이보다 한 걸음 더 깊다. 국회가 심의를 거쳤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원전처럼 되돌릴 수 없고, 국토 전역에 미치고, 수십 세대를 구속하는 결정 앞에서는 국회의 심의조차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한다. 이런 결정은 오직 주권자 자신이 직접 들여다보고, 따져보고, 결정할 때에만 정당성을 가진다. 대리인이 아무리 성실해도, 대리는 대리일 뿐이다.
그런데 정작 들여다보면, 국회의 심의조차 처음부터 없었다. 전기사업법을 찾아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원전의 숫자와 용량과 준공 시기를 정하는 이 계획을, 정부 내부의 자문위원회는 "심의"하지만 국회에는 그저 "보고"할 뿐이라고. 심의와 보고는 다른 말이다. 심의는 승인하거나 되돌려 보낼 수 있는 권한이고, 보고는 그저 알림을 받는 것으로 끝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조차 이 결정 앞에서는 통보문을 받아드는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국민에게 주어진 것은 공청회 한 번뿐이다. 이것은 우연한 허점이 아니다. 처음부터 법이 그렇게 짜여 있다. 주권자가 들어올 문을 애초에 좁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Ⅲ. 이미 나 있는 길 — 기후소송이 보여준 것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이 길은 이미 이 나라 헌법재판소가 한 번 열어둔 길이다. 2024년, 청소년과 영유아, 시민들이 낸 기후위기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판단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대로 세우지 않은 것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이라도, 그것이 국민의 생존을 위협한다면 사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핵위험은 기후위기보다 더 즉각적이고 더 치명적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세워둔 이 법리는, 이번 원전 소송에도 그대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
Ⅳ. 원고는 누구인가 — 국가적 재앙 앞에 경계는 없다
한국은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촘촘히 박힌 나라다. 남한 전역이 원전으로부터 300km에서 500km 안에 들어있다.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난다면, 편서풍과 기류와 해류를 타고 방사능은 국토 전체를 덮는다. 서울에 살든 제주에 살든 강원도에 살든, 그 피해 앞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피해가 전국토에 미친다면, 그 피해를 다툴 자격 역시 전국민에게 있다. 이것이 상식이고, 이것이 이치다. 이번 소송에서 우리는 특정 반경 안의 주민만이 아니라,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모든 국민이 원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다.
Ⅴ. 우리가 요구하는 것 — 두 개의 문, 하나의 원칙
법정에서 이기는 것으로 끝나는 소송이 아니다. 우리는 이 소송을 통해, 이런 종류의 결정을 내릴 때 국가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절차를 요구한다. 그 절차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첫째 문은 국민투표다. 국민 10만 명이 청원하면, 대통령은 한 달 안에 국민투표에 부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권한을 행사할지 말지, 더 이상 미루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둘째 문은 시민의회다.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거부하거나, 한 달이 지나도록 답하지 않으면, 그 안건은 자동으로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의 의회로 넘어간다. 이 시민의회가 갖추어야 할 것은 세 가지뿐이다. 편견 없이 뽑힌 사람들, 양쪽 정보를 고르게 받는 자리, 그리고 충분히 따져볼 시간. 이 세 가지가 갖추어지지 않은 공청회나 여론조사는, 아무리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도 숙의가 아니다.
대통령이 첫째 문을 열지 않으면 둘째 문이 저절로 열린다. 이렇게 되면, 이 나라의 중대한 결정은 결국 국민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내려질 수 없게 된다.
바로 얼마 전,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이유로 원전과 SMR을 추가로 늘리겠다며, 이번에는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반가운 말이다. 그런데 그 공론화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라는 좋은 선례를 가지고 있다. 시민 471명을 추첨으로 뽑고, 양쪽 정보를 고르게 주고, 석 달 가까이 숙의하게 한 그 방식 말이다. 문제는 그것이 법으로 정해진 절차가 아니라, 정부가 그때그때 마음 내킬 때 여는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는 데 있다. 이번 공론화도 신고리만큼 진지할지, 아니면 한 달짜리 요식 행위로 끝날지는 전적으로 정부 마음에 달려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법으로 못박으려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정부가 스스로 공론화를 하겠다고 나선 지금이야말로, 그 약속을 빈말로 만들지 않을 최적의 시점이다.
Ⅵ. 대만이 우리에게 남긴 절반의 교훈
대만은 정부의 일방적인 원전 건설 계획에 맞서, 법정 투쟁과 국민투표를 함께 밀어붙여 결국 원전 없는 사회로 가는 문을 열었다. 다만 이 사례를 그대로 떠받들 일은 아니다. 대만의 국민투표 역시 찬반으로 갈린 여론전과 정보 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만이 보여준 것은 국민투표의 완성된 모범이 아니라, 대의정치가 길을 잃었을 때 주권자가 직접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저항이라는 사실 그 자체다. 우리가 국민투표에 시민의회를 겹쳐 놓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Ⅶ. 결론 — 법정은 두 개의 얼굴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국토는 부동산이 아니다. 세대를 넘어 이어져야 할 공동체의 가장 큰 유산이다. 이 유산의 안전을 관료와 정권의 셈법에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법정 앞에 두 개의 얼굴이 놓여 있다. 하나는 행정부의 뜻을 그대로 받아 적는 시녀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주권자의 뜻을 지키는 방패의 얼굴이다. 우리는 사법부가 후자를 택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광장에서 다시 물을 것이다. 안전한 땅과 살아있는 주권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하여, 이 싸움에 여러분의 이름을 보태주시기를 청한다.
2026년 7월 16일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국토미래연구소(LAF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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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법 소 원 심 판 청 구 서
(작성 초안 — 내부 검토용)
— 원전 증설계획의 절차적 불비와 국민적 숙의절차 제도화 의무 —
당사자 표시
청구인 별지 청구인 명단 기재와 같음 (주위적: 대한민국 국민 전체 / 예비적: 원전 예정지 및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주민, 미래세대 청구인단)
피청구인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구 산업통상자원부장관 —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소관 부처 명칭 변경)
[검토메모] 당사자 표시는 실제 청구인단 구성(개인 청구인 명부, 대리인 선임 여부)이 확정된 후 정식 기재가 필요함. 현재는 자리표시만 해 둠. 피청구인 명칭은 2026. 7. 13. 국가재정전략회의 관련 보도에서 확인된 현재 소관부처명(기후에너지환경부)으로 정정함.
심판대상
피청구인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고시일자】으로 확정한 신규 대형원전 2기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증설 계획 부분
[검토메모] 2026. 7. 13. 정부는 첨단산업 전력수요 대응을 위해 추가 신규 원전·SMR 도입 여부를 '전문가 의견과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함. 12차 계획은 아직 확정 전이므로 그 부분을 지금 다투면 성숙성 흠결로 각하될 위험이 크며, 이 청구서는 이미 확정된 11차 계획상의 원전 2기·SMR 1기 부분을 심판대상으로 삼음. 다만 Ⅴ장에서 정부가 예고한 '공론화'의 요건을 미리 법제화하도록 요구하는 근거로 이 발표를 원용함.
청구취지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결정을 구합니다.
1. 피청구인이 【○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확정함에 있어, 원전 증설과 같이 국토 전역과 미래세대에 걸친 비가역적 위험을 수반하는 사안에 대하여 국민이 직접 숙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전혀 갖추지 아니한 것은, 헌법 제10조, 제35조, 제34조 제6항이 국가에 부과하는 기본권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위반되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 국가는 【2년】 이내에 다음 각호의 요건을 갖춘 국민적 숙의절차를 법률로 제도화할 의무가 있다.
가. 국민의 청원에 따라 헌법 제72조에 의한 국민투표 회부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도록 하는 절차
나. 위 결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 추첨제 시민의회에 자동으로 회부되는 절차
다. 위 시민의회는 무작위성, 정보 대등성, 충분한 숙의 시간을 갖출 것
3. 위 개선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 사건 계획 중 신규 원전 부지 선정 및 건설과 관련된 후속 행정처분(발전사업허가, 부지승인, 건설허가 등)의 집행을 정지한다.
라는 결정을 구합니다.
[검토메모] 주문 제3항(집행정지)은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통상 채택하는 잠정적용(계속효) 방식과 상충될 소지가 있어 인용 가능성이 낮음. 이유서에서는 주위적으로 청구하되, 헌재법 제68조 헌법소원과 별도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병행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것.
청구 이유
Ⅰ. 청구인적격
헌법재판소는 2024년 기후위기 헌법소원 사건(2020헌마389 등)에서,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이라도 그것이 현재 시점에서 기본권 주체의 법적 지위에 구체적 영향을 미친다면 자기관련성 및 현재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의 영향권은 편서풍·기류·해류를 통해 남한 전역에 미치는바, 이는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현재적이고 구체적인 기본권 침해 가능성에 해당하며, 청구인적격이 원전 반경 내 특정 주민에 국한되지 아니한다.
이에 청구인단은 다음과 같이 다층적으로 구성한다.
주위적 청구인단: 국토 전역의 방사능 오염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청구인단. 위 기후소송 결정의 법리를 그대로 원용한다.
예비적 청구인단: 원전 예정지(【부지명】 등) 주민, 반경 30km 이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주민, 그리고 위 기후소송 선례를 따른 태아 및 영유아를 포함한 미래세대 청구인단. 이들에 대해서는 재산권(헌법 제23조) 침해가 추가로 인정된다.
Ⅱ. 침해되는 기본권 및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기본권 및 국가의무는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구성한다.
| 기본권/의무 | 헌법 조문 | 침해/위반의 논리 |
| 생명권 | 제10조 | 방사능 누출 사고 시 회복 불가능한 생명 위협 |
| 환경권 | 제35조 제1항 | 국토 오염으로 인한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의 침해 |
| 재산권 (예비적 청구인단 한정) | 제23조 | 부지 인근 재산가치의 훼손 |
| 국가의 재해예방 및 보호의무 | 제34조 제6항 | 기본권이 아닌 국가의 객관적 의무 조항으로, '침해'가 아니라 '보호의무의 과소이행'으로 별도 구성 |
이 중 제34조 제6항은 개인이 직접 주장할 수 있는 주관적 기본권이 아니라 국가의 객관적 보호의무를 규정한 조항이므로, 이하 Ⅲ장에서는 이 조항을 중심으로 '침해' 프레임이 아닌 '과소보호'의 프레임으로 청구원인을 구성한다.
Ⅲ.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 — 청구의 핵심 축
1. 전기사업법의 절차설계 자체가 헌법기관의 개입을 구조적으로 봉쇄한다
전기사업법 제25조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확정 절차에서 전력정책심의회에는 '심의'를(같은 조 제2항),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는 단지 '보고'를(같은 조 제5항) 요구할 뿐이다. 심의는 승인·조건·거부가 가능한 실질적 관여권을 뜻하나, 보고는 그 상대방에게 아무런 법적 권한도 부여하지 아니하는 단순한 통지 의무에 그친다.
즉 이 사업의 본질적 사항 — 원전의 수량, 설비용량, 노형, 준공 시기 — 을 확정하는 유일한 실질적 승인권은 정부 내부의 자문성 심의기구인 전력정책심의회에 귀속되어 있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조차 통지의 대상으로 전락해 있으며, 국민 자신에게는 구속력 없는 공청회 절차 하나만이 주어져 있다.
이는 우연한 입법 공백이 아니라, 이 법률이 애초부터 헌법 제1조 제2항이 예정한 주권자의 개입 경로를 형식적 절차로 대체해 놓은 구조적 설계라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 앞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 사업의 본질적 사항은 후속 절차(부지선정, 인허가)가 아니라 바로 이 기본계획 확정 단계에서 이미 종국적으로 결정되는바, 국회의 실질적 관여도, 국민의 실질적 숙의도 배제된 바로 그 단계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구조의 위헌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검토메모] 이 절은 이유서 전체에서 가장 날카로운 실정법적 근거이므로, Ⅲ장의 서두에 배치하여 이후 과소보호금지원칙·칼카르 판결 논증의 전제로 삼음. 전기사업법 제25조 제2항·제5항의 조문 대조가 핵심.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국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지가 아니라 그 조치가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였는지, 즉 과소보호금지원칙(Untermaßverbot) 위반 여부를 심사기준으로 삼는다. 2024년 기후위기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라, 그 목표와 이행체계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명백히 부족하였다는 점을 위헌성의 근거로 삼은 바 있다.
이 사건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는 원전 증설이라는 초장기적·비가역적 위험을 수반하는 결정에 있어 국민의 생명권·환경권을 보호할 객관적 의무를 지는바, 현행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절차는 관료적 행정계획 수립 절차에 그치고 있어 이러한 중대성에 상응하는 국민적 숙의절차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아니하다. 단 한 달 남짓의 의견수렴과 정부 주도의 여론조사만으로 국토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확정하는 것은, 국가가 조치를 취하기는 하였으나 그 조치가 보호의무의 이행에 명백히 미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아울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칼카르(Kalkar) 판결(BVerfGE 49, 89)이 확립한 본질성 이론(Wesentlichkeitstheorie)을 원용한다. 이는 기본권 실현에 본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그 본질적 내용을 직접 법률로 규율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원자력 발전과 같이 중대한 위험을 수반하는 영역에서 안전기준의 본질적 요소와 위험의 수인한도는 입법자가 직접 정하여야 하며 행정부에 백지위임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이 사건에서 원전 신규 부지의 선정 및 증설 여부와 같이 국가 안전의 근본을 좌우하는 사항이 전적으로 행정계획의 형태로만 결정된 것은 위 본질성 이론에 정면으로 반한다.
다만 본 청구는 위 이론을 '국회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좁은 명제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명제로 구성한다: 이 사안의 비가역성·초장기성·전국토성에 비추어 볼 때, 대의기관(행정부는 물론 국회를 포함하여)의 대리적 판단만으로는 헌법 제12조 제1항이 요구하는 실질적 적법절차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으며, 오직 주권자가 직접 숙의하여 결정하는 절차만이 이를 충족할 수 있다. 이는 국회 심의 결여라는 단순한 절차 흠결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있어서는 대의기관의 결정 그 자체로는 부족하다는 보다 근본적인 명제이다.
Ⅳ. 처분성 및 성숙성에 관한 판단
예상되는 각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행정계획에 불과하고 아직 구체적 인허가·건설승인 처분이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찍이 행정계획이라도 그 확정으로 인해 국민의 권리행사에 실질적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 처분성을 인정하여 왔다. 대법원 1982. 3. 9. 선고 80누105 판결은, 고시된 도시계획결정이 특정 개인의 권리 내지 법률상 이익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처분으로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원심이 '일반계획의 결정만으로는 특정 개인에게 직접적·구체적 권리의무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분성을 부정한 데 대하여, 대법원은 계획이 고시되는 순간 토지·건물 소유자의 권리행사가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처분성을 인정하며 이를 파기하였다.
이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하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형식상 정책계획이나 그 확정과 동시에 특정 부지에 대한 신규 원전 건설이라는 사실상 확정적 방향이 정해지고, 이후의 발전사업허가·부지승인·건설허가 등 모든 후속 처분이 이 계획에 기속되어 형식적 절차로 전락한다. 이는 대법원이 도시계획결정에서 인정한 것과 동일하게, 계획 확정 시점에서 이미 특정 구역 내 권리관계의 실질적 제약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99헌마538 결정 등에서, 단순히 방침을 천명하는 비구속적 정책계획안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어, 상대방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이러한 비구속적 계획과 동일시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계획은 국토종합계획이나 경제개발계획과 같이 순수한 방침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기사업법 제7조 제5항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3항 제3호는 발전사업 허가기준의 하나로 '법 제25조에 따른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부합할 것'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아니한 발전설비는 그 자체로 발전사업허가를 받을 수 없으며, 역으로 이 계획에 반영되는 순간 해당 설비의 건설을 향한 법적 경로가 사실상 확정된다. 이는 국토종합계획이나 경제개발계획과 같이 후속 처분에 대한 법적 기속력이 없는 순수 방침 계획과 본질적으로 다른 지위이며, 이 점에서 99헌마538 결정의 사안과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검토메모] 전기사업법 제7조 제5항 제6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3항 제3호 확인 완료. 다만 시행령 조문은 개정 이력이 있으므로 최종 제출 전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시행일 기준 현행 조문을 재확인할 것.
Ⅴ. 대안 제도의 제시 — 국가가 갖추어야 할 실질적 숙의절차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이라는 청구원인은 국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절차의 최소 기준을 함께 제시할 때 비로소 구체성을 갖는다. 이에 다음과 같은 이중 경로(dual-track) 제도를 제안한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입법형성재량을 대체하여 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량 행사가 충족해야 할 최소 요건을 예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1. 1차 경로 — 국민에 의한 국민투표 회부 요청
헌법 제72조는 국민투표 회부 여부를 대통령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본 제안은 이 헌법상 권한을 조금도 제한하지 아니하며, 다만 그 재량 행사의 계기를 국민이 마련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입법을 제안한다.
"국민 10만 명 이상의 청원이 있는 경우, 대통령은 1개월 이내에 해당 안건의 헌법 제72조에 따른 국민투표 회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1개월이라는 기간은 대통령이 해당 안건의 국민투표 회부 여부를 실질적으로 검토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기간이면서도, 원전 부지 공사 착공과 같이 되돌릴 수 없는 조치가 그 사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신속성 요건이다.
2. 2차 경로 — 대통령의 거부 또는 무응답 시 시민의회 자동회부
"제○항의 기간 내에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회부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하거나, 그 기간 내에 회부 여부를 결정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안건은 즉시 추첨제 시민의회에 회부된 것으로 본다."
무응답을 명시적으로 거부로 의제하는 간주규정을 둔 것은, 침묵을 통한 제도 회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 요건이 없다면 이 조항 전체가 대통령의 단순한 응답 지연만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 시민의회의 숙의 기간은 별도의 명제9 시민의회 설계안에 따라 6개월을 기준으로 한다.
3. 시민의회가 갖추어야 할 최소 요건
숙의절차의 실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① 무작위성(대표성) — 참여자는 추첨으로 선정되어야 하며, 이는 특정 이해관계나 정치적 편향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② 정보 대등성 — 참여자는 찬반 양측의 전문적 정보를 대등하게 제공받아야 한다.
③ 숙의 시간의 보장 — 참여자에게는 정보를 검토하고 상호 토론할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 세 요건이 결여된 절차는, 설령 '시민 참여'나 '공론화'라는 이름을 달고 있더라도 헌법이 요구하는 실질적 적법절차에 미달한다. 국회가 향후 형식적 절차(요식적 공청회, 위촉 자문단 등)로 이 의무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위 세 요건을 이 사건 심사기준으로 삼을 것을 요청한다.
4. 정부가 예고한 '공론화'는 그 자체로 이 청구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피청구인 소관 부처는 2026. 7. 1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가 신규 원전·SMR 도입 여부를 '전문가 의견과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스스로 이 사안이 일방적 행정 결정만으로는 부족하며 국민적 숙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문제는 그 '공론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라는 선례를 가지고 있다. 당시 정부는 시민참여단 471명을 무작위로 추첨하여 구성하고, 찬반 양측의 정보를 대등하게 제공하며, 약 3개월간의 숙의 기간을 거치게 한 바 있다. 이는 본 청구가 요구하는 무작위성·정보 대등성·숙의 시간이라는 세 요건에 상당 부분 부합하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신고리 공론화위원회는 법률에 근거한 상설·자동 절차가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하여 정부가 그때그때 재량으로 설치한 일회성 기구에 불과하였다. 이번 12차 전기본을 둘러싼 '공론화' 역시 신고리 모델을 따를지, 아니면 이 사건 이유서 Ⅱ장에서 이미 지적한 '요식 행위 수준의 의견 수렴과 정부 주도의 여론조사'에 그칠지, 전적으로 피청구인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바로 이 재량의 공백을 법률로 메우는 것이 본 청구가 구하는 바이다. 정부가 이미 공론화를 예고한 지금이야말로, 그 공론화가 갖추어야 할 최소 요건을 법제화할 시의성이 가장 높은 시점이다.
5. 국민투표·시민의회 각 단독안의 한계와 결합의 필요성
국민투표는 주권자의 최종적 승인이라는 상징적 의의를 가지나, 그 발동이 대통령의 재량에 종속되어 있고 찬반 양자택일의 구조상 숙의 과정을 결여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추첨제 시민의회는 위 세 요건을 통해 실질적 적법절차를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 모델이나, 그 결정에 대한 대중적 정당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본 제안의 이중 경로 구조는 국민투표를 대통령이 재량으로 발동하는 1차적·상징적 경로로 남겨두고, 그 재량이 행사되지 않는 압도적 다수의 경우에는 시민의회가 사실상의 기본 경로로 작동하게 함으로써, 헌법 제72조를 개정하지 않고도 실질적 숙의절차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한다.
Ⅵ. 결론
이 사건 청구원인을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으로 구성한 이상, 주문 또한 단순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및 입법개선촉구의 형식을 취하여야 한다. 조치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구조가 헌법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것이므로, 위헌임을 확인하되 국가에게 상당한 기간 내 개선을 명하는 형식이 이 사건의 청구원인과 정합적이다.
이 사건이 다투는 것은 특정 발전원의 당부가 아니다. 국토 전역과 후세대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 앞에서, 대의기관의 판단이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낡은 전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권자가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절차를 갖추는 것—그것이 헌법 제1조 제2항이 이미 명한 바이며, 이 소송은 그 명령을 뒤늦게 이행하라는 요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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