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차기 대통령 뢰청덕(賴淸德: 라이 칭 더: Lai ching-te)
( *대만의 대통령을 한국에서 ‘총통(總統)’이라 부르는데, 이는 중국어를 그대로 옮긴 것이므로 우리 식대로 ‘대통령’이라 부르는 게 적절할 것이다.)
대만의 차기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1월 13일인데,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도 같이 치른다. 오늘이 12월 9일이니, 선거일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누가 당선될까? 조심스럽게 예단하자면 뢰청덕(賴淸德: 라이 칭 더)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 된다.
이 시점에서 살짝 경솔한 예측이긴 하다. 선거일 전까지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뢰 후보가 선거운동 중에 실언을 한다든지, 대중의 정서에 어긋난 공약을 갑자기 내건다든지 이런 것들이 당선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냐면, 뢰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줄곧 지지도 1위에 올라서 있긴 하나, 40%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반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뢰 후보는 집권당 후보인데, 60%를 상회하는 여론이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 여기에 작용하고 있다.
이 번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다. 집권당인 민진당(민주진보당)의 후보 뢰 후보와 러닝메이트(부통령) 소미금(蕭美琴: 샤오 메이 친) 후보, 제1야당인 국민당(중국국민당)의 후보 후우의(侯友宜: 허우 요우 이)와 러닝메이트 조소강(趙少康: 자오 사오 캉) 후보, 민중당(대만민중당) 후보 가문철(柯文哲: 커 원 저)과 러닝메이트 오흔영(吳欣盈: 우 신 잉) 후보이다.
부통령 후보들은 모르겠으나, 대통령 후보들은, 특히 뢰 후보는 도덕적 결함이 없다. 한국의 어느 천격(賤格) 후보와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지난 1년여 여론조사를 보면, 뢰 후보가 30% 중반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고, 다른 후보 둘은 20%에서 30% 위 아래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였다. 지난달 말 어느 여론 조사를 보면 뢰 후보가 40%에 도달하였다.
뢰 후보는 거의 1등이지만 전통적 고정표의 최대치에 가까워서 더 이상 크게 확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 후보가 모두 출마하여 표가 분산되므로 뢰 후보가 근소한 표차라 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권교체 여론이 60% 이상인 만큼 야권이 단결하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야당 후보들은 연합을 모색하였다. 즉 단일화하여 뢰 후보를 이겨보자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단일화 협상이 지난 달에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는데, 후보 등록 마감일 전날인 11월 23일까지 담판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되었고, 다음날 각자 후보 등록하였다.
후 후보와 가 후보 중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부통령이 되느냐, 여론조사결과를 어떤 식으로 반영하여 이를 결정하느냐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다.
이제 단일화가 실패하여 세 후보팀이 각개 약진함에 따라 여론의 추이가 또 달라지고 있는데, 어느 후보 표가 어느 후보에게로 옮겨가느냐가 또한 관심거리이다.
대만의 정치 성향 내지 투표 성향은 크게 녹영(綠營: 녹색 진영)과 남영(藍營: 청색 진영)으로 나뉜다. 전자가 대만독립 지향의 민진당 계열이고, 후자가 중국과의 현상유지 내지 통일 지향의 국민당 계열이다. 녹영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남영은 큰 틀에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 이들은 또 각각 급진, 온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온건 녹영과 온건 남영은 중도파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후보 성향에 있어서도 뢰 후보는 녹영, 후 후보는 남영에 속하는데, 가 후보는 중도파라 할 수 있다.
뢰 후보의 표는 거의 고정표라고 본다면, 이들이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고, 문제는 단일화 파산 이후 남영 지지자들 내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사표방지 심리’에 따라 후 후보와 가 후보 중에서 누굴 선택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가 후보의 경우 아직은 20% 내외의 지지율을 갖고 있지만, 후 후보는 최근 여론 조사에서 뢰 후보에 접근하면서 급속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당의 조직표와 전통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가 후보는 계속 떨어질 것이지만, 문제는 가 후보에서 떨어져 나간 표가 모두 후 후보에게 가지 않고, 뢰 후보에게도 갈 것이라는 점이다. 가 후보는 젊은 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들은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국민당의 후보인 후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당선이 유력시되는 뢰청덕 후보는 1959년생으로서 대만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로 일하다가 정계에 입문하였다. 대남시 시장, 부통령, 민진당 대표, 행정원장(국무총리) 등을 지냈다. 민진당 후보인 만큼 같은 당 소속으로서 현 대통령인 채영문(蔡英文: 차이 잉 원)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에 있어서, 민진당의 노선은 대만 독립 지향이며, 중국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미국에 의지하여 중국에 대항하고자 한다. 민진당이 보기에, 국민당이 주장하는 양안 평화는 대만을 ‘하나의 중국‘에 묶어두려는 중국의 책략에 넘어가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민진당은 대만이 중국에 속하여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이는 뢰청덕 후보의 관점이기도 한 지라 뢰 후보의 당선은 필연적으로 양안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키게 된다. 물론 지난 8년의 채 대통령처럼 중국과 거리를 두되, 독립을 향한 과격한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면서 군비를 증강하여 중국의 침공에 대비하고 장기적으로 독립의 길을 가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