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그치면 날씨가 점점 추워질텐데......
나는 그래도 비가 오면 마음이 포근함을 느끼고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가오면 밖은 을씨년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비가 오면 집안에서 그리고 우산 속에서 내 마음속에서는 훈훈한 내음을
느끼는 것 같다.
비가오면 어쩌다가 문득 생각나는 여인이 있다.
과거 이십대 초반 친구의 사촌 여동생을 퇴근길에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그 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우산 하나를 접고는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정답게 거닐었다. 그리고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조금은 서투른 칼질과 포크질을 하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이제는 지나간 추억으로 그녀는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살고 있겠지.....
몇개월 전 사춘기 시절 짝사랑했던 여인의 소재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되었다.
우리는 한교회에서 중고등부 활동과 청년회 활동을 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년 전 지인을 통해서 그녀는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적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다니는 교회의 홈페이를 보게 되었고 그녀는 그 교회의 전도사로 시무하고 있었다.
교회 홈페이지에 그녀의 사진과 함께 그녀의 휴대폰 번호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내가 누군인가를 밝히고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했건만 그녀의 대답은
"잘모르겠는데요. 전혀기억이 안나는데요." 하는 것이었다.
"어휴, 실망..." 좀 허탈하고 씁쓸했다.
한 가지 오랜만에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그 당시
우리와 함께 청년회 활동을 했던 나와 동년배인 어느 여인은 결혼 후에 몇년 살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당시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명문이라는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 되는 사람은
당시 교회에서 같이 활동했던 미술을 전공한 청년으로 우리들 보다는 몇년 연상이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는 교회 반주자와 교제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심이 깊어가고 신학공부를 해서
지금은 서울 모처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그런데 목회를 하다가 상처를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 당시 내가 귀여워했던 진이는 고등학생으로 내게 늘 오빠 오빠하며 잘 따랐으며 너무나 귀엽고 발랄한
소녀였다. 그러나 진이도 10 여년이 지나서는 정신병자가 되어서 지금은 진이와 함께 살던 노모도 세상을
떠나고 진이는 분당의 임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진이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생활 속에서 흡연을 많이 한다고 한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내게도 과거에 함께 살던 사람이 내곁을 영영 떠나고 아들과 단둘이 10년을 살면서 마음 고생이 많았었다. 그러나 다행히 십년이 지난 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늘 함께하며, 비록 물질이 넉넉하지 못해서
풍요롭지는 않지만 늘 부족한 가운데서도 이모양 저모양으로 우리 하나님께서 늘 채워주심을 느끼며 살고있다. 우리 하나님은 그래서 너무나 좋으신 분이시다.
몇개월 전 거리를 지나가다가 10년 전 준목시절 시무하던 교회에 몇번 나왔던 청년이 눈에 띄었는데
몸이 쇠약한 가운데 거리의 노숙자가 되어 있었다. 나는 다른 곳에서 볼일을 보고나서 다시 그의 곁에
가서 지갑에서 지폐 몇장을 꺼내주며 "이거 얼마 안되지만.... 술마시지 마시고 빵이라도 사서드세요"
그는 크리스탈 유리 세공 기술자인데 IMF 이후 불황으로 직장을 잃고 일당일을 하다가 이래저래 몸을
다치고 지금은 몸이 쇠약한 가운데 거리에서 한데 잠을 자며 간신히 살고 있다고 한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으며 그후 한 두번 그곳을 지나면서 그를 찾았지만 전혀
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과거 그의 친구인 M씨는 그와는 달리 교회에 열심히 출석했었는데 어린
딸이 있는 7-8세 연상의 여집사와 살면서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몇년 같이 살다가 돈벌이를 못하니까
함께 살던 가족들을 버리고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 여집사는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남편과 이혼하고 연하의 남자를 만나서
그에게 희망을 걸었는데 그 희망마저 꺽이고 말았으니....
지난 여름은 어느해 보다도 많은 비가 내렸다. 새로 이사한 셋집은 비가 오면서 여기 저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천장과 벽에 곰팡이가 번지면서 방안에는 곰팡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래서 이사
한지 두 달만에 다시 이사를 했는데 처음 이사하기로 작정을 했는데 우리는 가진 돈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 않게 많은 금전이 들어와서 더욱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지금 사는 집은 비록
셋집이지만 넓어서 좋았다 거실도 넓어서 주방 앞에 식탁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하니 너무 좋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부부를 긍휼히 여기셔서 사람을 통해서 임대 보즘금을 보내주셨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몇개월 전 길에서 노숙인에게 지폐 몇장을 주었는데 그 액수의 수백배로 채워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네 식물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일곱에게나 여덟에게 나눠줄찌어다. 무슨
재앙이 땅에 임할는지 네가 알지 못함이니라."(잠 11:1-2)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주리라..."
(눅 6:38)
지금 밖에는 아직도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비 오는 날,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내가 믿고 있는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하며, 삶 가운데 더욱 더 우리 하나님을 믿고
섬기며 그분만을 바라며 모든 것을 의뢰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나의 왕 나의 하나님이여 나의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소서. 내가 주께 기도하나이다. 여호와여 아침에
주께서 나의 소리를 들으시리니 아침에 내가 주께 기도하고 바라리이다."(시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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