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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단일정당 창출을 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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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규 프로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3분짜리 색다른 '뽕짝'을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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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잘났다고 삽질한텐가. 국민이 못났구나 변명할텐가.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가 없다. 새로운 민주정부 다시 세우자."(윤민석 작사 작곡, '하나가 되라' 2절 중 발췌)
유쾌-상쾌-통쾌한 시민의 힘으로 썩은 정치를 전복하자며 거리에서 소위 '동'을 뜨고 있는 영화배우 문성근씨. 올해 쉰일곱된 그는 야권 단일정당운동 깃발을 든 지 74일째 되던 9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격정을 쏟아냈다.
"우리 6월항쟁 왜 했습니까. 수십 년간 왜 죽어야 했고, 왜 두들겨 맞아야 했습니까. 민주진영을 대표해야 할 정당이 가장 반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이 사태를 그냥 방치해야 합니까. 민주정부 10년간 우린 너무 나른해졌어요. 잊었던 원칙을 살려 민주주의를 존중합시다."
"아니, 유신 땐 뭐 되는 운동이라 민주화운동들 하셨습니까, 왜 자꾸 팔짱 끼고 구경만 하려 듭니까."
인터뷰 중에 계속 질문을 쏟아내는 그의 동공엔 이슬이 맺혔다.
한나라당과 1:1 구도 만들기 위해서라면...
근 50일간 전국의 민생현장을 다닌 그는 야권단일정당운동에 지지와 동참의사를 표명한 2만명 회원 돌파 기념 콘서트를 연다. 1894년 동학혁명군이 처절하게 싸우다 숨진 우금치에서 다시 깃발을 들고 한양까지 진격하고, 그 여세를 몰아 신의주, 러시아, 유럽까지 가겠다고 이를 꽉 깨물었다.
백만송이 유쾌한 민란프로젝트가 '되는 운동'인지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야권에 퍼진 가운데, 그는 이 이 인터뷰를 통해 정치권에 대고 무엇이든 될 희망이 보인다면 그 어떤 일이든 해야 할 게 아니냐고 답답증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2012년 대선주자 인물이 없다 한탄하지만 별 걱정 안 한단다. 중요하지 않다고 설파했다. 핵심은 민주진보진영의 야권단일정당을 만들고, 그것이 전국정당이 되면 그 안에 '선수'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
따라서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유리창이 깨지든 턱주가리가 나가든 어떻게 해서든 진보통합을 이뤄야 한다"면서 "민란은 지금 시민혁명을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성근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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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단일정당 창출을 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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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란운동을 시작한 지 74일째 되는 날입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매일 일정을 공개하면서 움직이는데 지금까지 어느 곳에 얼마나 다니며 활동하셨나요?
"16개 권역 중에서 전라남도와 울산만 못 갔고 다 돌았어요. 부산, 창원까지 갔으니까 울산은 양해를 구하고, 광주도 1주일 돌았으니까 전남까지 간 걸로 해주시면 거의 다 돈 셈이지요. 하하. 거리 나간 건 지금까지 48회, 간담회 강연회 모두 20차례, 거의 매일 다닌 셈이죠."
- 민란 사이트에 찍힌 숫자로는 2만9894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요. 현재까지 몇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나요.
"현장에서 받은 게 쌓여 있는데 실무진들의 손이 부족해서 컴퓨터에 입력을 못 하고 있는 형편이에요. 그것까지 모두 합치면 3만1000명 넘지 싶어요."
- 실무진들은 다 자원봉사자인가요? 몇 명이 어떻게 움직이고 계세요?
"인턴 1명이 합류했고, 급여를 받는 분은 2분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자원봉사자들이지요. 첫 발상 이후 지금까지 함께하는 분들은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이창동 감독,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두수 상임이사예요. 전국적으로 접주를 자임하는 분들이 오프모임을 만들고 지역모임도 하고 있지요."
"시민단체 회원 가입하는 것도 떨게 만드는 나라"
- '부산 민주할매', '남원 아짐', '부천 현이 아빠'처럼 오프라인에서 회원가입 신청을 받아 우편으로 보내주는 어르신들도 있는 것 같던데요.
"회원가입서를 직접 가져가셔서 본인들의 일상생활을 하다가 이 운동의 참뜻을 설명하고 받아오는 것이죠. 정말 대단한 분들 많으세요. 아주 놀랄 정도지요. 부산 민주할매가 가장 많이 받아오셨는데, 저희가 보기에도 정말 대단하시다 싶습니다."
- 민생현장을 49일째 돌고 계시잖아요. 지금까지 돌아본 소감은 어떠세요.
"가슴이 먹먹해지고 등이 오싹해질 때가 많아요. 이 운동은 한국정치의 틀을 다시 짜자는 운동이잖아요. 그런데 좀 살게 해달라는 서민들을 많이 만났어요. 정치가 좀 잘돼서 서민들이 좀 살기 좋게 해달라는 얘기를 들을 땐 정말 가슴이 먹먹해져요. 정치의 새 틀을 짜자고 시작한 일이지만 생활영역에서 필요한 정책적 요구를 빨리 제안해야겠다 싶기도 하죠.
전반적으로는 새로운 정치적 비전에 대한 열망이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공포도 크더군요. 실제 한 지역에서 고3 여고생이 회원 가입 서명을 하고 나서 30분 뒤에 다시 나타났는데요. 이 친구 말이, 국립대에 지원을 했는데 혹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걱정을 해요. (긴 한숨을 토하며, 혼잣말로) 무슨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 놨나? 시민단체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을 두고 시민들이 떨고 있다는 것에 정말 분노가 일더군요."
- 후원금이 급속히 늘었다.이렇게 빠른 속도로 후원금이 모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요.
"저희도 놀랐습니다. 1만6000명까지는 모두 온라인으로 가입한 회원들인데요, CMS 가입률이 30%를 넘어요. 보통 인터넷 조직체는 5% 이내, 특별한 경우에 10%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정말 놀라운 숫자지요.
이걸 보면서 아, 우리가 정말 방을 먼저 붙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게 맞구나! 싶었어요. 모두 마음 한 켠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이래선 안 되겠는데, 무언가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던 차에 저희가 방을 붙인 것뿐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어요. CMS 입력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문제이긴 한데 그것만 안착되면 조직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제2의 노사모? 민주진보 집권하자는데 그게 중요합니까"
- 두 달이 넘도록 활동 중이신데 정치권에선 어떤 반응이 오나요.
"일단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이인영, 천정배, 박주선 최고위원이 민란운동에 지지선언을 해주셨죠. 회원가입도 하셨고. 김근태 선배는 아예 제안서 초안을 보면서 의견을 주셨고, 최문순 의원은 길거리 홍보현장에 나와서 함께해주셨습니다. 원혜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동참해주시기로 결의하셨어요.
또 민주당 대구, 부산, 인천시당 위원장이 회원이 되셨고, 국민참여당은 대구시당 위원장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예요. 강제적 당론을 채택하지 않는 연합정당 안에서 정책과 이념을 가지고 정파로서 서로 경쟁하고, 각기 정파를 확대하는 노력을 하도록 하는 것에 동의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 시민사회나 학계에선 아무 반응이 없나요?
"아니요. 학계는 민란운동에 대해 지식인선언을 고려 중이고요. 시민사회 또한 적절한 시점에 어떻게 힘을 합칠 것인지 늘 염두에 두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노동단체 역시 현실적으로 어떻게 힘을 합칠 조건을 만들 것인지 얘기해보자, 여기까지 논의된 상태지요."
- 지금까지는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한 걸까요?
"네, 그런 느낌을 좀 받습니다. 저희가 매번 거리홍보를 나갈 때마다 인터넷 중계를 하는데 1시간 평균 접속자가 17만이라고 해요. 늘 똑같은 얘기를 하는데 그걸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또 놀라게 됩니다. 이게 되는 운동인가, 아직도 살펴보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흘러갈까, 지켜보시는 거지요."
- 소위 진보정당 인사들이 결합하지 않는 이유가 '민란=제2의 노사모'라고 보는 시선 때문이라고 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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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단일정당 창출을 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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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와 달리 일반 당원들은 민란운동에 굉장히 많이 참여하고 계세요. 진보정당 당원임을 밝히고 대화를 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친노의 재결집이 아니냐, 초반부터 많이 듣던 문제의식입니다. 진보정당에 계신 분들은 결과적으로 이 운동은 민주당 돕자는 것 아니냐, 비판도 많았고요.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참여당 도우려는 거다, 의혹을 갖고 계시죠.
자,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 우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올리기 위한 정당민주화운동의 방안이라고. 그걸 친노의 재결집이라고 몰아붙인다면 친노 아닌 분들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 것이냐 되묻고 싶습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민주진보의 집권보다 더 중요한 거예요?
어떤 측면에선 이런 말씀들이 모욕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술자리에서 정서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에겐 저도 정서적으로 대꾸를 합니다. 또 제가 출세를 하려고 그런다? 그러면 제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했겠죠. 이제 와서 어느 정파와 개인의 출세를 위해 이렇게 할까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건 그러네, 이렇게 수긍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
- 13일(토)에 우금치에서 콘서트를 여신다고 들었는데, 왜 우금치인가요?
"동학농민혁명은 근현대사에서 최초의 민주화된 봉기였지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을 갖고 있지만, 어느덧 정치권은 시민을 배제한 채 흘러왔잖아요. 그나마 87년 6월항쟁 때 직선제를 쟁취해서 선거민주화를 이루긴 했지만, 23년이 흐른 지금 민주진영을 대의해야 할 정당이 반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행태를 목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단 말이죠.
우금치는 우리에게 늘 가슴 아픈 역사니까 우금치를 부활시키자. 그리고 우린 우금치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금치를 넘어 한양으로, 야권단일정당을 건설해서 2012년 민주진보정부를 세우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신의주까지, 또 만주를 지나 유럽으로 가겠다, 이런 운동이에요. 후훗."
- 공주시내에 몇몇 거점을 만들고 지역별로 모인 뒤 재미난 깃발과 의상도 준비해오자는 일종의 페스티벌 성격이 강한 것 같습니다. 우금치 콘서트에 가면 뭘 볼 수 있나요?
"일단 13일 오후 3시에 공주시내에 모입니다. 4시까지 공주교대로 집결한 뒤 전국에서 가져온 막걸리를 합주하지요. 약 1시간 동안 서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게 되고, 행진을 해서 우금치까지 가고, 그 자리에서 집체극 같은 게 벌어지는 겁니다.
대개 조명은 무대를 비추고 객석은 어둡고 그런데, 이번 콘서트는 2만명 돌파기념이기 때문에 전부 주인이라는 뜻에서 조명을 모든 이에게 쏩니다. 전태일과 전봉준 모두 등장하게 된다는데, 그들이 여성으로 분한다는 소문도 있고 여러 일들이 모의 중인 걸로 알아요."
- 촛불 때 '너흰 아니야'를 작사, 작곡한 윤민석씨가 민란가를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7명이 노래를 불렀는데요. 완전 아마추어들입니다. 민란운동인데 전문 가수들이 노래를 한다는 게 안 어울린다면서 일반인들로 하자고 윤민석씨가 제안을 한 거예요. 트로트풍인데 아주 흥겨워요.
그런데, 이게 뭐 살짝 빗나가는 얘긴 것 같은데, 윤민석씨가 녹음실을 뺀대요. 빚이 너무 많이 쌓여서 다음달 문을 닫겠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미안하더군요. 저희 작곡료도 안 받겠다는 걸 거의 강제로 들이밀었는데.
사실 우리 두번의 촛불, 완전히 그 양반 노래로 산 거 아닙니까. 그런데 '너흰 아니야' 뭐 이런 노래들을 다 CD로 제작해서 돌리고 한 게 모두 자비였다고 누군가에게 들었어요. 우리가 윤민석씨한테 뭘 준 적이 없잖아요. 사실 노래만 불렀지, 그 사람에게 뭘 준다는 생각을 못하고 산 거지요. CD도 우린 안 샀잖아요. 그게 다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서 더는 못 버틴다고 하더라고요."
- 저를 포함한 촛불들이 해결해드려야 할 빚 같은 데요. "앞으로도 참 기여할 게 많은 분 같은데, 너무 안타까워요. 일단 생활이 안 되니까."
두번의 촛불, 윤민석의 노래로 살다
- 일각에선 우금치콘서트의 성패여부에 따라 민란운동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전직 노사모 위주로 소수 인원이 모인다면 실패이고, 노사모가 아닌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인다면 성과라는 건데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저희들이 충분히 조직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모일 거라고 예상하지 않습니다. 그저 많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뿐이지요. 그러나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준비기간이 충분하기 않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운동은 처음부터 여러 불리함을 갖고 출발한 운동이에요. 이 정도면 성과적이지 않나 자부합니다. 우리에겐 유력 정치인이 없어요. 또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다수예요. 급하지 않다고 보는 거죠. 그러나 2102년 4월을 역산해 보면, 내년 가을이면 끝나야 하는 운동이 바로 이 운동입니다.
우금치콘서트 이후에는 1~2주 안에 전국 동시번개를 해볼 생각입니다. 지역별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50~60개 정도의 장소를 잡고 모여보자는 거죠. 마치 논의가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전국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맘도 있어요."
"너 이 지역 양보해! 누가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나요?"
- 진보정당들은 왜 야권단일정당에 부정적일까요? 물론 민주당도 회의적이지만.
"결국 기득권 때문일 것 같아요. 그리고 소멸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겠죠. 열린우리당이 해소돼가는 과정을 봐왔기 때문에 더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촛불을 겪었지만 결론은 뭔가요.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라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선거참여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었고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연합정당론 하면 예전에 김대중 총재가 지분을 50%씩 주면서 늘렸던 신민주연합, 꼬마민주당, 평민당 등등을 생각하실 수 있고, 또 그렇게 수혈돼 가신 분 가운데 얼마나 남아 있느냐 하며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해보지 않으면, 우리가 언제 민주정당운동, 민주진보적인 전국정당화를 해보겠느냐 하는 거지요."
- 야권연대의 핵심은 민주당의 양보에 있다고들 합니다. 가령 민노당 이정희 대표가 관악을에 선거사무소를 냈는데 이건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민주당이 얼마나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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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단일정당 창출을 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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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희는 누가 누구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운동을 하는 게 아닙니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시민이 주인인 연합정당 구조를 만들고, 후보 선택은 시민과 당원이 하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입니다.
이정희 대표가 선거사무소를 낸 지역구의 현역 의원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 양보해! 누가 그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지요? 이건 김대중 총재가 있었을 때도 못 했던 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진보대통합이 잘되길 빕니다. 유리창이 깨지든 턱주가리가 나가든 어떻게 해서든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이때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민주당 세력은 민주화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국정당화를 해보지 못한다는 거죠. 지금 민주당은 당원들이 국회의원 후보를 뽑지 못할 뿐 아니라 대의원조차 못 뽑게 돼 있습니다. 당대표와 조직강화특위가 자기들끼리 뱅글뱅글 돌며 일을 처리합니다. 민주당 역사상 가장 최악의 정당구조를 갖고 있어요.
이 지점에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 6월항쟁 왜 했습니까. 수십 년간 우리는 왜 죽어야 했고, 왜 두들겨 맞아야 했습니까. 왜 이런 사태를 방치하냔 거지요. 전 우리가 망각했다고 생각합니다.
6월항쟁 후에 김대중-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믿고 위탁한 채로 10년간 나른해졌다고 생각해요. 다시 우리가 잊었던 원칙을 살려 민주주의를 존중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제게 가능성을 묻습니다. 되겠니? 그럼 제가 되묻죠. 유신 땐 가능해서 사회운동 했나요? 그땐 박정희 대통령이 너무 건강해서 20년은 더 할 거라고 그랬던 시절이에요. 왜 가능하냐고 묻는지 모르겠어요. 되게 하면 되는 운동인데."
"여러분, 우리 정치에 감동이 있나요?"
- 야권에 아주 답답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선거는 감동이잖아요. 김대중-노무현, 두 분은 삶 자체가 감동적이었어요. 어떤 희생을 할 때 감동이 있는 거잖아요. 늘 내 이익만 챙기는 사람은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딱 2년 남았는데 그동안 국민들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지요? 야권단일정당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시라,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 최근 가장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문성근뿐이다, 고로 그가 직접 대안이 돼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지금 아주 심각한 정치활동을 하는 셈입니다. 2002년 대선 이후 참여정부 시절에 내 직업을 정치로 바꾸지 않은 것은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노 대통령 서거 1주기까지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고 살았어요. 그런데 1주기를 지나면서 노 대통령의 유서가 다시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문장이 구구절절하지만 그중 '집 가까운 데 작은 비석 하나 세워라. 오랜 생각이다.' 그때 제가 딱 느낀 게, 아! 이 나라가 얼마나 싫었으면 국립묘지를 거부하시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2009년 3월 문익환 목사 방북 20주년 행사 동영상을 따러 갔을 때 김대중 선생은 '나는 이제 나이가 많으니 자네가 열심히 싸우게' 하셨어요. 그게 유언이 됐지요.
2008년 늦가을 봉하마을에서 노 대통령을 만난 게 마지막인데 그때 이런 얘길 하셨어요. '내가 왜 봉하에 내려올 생각을 했겠냐, 열린우리당 전국정당화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내려왔다.' 그때도 잘 이해를 못했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경남지사 지원유세를 하는데, 7번 떨어졌다 그래요. 노 대통령은 3번. 그래서 노 대통령 한 사람의 목숨으로 부족하면 김두관도 죽여라, 또 떨어뜨려라 했더니 청중이 이번에는 당선된다고 막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아, 그때 깨달았죠. 전국정당화를 염두에 두고 비석까지 거기 세우라 하셨단 생각이 든 거예요.
많은 분들이 대선후보 걱정하는데 관심 없습니다. 누군들 어떠리? 문제는 틀이라고 생각해요. 민주진보진영의 전국정당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6.2 지방선거 결과에 안주하지 말자 이거죠. 세월이 가면 모든 건 잊히게 마련인데, 6.2 지방선거 같은 결과가 반복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는 겁니다."
- 최근 조국 서울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나눈 대담집이 책으로 나왔는데요, <진보집권플랜>이라고. 여기에 '오픈 쉐도우 캐비닛(OPEN SHADOW CABINET)' 놀이가 제안됩니다. 3배수로 인물을 추천받아 모의내각을 구성해보는 일종의 놀이인 셈인데요. 슈퍼스타K처럼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뽑아보자는 거죠. 어떨 것 같으세요?
"굉장히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민란에서도 모의국회놀이 같은 걸 기획했어요. 생활정치에서 꼭 필요한 정책들을 국민의 이름으로 제안하고, 명령을 내리는 운동을 하려고 했지요. 시민이 주인인 정당에서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생활정책 사안들을 발굴하고 현실감 있게 추진한다면 굉장히 재밌는 놀이도 되고 의미 있는 성과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꼭 박사여야, 지식인층이어야 정책을 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나 지식인과 시민사회쪽의 그런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민란운동을 미국의 무브온 같은 조직으로 상설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신 것 같은데요. 앞으로 계획이나 전망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란운동의 1차 목표는 야권단일정당 창출입니다. 2차 목표는 민주정부 수립이고요.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시민정치운동 조직체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건 참여정부에 대한 반성이기도 합니다. 2002년 경선 끝나고 노사모 전국대회에 노 대통령이 와서 '여러분! 이제 뭐 하실래요?' 하니까 단 5초 만에 '감시'로 통일됐어요. 그때 노 대통령이 굉장히 황당해하면서 '저를 쥐고 흔들 사람은 많다, 여러분이 도와주셔야지요' 했는데 그 얘기를 알아들었던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2000년 초반에 생긴 노사모라는 준정치결사체 운동은 세계적인 모범이었고 수출이 될 정도였어요. 미국은 하워드 딘의 팬클럽에서 무브 온으로 진화가 됐는데 우리는 그걸 못했지요.
우리의 경우 2012년 집권이라는 목표를 놓고 가니까 사람들이 모일 수 있지만, 설사 100만명이 다 모였다 해도 모두 정당으로 따라가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그럼 남는 사람들끼리 시민정치운동을 하는 거지요. 무브 온처럼. 그렇게 되면 이 운동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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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단일정당 창출을 위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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